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을 했어요 우리 시 다시 보기
신문 제목 다시 보기 내가 본 한국 사람, 한국말
말의 뿌리를 찾아서 교실 풍경
문화 들여다보기 일터에서 말하다
만화로 배우는 우리말 국어 관련 소식
우리말 다듬기
이대성(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연구원)
   영어 전치사 ‘about’은 매우 자주 쓰이는 말이어서 우리가 보는 영어 교과서나 영자 신문에서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이 ‘about’이 들어간 구절을 우리말로 풀이해 놓은 것을 보면 대부분 ‘~에 대하여’라고 한다. 모든 영한사전에서 ‘about’을 ‘~에 대하여’로 풀이해 놓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풀이해 놓은 문장들 가운데에는 다른 말로 풀이하였으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법한 문장들이 눈에 많이 띈다.
   예를 들어, “a novel about the Civil War”는 “남북 전쟁에 대한 소설”로 풀이하는 것보다는 “남북 전쟁을 다룬 소설”과 같이 풀이하는 것이 더 낫다. 또한, “You will have to think about this problem.”라는 문장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와 같이 풀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보다는 “이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도로 풀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생각하다’는 본래 타동사이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생각하다’는 목적어 대신 ‘~에 대하여’를 취하기도 한다는 설명을 덧붙여 놓았긴 했지만, 이 사전에서 든 예는 고작 “인생에 대하여 생각하다.” 하나뿐이고, 이 예문도 “인생을 생각하다.”로 고쳐 쓰는 것이 훨씬 깔끔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를 우리말로 풀이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에 대하여’라는 표현이 우리말에서 폭넓게 쓰이게 되면서, 하루치 신문과 각종 공문서에서도 어색한 표현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예부터 써 오던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들이 ‘~에 대하여’에 밀려 점차 안 쓰이게 되는 것도 걱정스럽다.

   다음 예들을 살펴보자. 글쓴이가 찾은 예들은 모두 5월 21일에 나온 신문이나 공문서에서 뽑은 것이다. 이 예들을 찾는 데에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소방방재본부(본부장 조택희)는 5월 21일자로 승진 20명, 신규임용 7명 등 지방소방공무원 27명에 대하여 인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2007.5.21. 연합뉴스 보도자료>
이 문장은 “~ 지방소방공무원 27명의 인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또는 “~ 지방소방공무원 27명에게 인사 발령을 냈다고 밝혔다.” 정도로 고쳐 쓰는 것이 더 낫다.
또다시 이러한 불경스러운 일이 벌어진 데 대하여 광주 시민과 국민들 사이에 격노하는 분위기마저 일고 있다.
<2007.5.21. 열린우리당 성명>
이 문장은 “또다시 이처럼 불경스러운 일이 벌어져서 광주 시민과 국민들이 격노하고 있다.” 또는 “또다시 벌어진 불경스러운 일에 광주 시민과 국민들이 몹시 분노하고 있다.” 정도로 고쳐 쓰는 것이 더 낫다. ‘격노하다’의 이유가 되는 말은 어미 ‘-어(서)’나 조사 ‘에’를 써서 나타내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분노하다’가 ‘에-명사구’ 대신 ‘~에 대하여’를 취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들은 현실의 부조리에 대하여 분노했다.”와 같은 예를 실었으나, 이 문장도 “그들은 현실의 부조리에 분노했다.”와 같이 간결하게 쓰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이 글의 주제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하는 분위기마저 일고 있다.”와 같은 표현은 문장을 늘이기만 할 뿐 별다른 효과는 없는, 쓸데없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교육생에게는 교육 훈련비 전액과 훈련 수당을 인천시에서 지원하며, 총 교육 시간은 야간 3개월 과정으로 305시간 진행되며, 교육 이수자에 대하여는 수료증을 발급하고 취업을 적극 알선할 예정이다.
<2007.5.21. 뉴시스>
이 문장은 “~ 교육 이수자에게는 수료증을 발급하고 취업을 적극 알선할 예정이다.” 정도로 고쳐 쓰는 것이 더 낫다. 수료증을 받는 대상은 ‘교육 이수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교육 이수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20일 모 언론사가 광주시 지방공무원 시험문제 상당수가 학원 교재를 그대로 베껴서 출제했다는 의혹에 대하여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2007. 5. 21. 데일리안>
이 문장은 “~ 시험문제 상당수를 학원 교재를 그대로 베껴서 출제했다는 의혹을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또는 “~ 시험문제 상당수가 학원 교재를 그대로 베껴서 출제됐다는 의혹을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정도로 고쳐 쓰는 것이 더 낫다. 사실 이 문장은 ‘~에 대하여’를 남용한 것도 문제지만, 주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일치하지 않는 틀린 문장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고친 문장 가운데 앞 문장에서는 원문의 ‘상당수가’를 ‘상당수를’로 고쳐 본 것이고, 뒤 문장에서는 원문의 ‘출제했다’를 ‘출제됐다’로 고쳐 본 것이다.
검찰은 ××씨에 대해 사기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ㅁ방송>
이 문장은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2004)1)에서 예로 든 것을 재인용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검찰은 ××씨를 사기죄로 구속하려고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습니다.”와 같이 고쳐 써야 한다면서, “죄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것은 참으로 해괴한 말이다. 죄인이 자신을 구속하라고 영장을 내어 주나?”라며 원문이 엉터리 문장임을 지적하였다.
   이처럼 ‘~에 대하여’를 함부로 쓰게 된 까닭을 전부 영어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우므로, 앞으로는 ‘~에 대하여’를 쓸 때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하다’는 소중한 우리말이다. 그러므로 적절하게 쓴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 글에서 주장하는 바는 ‘대하다’를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쓸 때와 쓰지 말아야 할 때를 가려 쓰자는 것이다.


1) 이 책에서는 “‘대한다’는 ‘~에 대응한다’는 뜻의 제움직씨와 ‘~을 상대한다, ~을 맞이한다’는 뜻의 남움직씨로 긴요하게 쓰는 말이지만, 남움직씨로 서술할 대상(부림말)에 그 매김꼴(~에 대한)이나 어찌꼴(~에 대해, ~에 대해서)을 덧붙여 쓰면 말의 맥이 빠져 박력이 없고, 뜻이 모호하고 몰골이 시시해진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