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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야마 미라이(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일본)
   내가 처음 한국인을 만났을 때가 7년 전 여름이었다. 일본과 한국은 '가깝고 먼 나라'라고 하지만 그때까지 나에게 한국은 말 그대로 ‘이웃나라지만 모르는 나라’였다. 7년 전 한국에 관한 나의 지식은 '김치, 한복(일본에서는 치마저고리로 불린다) 안녕하세요' 일 정도로 많이 부족했다.
   7년 전 여름에 만났던 한국인 친구들과는 나이가 비슷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거리감이 없는 한국 문화의 영향에서인지 한순간에 친구가 되고 말았다. 일본 사람은 좋든 나쁘든 프라이버시를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사이가 좋아져서 마음속을 보여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내가 만난 한국 친구들은 만난 지 며칠 안 되었는데도 허물없이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바로 오래 된 친구처럼 친해져 버렸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왜 한국인들이 매일 모이면 술을 마시는지 (술을 무척 좋아하나봐), 왜 친구들 사이에 카메라 같은 물건을 공동으로 사용하는지 (다른 사람은 왜 자기 것을 안 갖고 오지?), 어느 한국 남자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들에게 “오빠라고 불러.”라고 했을 때, 다른 한국 남자들이 왜 떠들썩하게 하지 말라고 했었는지도 (오빠란 말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이 만남을 통해 나는 한국인 남자 친구(현재 남편)가 생겼다. 연애를 하면서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게 되었고 그때마다 한국 사람 또는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한국인은 혼자서 있는 것을 싫어하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한다는 것, 일본에서는 여성이 혼자서 세련된 카페에서 밥을 먹는 것은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는 밥을 혼자서 먹는 것은 외로운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 일본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데이트는 둘이서 하지만 한국에서는 데이트할 때 친구나 다른 커플과도 잘 놀러 간다는 것, 연인은 보통 하루에 몇 번이나 전화한다는 것 등등.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금도 한국 문화를 알아 가면서 놀라는 일이 많다. 위에서 말했듯이 한국 문화는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운 문화인데 결혼하고 나서 더욱더 그런 장면을 자주 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회사 상사나 동료들이 공식적인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이고 사생활까지 함께 보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집들이를 할 때도 반드시 회사 사람들을 집에 초대한다. 또 집들이에 온 손님들이 집 구석구석까지 돌아보는 것에는 매우 놀랐다. 일본에서는 침실이나 부엌은 그 집의 성역이며, 마음대로 들어가거나 손대면 실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봤을 때는 ‘아는 사인데 무엇을 그렇게 숨길 필요가 있어?’란다. 이런 것이 바로 문화 차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내 집을 보는 것은 차라리 괜찮다. 제일 곤란한 것은 내가 다른 사람 집, 특히 시댁에 갈 때다. 시부모님이 “마음대로 필요한 것을 꺼내서 사용해라”라고 말씀하시지만, 아직 일본 습관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나는 서랍을 마음대로 열거나 방 여기저기를 구경하거나 하는 것이 실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냉장고조차 여는 것도 아직 주저하게 된다. 시댁에 가면 며느리가 알아서 챙겨야 할 것도 많을 텐데……. 겁쟁이인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남편에게 “차 마시고 싶은데요”라고 귓속말을 하고 만다.
   일본인과 한국인은 얼굴이나 풍습이 비슷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같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역시 다른 나라인만큼 두 나라의 문화는 아주 다르다. 특히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그렇다. 나는 한국생활에 아직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해서 힘든 일도 있지만, 일본식 사고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를 즐길 수 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