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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국어생활연구원 원장)
   수사법의 한 갈래인 모순어법형(矛盾語法型)에 딸린 반어법형, 역설법형, 모순형용법형, 공감각적 표현법형 가운데 지난 호에서는 반어법형, 역설법형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공감각적 표현법형을 보기로 한다.


   


   ‘공감각(synesthesias)’이란 어떤 자극으로 일어나는 감각이 동시에 다른 영역의 감각을 일으키는 일을 말한다. ‘공감각적 표현법형’은 이 공감각을 수사의 한 방법으로 활용한 것이다. ‘쓴소리’가 ‘소리’를 듣고 ‘맛’을 느낀 것으로, “듣기에는 거슬리나 몸에 좋은 약처럼 도움이 되는 말”을 뜻하게 된 것이 한 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이 공감각적으로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살펴본다.


   

(한국일보 김지원 기자 2007. 9. 19. 29.)

   선율이란 소리의 높낮이가 길이나 리듬과 어울려 우리 귀에 들리는 음의 흐름이다. 달콤한 선율, 격렬한 선율이라고 했다면 흔히 듣는 말이므로 이해하기 쉬운데 ‘금빛 나는 선율’이란 말은 감을 잡기 어렵다. 이 금빛은 어디서 왔을까.
   한국에 와서 공연할 저먼 브라스가 트럼펫, 트롬본, 호른, 튜바 등 금관 악기 연주자들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금빛’의 정체를 아는 데에 도움이 된다. 호쾌하고 우렁찬 금관 악기가 바흐의 ‘당신이 곁에 계신다면’, 베르디의 ‘개선행진곡’,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요한 스트라우스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 로드리게스의 ‘라 쿰파시타’ 등 클래식과 재즈를 금관 편성으로 편곡해 들려줄 때 그 소리는 악기 색깔인 금빛으로 느껴질 것이다. 소리를 듣고 빛깔을 느낀, 청각과 시각의 어울림이다.


   

(세계일보 편완식 기자 2007. 10. 9. 24.)

   이 사진작가는 디지털 방식의 컬러가 아닌 아날로그식의 흑백으로 수작업한다. 제한된 시간에 대형 인화지에 현상액을 골고루 묻히고 확대된 먼지도 일일이 손질한다. 이렇게 흑백 사진을 직접 인화하면서 작가 자신의 감각을 살리고 감성을 담아내는 일련의 과정을 편완식 기자는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등을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로 보았다. ‘회색빛’은 흐린 날과 눈 오는 날에 겨울 산과 가을 산을 흑백으로 즐겨 찍는 작가의 취향을 드러낸 것이다. 빛깔에서 소리를 들은 또는 소리에서 빛깔을 떠올린 제목이다.


   

(서울신문 윤창수 기자 2007. 9. 11. 26.)

   향기를 주제로 한 현대미술 작품을 모은 ‘쉘 위 스멜?’전을 소개한 기사의 제목이다. 중세 조향사(調香師)의 방을 재현한다든지, 커다란 병에 향수를 담아 배치하고 벽에는 향을 주제로 한 시를 보인다든지, 비누로 만든 관에서 유대인의 옛 노래를 들려준다든지 하여 그동안 잊고 지낸 추억의 냄새를 맡게 하는 전시다. 그리하여 향기를 코로 맡는 데에 그치지 않고 눈으로 이런 작품을 볼 수 있게 한 전시회라는 점에 착안하여 뽑은 제목이다. 후각과 시각의 만남이다.


   


   케이블 텔레비전 라이프 스토리 채널 스토리온이 개그맨 김태균, 정찬우가 진행하는 ‘컬투 뉴스’를 방송한다는 내용의 제목이다.
   ‘컬투 뉴스’는 정치 · 경제 · 생활 정보 · 연예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가볍게 전달하는 일종의 ‘뉴스 쇼’다. 한 주간 뉴스 중 관심을 끌었던 쟁점을 선별해 자세하게 알아본다든지, 화제의 인물, 각계 전문가, 연예인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본다든지, 길거리 인터뷰로 여론을 알아본다든지 하여, 다양한 코너를 통해 자칫 딱딱하게만 느껴질 소지가 있는 뉴스를 맛있고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방송의 생명은 내용과 재미다.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인 ‘재미’가 맛에서 온 말임은 주지하는 바다. 즉 ‘재미’의 원말 자미(滋味)가 “자양분이 많고 맛도 좋음. 또는 그런 음식”이니 ‘재미’와 ‘맛’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시각, 청각, 미각의 어울림이다.

   기타 시청각 결합으로 “가슴 물들이는 ‘가을멜로디’ ”(경향신문 1997. 10. 28. 31.) · “소리로 보세요”(중앙일보 1999. 3. 19. 23.) · “붉은 함성”(경향신문 1997. 9. 29. 23.), 시각 · 촉각 결합으로 “외자 유치-외채 탕감-수출 증대 ‘3色 훈풍’ ”(경향신문 1998. 11. 19. 8.), 시각 · 후각 결합으로 “노을빛 香을 마신다”(동아일보 1997. 10. 4. 15.), 시각 · 미각으로 “이젠 눈으로 먹어보자”(조선일보 2000. 3. 14. 39.), 후각 · 미각 결합으로 “그윽한 ‘향기’보다 더 맛있는 ‘분위기’”(경향신문 1997. 8. 28. 31.), 미각 · 시청각 결합으로 “대학생들이 만들어 더 ‘맛있는’ CF“(조선일보 1999. 5. 7. 40) 등이 있다. 이들 공감각적 표현법형 제목은 둘 이상의 감각을 자유자재로 아울러서 신문 독자에게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