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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은 한국농아인협회(회장 변승일)와 함께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 문장을 모아 그 구성 성분을 분석한 『한국 수화 문형 사전』(사륙배판, 1,247면)을 내놓았다. 장애인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 표준수화 규범제정' 사업(2000~2006년) 7개년 계획의 최종 결과물 중 하나인 이 사전에는 총 5,028개의 문장이 등재되어 있는데, 수도권 11명, 강원권 6명, 충청권 10명, 호남권 14명, 영남건 17명 등 모두 58명의 수화 능력이 우수한 장애들을 대상으로 촬영 조사와 면접 조사를 거쳐 이들이 사용한 문장을 분석한 것이다. 문장의 검토는 한국농아인협회 16개 시도 협회와 23개의 농학교에서 추천한 9명을 포함하여 모두 21명의 심의 위원들의 검토를 거침으로써 농인 사회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하였다.


   

   수화는 청각장애인들의 자연스러운 언어이다. 수화는 일반 청인의 청각적인 기호 체계 대신 손짓, 몸짓, 얼굴 표정 등으로 말의 뜻을 형상화한 동작이다. 수화에는 사물의 명칭이나 개념 등을 나타내는 단어, 단어와 단어가 합성되어 전혀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구와 관용어, 문법과 문체, 긴 어구와 문장을 구성하는 구성 요소 간의 통사 구조 관계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수화와 수화구나 관용어 및 문장들의 구조나 의미는 일반 청인들이 쓰고 있는 말(국어)의 구조나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한국어 대응식 수화 낱말들 중에는 이러한 장애인들의 자연수화와는 전혀 다른 국어를 그대로 가감 없이 직역한 것이거나 표현 양상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 것이 많이 있다. 이는 농학교의 청인 교사들이 수화를 가급적 국어의 의미에 가깝게 하기 위해 농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자연 수화 대신 장애인들에게는 외국어나 마찬가지인 한국어 대응식 표현 형식으로 변형하여 지도해 왔던 탓이 크다.
   그러므로 '한국 표준수화 규범제정' 사업 7개년 계획은 청각장애인들이 오랜 세월 일상생활 속에서 전하고 배운 자연식 수화를 표준화하고 체계화하는 데에 역점을 두었고 이를 통해 『한국수화사전』과 『한국수화 문형사전』이라는 최종 결과물을 이끌어냈다. 그러므로 두 사전의 편찬은 수화를 독립적인 하나의 언어로 선언하는 큰 의미를 갖는다.


   

   수화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져 발달해 왔다. 이는 음성 언어에서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수화 사투리’로 인한 청각장애인들의 불편은 의외로 크다. 농인들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기도,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로 살아남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형편은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소수자로 있을 수밖에 없는 청각장애인들의 사회적인 위치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고, 청각장애인 사이에서는 물론, 일반인과의 대화에도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형의 수화를 표준화해야 할 필요성은 일반 청인들이 쓰는 음성 언어 표준화보다 더 절실하다. 지금과 같이 TV 뉴스를 전하는 수화 통역사의 통역 내용을 청각 장애인들도 30~40%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수화 문형사전』의 발간은 한국 수화의 발전과 표준화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수화 문형사전』은 수화 사용자의 일상생활은 물론 청각 장애인 교육에도 활용되어 학교에서의 수화 통역, 방송에서의 수화 통역, 전국 수화통역센터에서의 수화 통역 등에서 활용됨으로써 수화의 표준화를 이루는 디딤돌로 쓰이게 될 것이다.
   ‘한국표준수화규범 제정’ 제1단계(2000~2006년) 계획이 완료됨에 따라 국립국어원은 제2단계(2007~2011년) 계획을 새롭게 수립하여 표준화된 한국수화에 의한 한국어 교육, 수화 전문용어 사전 편찬, 남북 수화 비교 연구, 다양한 수화 교육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국외 한국어 보급을 위해 추진되는 세종학당의 설립 및 운영과 관련하여 세종학당 자문위원회를 결성, 지난 4월 3일 오전 7시 서울 프라자 호텔 4층 오키드 홀에서 제1차 협의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협의회는 앞으로 세종학당의 운영 자문에 응할 위원들을 위촉하고, 세종학당의 설립 목적과 취지에 대해 자문위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자리였다.
   약 2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조찬 협의회에서 국립국어원의 이상규 원장은 문화상호주의에 입각한 개방형 한국어 시스템인 세종학당의 근본 취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과 함께 자문위원들의 협조를 당부하였다. 이른 시간에도 자리를 함께한 자문위원들은 세종학당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몽골 지역에 새로이 개설된 몽골 국립사범대학 세종학당의 개설과정에 대한 사진과 자료도 보고되었다.


   
   국립국어원과 이계진 의원실에서는 2007년 4월 4일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국어 발전 기본 계획과 세종학당에 관한 국회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이 토론회는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국민에게 좀더 많이 알려 국민의 성원 속에 국어발전기본계획이 추진될 수 있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열망하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준비한 것이다.
   첫 번째 기본 발제는 이장협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장이 ‘국어발전기본계획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였다. 그는 국어 환경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한 후, “이제 한민족의 언어에서 세계 속의 언어로 국어 정책의 기본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3대 중점 추진 과제(1.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연수 체계 정비, 2. 동북아 지역 거점 기반 한국어 문화권역 확대 전략 추진, 3. 다국어 지원 한국어 학습용 웹사전 편찬)와 10대 부문별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10대 부문별 추진 과제로는 “1. 올바른 국어 사용을 위한 국가 언어 정책의 확산, 2. 남북 언어 교류 확대 및 국제 교류 협력망 구축, 3. 소외 계층을 위한 언어 복지 시책 강화, 4. 국어 사용 환경 개선과 국민의 의사소통 증진, 5. 국민의 국어 능력 증진 여건 조성, 6. 언어 사용의 다양성 조사, 7.「표준국어대사전」의 정비 및 맞춤형 사전 편찬, 8. 국어 정보망 구축과 통합 정보 시스템 운영, 9. 국어 문화유산의 보전과 한글의 산업화, 10. 국어 문화 확산을 위한 홍보 활동 강화”를 제시하였다.
   그의 발표 가운데 ‘국립국어원의 국어문화학교를 국어전문교육과정으로 운영하다가 이를 언어정책대학원으로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계획’과 ‘세종학당에서 사용할 현지 특화형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 지원을 위한 언어권별 대역사전(학습용 웹사전)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눈길을 끌었다. 또 어문규범 영향평가의 정기적 실시, 남북 언어교류 활성화, 국어 순화 사업의 강화, 대중매체 언어의 사용 환경 개선, 국가전문용어표준화센터 설치·운영, 공문서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언어 표현 개선, 교과서·법령문 등의 감수 제도 정착, 국제결혼 이주 여성 등의 한국어 교육 확대, 국어상담소 지역별 국어 문화운동 거점화, 국어 사용 실태의 정기적 조사, 국어 정보 종합 사이트 개발과 운영, 국어 능력 향상 학습 시스템 개발, 한국어 다양성 체험관 설립 따위를 제시했다.
   토론에 나선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은 전체 발표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국어발전기본계획은 목표치가 추상적이란 생각이 들고, 세부 추진 방안이 없다며 아쉬움을 표시했고, 국립국어원과 시민 사회를 연계해서 국어 환경 개선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는 권고도 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권재일 교수는 토론으로 사업 수행의 성공 여부는 확실한 예산의 뒷받침에 달려 있는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946억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훨씬 더 적극적인 예산 확보 노력을 하고 정부와 국회는 예산 지원의 의지를 드높여 주기를 당부했다. 또 국어 보전과 발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규제가 따라야 한다며, 이와 관련하여 국어기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데 국어 정책 당국자들이나 국회에서 개정 의지가 있는지 또 그를 실천할 방안은 있는지 물었다.
   두 번째 기본 발제는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의 ‘한국어 교육의 현황과 세종학당 운영 방향’이었다. 그는 “중국의 공자학원은 10개년 계획으로 우리의 10배인 4천억을 투자하는데 국내 10개 대학에 이미 개설하거나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여 한국어 문화권역 확대 전략으로 세종학당을 통한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세종학당이 추진하려는 한국어 교육의 방향은 어느 한 나라의 문화를 타국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문화 상호주의 원칙에서 쌍방향 문화 교류의 성격을 지니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 지역에 개설될 세종학당의 설립 목적은 아시아적 문화 연대와 현지인 노동 인력의 고용 창출을 위한 한국어 문화의 교류와 한국어 교육의 진흥이며, 대중적 한국어 문화의 교육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조항록 국제한국어교육회장은 “지금까지는 정부에서 한국어의 국외 확산을 추구하면서도 비전이나 목표 제시가 분명하지 않았으나 이번 국어발전기본계획에서 제시한 ‘국가 성장 동력의 확보’, ‘아시아적 문화 공동체의 실현’, ‘다인종·다민족 국가의 준비’, ‘소통·나눔의 한국어 교육’이라는 목표는 현 시대 흐름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라고 평가하였다. 한국어 국외 보급이 대학 중심이 아닌 대중으로의 확산이 목표라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며, 앞으로 교재와 교육 과정의 개발, 교수법 연구, 교원 양성 등에서 민간과 적극 협력할 것을 주문했다.
   송향근 이중언어학회장은 “세종학당에서는 기존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과는 그 목표를 달리하여 문화 상호주의에 입각한 쌍방향의 대중적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지향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로 현지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표현과 이해가 가능하도록 현지 특화형 교재,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개발하여 보급한다면 현지 밀착형 한국어 교재 개발의 한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또 “세종학당에 파견할 교사를 선발할 때 현지인 교사의 임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고,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자에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한국어 교원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해외 현지에서 일정 기간의 보수 교육을 통한 한국어교원 자격 부여의 방안을 찾아야 할텐데,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예비 교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참석자가 120여 명이나 되어 국회 의원회관을 가득 메웠다. 이 날 토론회 자리에는 김기현 의원, 김명자 의원, 김재윤 의원, 박찬석 의원, 배일도 의원, 신기남 의원, 심재엽 의원, 이계진 의원, 이재웅 의원, 정종복 의원, 최구식 의원, 허천 의원 등 여러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여 이번 행사에 큰 관심을 보여 주었으며 이 중 조배숙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박찬석 의원, 신기남 의원, 김재윤 의원, 이계진 의원은 축사를 해 주었다. 이 외에도 한글학회, 한국어문회, 국어문화운동본부, 국제한국어교육학회, 이중언어학회 등 국어 관련 학회와 단체의 회원들도 다수 참석하여 토론에 참여하였다.
   이계진 의원과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은 행사에 참석한 분들이 보여 주신 관심과 성원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하고 행사를 마쳤다. 특히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은 이번 행사를 바탕으로 국립국어원은 국어 발전 기본 계획에 따라 수립된 국어 정책과 한국어 교육 진흥 정책을 더욱 정성스럽고 힘차게 추진해 나갈 것이며, 토론회 자리에서 나왔던 좋은 의견들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 토론회의 구체적 성과는 ‘국어 발전 기본 계획’과 ‘세종학당’의 의의와 추진 방안 등에 대한 대국회, 대국민 홍보로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예산 지원에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한 데에 있다.
   앞으로도 국립국어원은 대국회, 대국민 홍보에 계속 노력할 것이다. 국민의 성원 속에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추진하고 더 탄탄한 국어 발전 시행 계획을 마련하는 일,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 시책을 추진하는 일, 국내외 한국어 교육의 점증하는 수요에 더욱 잘 부응하는 일을 과제로 삼아 국민에게 자세히 알리고 중요 시책들을 꾸준히 실천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