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을 했어요 우리 시 다시 보기
신문 제목 다시 보기 내가 본 한국 사람, 한국말
말의 뿌리를 찾아서 교실 풍경
문화 들여다보기 일터에서 말하다
만화로 배우는 우리말 국어 관련 소식
우리말 다듬기
심승훈(서울시청 홍보담당관실)
   “타겟이야? 타케트야?”
   업무 보고 자료를 만들던 동료 직원이 자꾸 헛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타깃입니다.”
   “뭐! 타깃? 타겟 아니었어? 이건 쓸 때마다 헛갈려 잘 정리가 안돼.”
   “그럼 싱가폴이야? 싱가포르야?”
   “싱가포르입니다.”
   “이것도 몇 번 들은 거 같은데 정리가 잘 안되는구먼.”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즐겨 사용하는 말 가운데 외래어와 외국어가 부쩍 늘어났다. 세계화니 국제화니 하는 구호 속에 영어를 중심으로 한 외국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사용 빈도가 더 늘어난 것 같다.
   일상 대화에서 적절하게 사용한 외래어는 화자(話者)를 좀 더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말보다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심지어 영어로는 알겠는데, 우리말로 옮기려면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외래어에 치이고 있는 우리말이 요즘에는 정체불명의 언어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 우리말 같으면서도 우리말이 아닌 언어. 흔히 말하는 채팅 언어가 바로 그것이다.
   방가방가, 추카추카, 기다리삼……. 이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우리말이다. 세종대왕이나 주시경 선생이 환생한다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지만, 청소년층은 물론 초등학생과 20대, 30대까지 계속 확산되고 있다.
   5년 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카페를 개설 운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게시판에 써놓은 정체불명의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뜻을 찾아보기도 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아이들은 이 왜곡된 우리말을 실생활에서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 때문에 알게 된 외국인 친구들이 있다. ‘한국말 하는 외국인 모임’ 친구들인데,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말을 서로에게 알려주며 우정을 나누고 있다.
   몇몇 친구들이 시작한 이 모임은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국인 친구들이 신입 회원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서울에 산다는 것과 한결같이 우리말에 애정이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최근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추카추카, 방가방가, 기다리삼 등 몇 년 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왜곡된 우리말에 대한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말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우리가 살면서 공기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말에 대한 소중함도 모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