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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수사법에 따른 것으로는 현상이나 사물을 비교하거나 차이 등을 살피는 비유·비교법형, 힘찬 문장으로 인상(印象)을 강하게 하는 강조법형, 용법에 따라 어형을 바꾸는 변화법형으로 대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수사법의 한 갈래인 변화법형을 찾아본다.


   

   ‘변화법형’은 용법에 따라 어형을 바꾸는 유형으로, 연쇄법형, 첫 자(字) 활용법형, 끝 자(字) 활용법형, 생략법형, 문답법형, 묵언법형, 무자(無字)컷형, 중략법형, 주저법형, 미화법형, 곡언법형, 피판법형(避版法型), 풍자법형, 냉조법형, 인과법형, 역접법형, 익심법형, 산문체법형 등으로 나뉜다. 이 자리에서는 연쇄법형, 첫 자 활용법형, 끝 자 활용법형을 적용한 예를 보기로 한다.

   

   ‘연쇄법형’은 사물·현상이 사슬처럼 이어져 통일체를 이루는 유형을 말한다.

   

(문화일보 전지면 2004. 5. 24. 6. 김택근 · 구자건)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총리가 개각을 둘러싸고 노대통령은 강행 의지를 피력했지만 고 총리가 각료 제청을 거부했다는 내용을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했다. 상대방의 성(姓)을 영어 단어로 바꿔 “강행하겠다”와 “안 된다”를 외치게 하고 있다. 영어 제목이 눈에 거슬렀지만 절묘한 대입(代入)이다. 이 제목을 달고 기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이런 희열이 편집기자를 살아 있게 만든다. 전혀 억지가 없으면서도 재치 넘치는 창의가 돋보인다.

   

   ‘첫 자 활용법형’은 한 문장을 둘 이상으로 적절히 나눠 그 첫 글자끼리 모으면 기사의 주제나 소재가 되는 유형을 말한다.

   

(대전일보 이우정 2006. 1. 6. 25. 홍휘권)

   마술을 배우는 중학생 이야기를 다룬 제목이다. 마술 기사를 읽으면서 편집기자도 제목에 마술을 부리고 말았다. ‘마음먹은 대로’와 ‘술술 풀려라’를 아래위로 써서 ‘마술’이라는 글자를 만들어냈다. ‘올 한 해의 모든 일’이라는 어깨제목과도 절묘한 화합을 이룬다.

   
(대전매일 강춘규 2003. 7. 4. 27. 조시행)

   ‘요술 같은 '몸사위' 심신이 가뿐해요’는 제목 내용보다 두 줄로 절묘하게 배치해서 '요가'라는 기사의 주제를 돋보이게 만든 점을 높이 샀다. 레이아웃(배치 · 배열) 부문에 출품했어도 수상작으로 뽑힐 만큼 제목과 레이아웃 모두 우수한 지면이다.

   
(국민일보 신귀중 2003. 3. 10. 35. 이대영)

   ‘봄의 피로 나른함도 물러가죠’는 봄나물에 비타민·철분 등 영소가 풍부해 춘곤증을 극복하는 데에 적격이라는 다소 상식적인 기사를 처리하면서 ‘봄나물’이라는 글자 하나하나에 세 글자씩을 덧붙여 밋밋한 제목을 맛깔스럽게 다듬어낸 센스가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끝 자 활용법형’은 한 문장을 둘 이상으로 적절히 나눠 그 끝 글자끼리 모으면 기사의 주제나 소재가 되는 유형을 말한다.

   

(전자신문 장관진 2006. 1. 1. 51. 홍휘권)

   한류의 확산은 이미 타 신문 방송에서 많이 다뤄진 소재다. 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몰라도 상당수가 그냥 지나칠 버릴 기사였다. 편집자가 그것을 생각 안 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목에 재주를 부렸다. ‘거대한’과 ‘초일류’에서 한 자씩 제목을 크게 써서 ‘한류’라는 단어를 부각하였다. 편집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지면의 운명을 바꾸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