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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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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티오피아에서 온 베텔이라고 한다. 3남 1녀 중 장남이며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에티오피아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여 물리와 수학을 전공하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에티오피아 사관학교에서 이 년여 동안 물리와 수학을 가르쳤다. 직장 생활하면서 대학원에 들어가려고 준비하는 중에 한국에서 온 선교사를 만나 한국에 대해 듣게 된 것이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 온 후에 경희대학교 언어 연수 기관에서 한국어 고급 과정을 마치고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을 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학교에서 한국 역사를 배운 것이 전부였다. 한국어는 물론이고 언어, 문화, 용모 등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어떻게 다른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물리학을 더 깊이 공부하고자 하여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였지만 한국어를 배우다 보니 한국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한글을 배우면서 한글이 아주 과학적인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국어를 통하여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나는 한국에 와서 아름다운 사계절을 보게 된 것이 가장 경이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아프리카에는 없는 추운 겨울을 견디는 것은 힘들었지만 난생 처음 눈을 맞은 겨울, 아름다운 단풍을 실컷 볼 수 있는 가을, 또 개나리와 진달래 등 많은 꽃이 피는 따뜻한 봄은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무척 유쾌한 경험으로 절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이라 믿는다. 80개가 넘는 부족으로 이루어진 에티오피아는 한국과 언어는 물론 음식, 문화, 전통이 너무나 다르다.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 사람들의 용모가 비슷해 혼란을 겪기도 했고, 흑인이 많지 않은 환경 때문에 더욱 외로움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반찬까지 챙겨 주고 외국 생활을 하는데 외로워하지 않게 자기 식구처럼 배려해 준 하숙집 가족들이 나의 한국어 공부에 큰 힘이 되었다. 그들이 낯선 이방인에게 보여준 따뜻함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한국인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인에 대한 나의 마음은 늘 열려 있으니 한국 친구들도 나를 외국인이라고 선입견을 갖지 말고 대해 주었으면 좋겠다.
에티오피아에서는 고기류는 먹지만 조개나, 낙지, 오징어, 게 등 해산물은 전혀 먹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고기보다도 해산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신을 벗고 바닥에 앉는 문화, 여럿이 같이 한 그릇에 찌개를 먹는 문화도 처음에는 나에게 생소했다. 문화적 충격을 좀 받았으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만은 컸다. 그동안 낯선 한국 음식까지도 열심히 찾아 먹어 지금은 못 먹는 한국 음식이 없고 김치는 하루에 한 번은 꼭 먹어야 한다. 아직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몇 개월 동안 노력해 젓가락 사용법까지 배웠다.
원래 아프리카에서 아시아 쪽으로 유학 온 학생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요즘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 외국인에게도 서서히 관심이 생기는 듯하다. 한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으로 인해 한국어에 대한 인지도도 세계적으로 높아가고 있고, 아프리카에서도 전과는 다르게 한국인들의 사업 진출이 날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추어 아프리카에서도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한국에 대한 소개나 한국어 교육은 매우 미비한 실정이다. 다른 외국 대학에는 한국어과나 관련 과정이 있지만 에티오피아에는 아직 개설되어 있지 않다. 나는 한국에서 한국어를 심도 있게 공부하고 고국으로 돌아간 후에 그곳에서의 한국어 교육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사람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에티오피아에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기관이 빨리 설치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가르치는 일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그것이 내 적성에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학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고자 하는 에티오피아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지 깊이 연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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