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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옹마이(서울대 국어교육과 대학원/베트남)
   어떤 나라의 문화나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하여 이해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난 사람들과 경험한 일들을 통하여 형성된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가장 생생하고 또 강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한국 생활을 한 지도 여러 해가 되었고, 또 이제는 한국 사람의 아내로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된 지금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하여 생각하면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여러 얼굴들이 떠오른다.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처음 주신 한국어 선생님, 한국에 처음에 와서 숙소를 정하기 전에 겨우 사흘을 묵었을 뿐인데도 그 후에도 계속 연락하고 걱정해주신 집주인 아줌마, 늘 마음속에 고마움이 가득하지만 자주 찾아뵙지 못한 학교 지도 교수님,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이 있지만 오늘은 시부모님을 통해 느낀 한국의 부모님상 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할까 한다.

   우리 아버님께서는 평생 교직에 몸담으시면서 근검절약의 가풍으로 네 자녀가 모두 대학을 마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셨다. 이제는 연로하셔서 은퇴하셨고 지병인 당뇨로 고생하시지만 여전히 글을 쓰고 노인대학에서 강의하고, 또한 대구교원봉사단 단장으로 봉사활동도 활발히 하신다. 남편이 아버님의 유일한 아들이라 직장 때문에 베트남으로 갈 때 무척 서운해 하셨지만, “니네들이 잘 사는게 바로 효도다”라고 하시면서 당신 걱정은 말라 하시면서 우리들이 훌륭하게 사는 모습을 기대하셨다.
예쁜 옷이 있으면 미리 사놓고 며느리가 오면 주시고 미용실에 데려가서 예쁘게 꾸며 주시는 어머님.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를 보고 늘 “그래도 더운 나라에서 왔는데 안 춥나?”, “너 따뜻하게 입어라, 너 양말 신어라”하시면서 친딸처럼 챙겨주신다.

   요즘 기사들을 보면 가끔씩 한국에서 가족 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자식들이 부모를 돌보지 않는다는 뉴스가 나오고, 노인들이 외롭게 지낸다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무척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 어디에서나 부모가 자녀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야 한결같겠지만, 한국의 부모님들이 그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과 한국의 가족 구성원들의 아름다운 결속은 세계에 내놓아도 될 한국의 가치가 아닌가 한다. 일찍이 구한말에 한국에 왔던 서양의 선교사들은 당시 한국 사람들이 노인을 봉양하는 모습을 보고, 지상의 낙원이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부모님들은 사랑과 헌신으로 아이들을 기르고, 그 아이들이 자라면 자기 부모는 물론 이웃 노인들까지 공경하는 모습, 정말로 아름다운 전통이며 한국이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할 문화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이 한국만의 모습은 아니지만, 한국이 가장 잘 가꿔왔던 전통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시부모님을 뵐 때면 나는 아직도 서툴지만 우리 가족들은 함께 한국식으로 절을 한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이런저런 일들로 얘기 꽃을 피울 때면 이런 아름다운 한국의 풍속이 퇴색하지 않고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그래서, 한국을 찾는 사람들이 저마다 잊어버린 가족의 추억을 되새기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하는 혼자만의 기원을 하곤 한다.
   다음에 시댁을 다시 찾을 때면 이제 말문이 트인 두 돌이 되어 가는 큰딸이 한국어로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좀 더 가르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