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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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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전치사 ‘about’은 매우 자주 쓰이는 말이어서 우리가 보는 영어 교과서나 영자 신문에서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이 ‘about’이 들어간 구절을 우리말로 풀이해 놓은 것을 보면 대부분 ‘~에 대하여’라고 한다. 모든 영한사전에서 ‘about’을 ‘~에 대하여’로 풀이해 놓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풀이해 놓은 문장들 가운데에는 다른 말로 풀이하였으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법한 문장들이 눈에 많이 띈다.
예를 들어, “a novel about the Civil War”는 “남북 전쟁에 대한 소설”로 풀이하는 것보다는 “남북 전쟁을 다룬 소설”과 같이 풀이하는 것이 더 낫다. 또한, “You will have to think about this problem.”라는 문장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와 같이 풀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보다는 “이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도로 풀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생각하다’는 본래 타동사이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생각하다’는 목적어 대신 ‘~에 대하여’를 취하기도 한다는 설명을 덧붙여 놓았긴 했지만, 이 사전에서 든 예는 고작 “인생에 대하여 생각하다.” 하나뿐이고, 이 예문도 “인생을 생각하다.”로 고쳐 쓰는 것이 훨씬 깔끔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를 우리말로 풀이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에 대하여’라는 표현이 우리말에서 폭넓게 쓰이게 되면서, 하루치 신문과 각종 공문서에서도 어색한 표현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예부터 써 오던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들이 ‘~에 대하여’에 밀려 점차 안 쓰이게 되는 것도 걱정스럽다.
다음 예들을 살펴보자. 글쓴이가 찾은 예들은 모두 5월 21일에 나온 신문이나 공문서에서 뽑은 것이다. 이 예들을 찾는 데에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에 대하여’를 함부로 쓰게 된 까닭을 전부 영어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우므로, 앞으로는 ‘~에 대하여’를 쓸 때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하다’는 소중한 우리말이다. 그러므로 적절하게 쓴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 글에서 주장하는 바는 ‘대하다’를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쓸 때와 쓰지 말아야 할 때를 가려 쓰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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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이 책에서는 “‘대한다’는 ‘~에 대응한다’는 뜻의 제움직씨와 ‘~을 상대한다, ~을 맞이한다’는 뜻의 남움직씨로 긴요하게 쓰는 말이지만, 남움직씨로 서술할 대상(부림말)에 그 매김꼴(~에 대한)이나 어찌꼴(~에 대해, ~에 대해서)을 덧붙여 쓰면 말의 맥이 빠져 박력이 없고, 뜻이 모호하고 몰골이 시시해진다.”라고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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