강 창 석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 글에서 제자 원리와 글자꼴을 바로 논의하지 못하고 서론을 길게 늘일 수밖에 없는 까닭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제자 원리’와 ‘글자꼴’이라는 논제 자체가 다소 애매한 것이다. 논제가 명확치 않은데 그에 대한 논의 내용이 분명해질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사용하게 될 ‘제자 원리’와 ‘글자꼴’이라는 용어의 개념부터 먼저 살펴보고 나서, 그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다.

  다른 문자라면 ‘글자꼴’이라는 말이 한 가지 의미를 지니겠지만, 한글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 뜻을 가질 수 있다. 문자 단위의 모양을 뜻할 수도 있고 그것이 결합된 표기 단위의 모양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글자꼴’의 논의가, 한글의 경우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고 또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문자의 꼴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결합된 표기 단위의 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 내용이 용어상으로 구분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데, 현재는 문자와 표기 단위의 구분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것 역시 힘든 상태이다.

  현재 ‘글자꼴’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용어들이 많이 등장해서 쓰이고 있다. 자형, 자체, 자양, 글꼴, 폰트, 서체 등이 그것인데, 이 중 어느 것도 완전한 용어라고는 보기 어렵다. 애당초 ‘자’나 ‘글’의 의미가 분명치 않은데, 거기에 다른 말이 더 붙은 ‘자형’ 등의 의미가 분명해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7)

  이 글에서는 ‘글자꼴’을 제자 원리와 관련하여 논의한다. ‘제자 원리’의 ‘자’는 ‘신제이십팔자(新制二十八字)’에서와 같이 문자 단위를 뜻한다. 따라서 여기서 논의할 ‘글자꼴’의 ‘글자’도 일단 같은 의미로 해석한다. 현실적인 의미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이 글에서는 그 쪽으로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제자 원리와 글자꼴에 관한 논의 내용이 본질적으로는 서로 같은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논제가 두 가지처럼 되어 있으므로, 비슷한 내용이라도 단락을 둘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7) 이 글에서 두 단위의 명칭까지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현재로서는 좋은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 단위의 명칭을 정하는 작업은 단지 용어 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한글 이론 전체의 기본 골격을 정하는 일이므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졸고(199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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