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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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국어학의 연구 동향
  음성학·음운론
신지영 / 고려대
  1. 서론

  이 글은 2003년 한 해 동안 발표된 국어 음성학·음운론 관련 연구들을 개관하고 연구의 동향을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한 해 동안에 발표된 국어 음성학·음운론 분야의 모든 논저를 개괄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이전의 연구와 대별되는 특징적인 사항들을 기술하고 흐름을 잡아서 앞으로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개별 연구들에 대한 상세한 소개보다는 전체적인 동향을 개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보려고 한다.
  이 글의 집필을 위해서 필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립국어연구원 쪽에서 조사하여 2차에 걸쳐서 보내 주었던 논저 목록을 수정·보완하는 작업이었다. 목록에 대한 수정·보완 작업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소극적으로 이루어졌음을 고백한다. 소극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제공한 목록을 기본적으로 믿고 의지하되, 목록에 제시된 자료를 찾아서 잘못 분류된 것을 수정하고, 필자가 알고 있는 몇몇 누락된 자료를 보충하는 정도의 수정·보완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과정은 다분히 필자의 주관적인 잣대로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여타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음성학·음운론 분야의 논저들도 인접 분야, 혹은 인접 학문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일부 논저의 경우에 대해서는 그 소속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는 국어사 혹은 문자 및 표기법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으며, 또 일부는 국어 교육 혹은 한국어 교육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고, 일부는 음성 공학 쪽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음성 공학과 연계된 논문의 경우는 지나치게 공학 쪽 논문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논저 목록에서 제외하였다. 하지만 국어학의 여타 분야와 연계되어 있는 경우에는 논저 목록에서 굳이 제외하지 않았다. 다만, 국어학의 여타 분야와 연계되어 있는 경우에는 여타 분야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중복 소개될 수 있을 것을 고려하여 가능하면 이 글에서는 소개하는 비중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하였다.
  2003년 한 해 동안 음성학·음운론 분야에서는 110여 명의 연구자들이 다양한 연구 주제를 대상으로 총 134편의 논저를 발표하였다. 2003년 음성학·음운론 분야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 거의 동시에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3종의 국어 음운론 개론서가 출판되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연구의 주제가 다양화되었다는 것 또한 중요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다.
  134편의 논저를 발표 유형에 따라서 나누어 보면, 단행본이 8편, 학위 논문 26편, 일반 논문은 100편이었다. 또한, 이들을 내용별로는 나누어 보면, 음성학 관련이 23편(약 17%), 음운론 관련이 111편(약 83%)으로 음운론 관련 논저가 음성학 관련 논저에 비하여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음성학 관련 23편의 구성은 단행본 1편, 석사 논문 4편, 일반 논문 18편이었으며, 음운론 관련 111편의 구성은 단행본 7편, 박사 논문 2편, 석사 논문 20편, 일반 논문 82편과 같았다. <표 1>은 2003년 발표된 논저를 발표 유형별, 내용별로 나누어 정리한 것이다.

<표 1> 2003년 논저의 발표 유형별, 내용별 분류
  단행본 학위 논문 일반 논문
박사 석사
음성학 1 0 4 18 23
음운론 7 2 20 82 111
8 2 24 100 134

  이 글에서는 대상이 된 134편의 논저를 발표 유형별로 대별하여 기술하되, 학위 논문과 일반 논문의 경우는 내용을 기준으로 하위 영역으로 나누어 기술할 것이다. 소개된 논저의 순서는 각 항목별로 저자의 이름 가나다순임을 밝힌다.


  2. 단행본

  2003년에 출간된 단행본은 모두 8편이었다. 이 8편의 단행본 중에서 음성학과 관련된 단행본은 1편, 음운론과 관련된 단행본은 7편이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음운 변화의 원인과 과정』(신승용)과 『조선조 운서 한자음의 전승 양상과 정리 규범』(이승자)은 박사 학위 논문을 수정, 보완하여 출판한 것이고, 『국어 음운학의 이해』(구현옥)는 1999년에 출판된 같은 제목의 책을 수정, 증보하여 출판한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 세 편의 단행본을 제외한 5편에 대하여 소개하려고 한다. 이 다섯 편의 단행본 중에서 음성학과 관련된 것이 1편, 음운론과 관련된 것이 4편이다.
  그럼, 먼저 음성학 분야의 단행본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음성학과 공학의 만남』(성철재, 심소희, 정슬)은 2003년 한 해 동안 출간된 유일한 음성학 관련 단행본다. 이 책은 1999년부터 2년간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로 진행된 협동 과제의 결과물로 편찬된 것이다. 과제의 목표는 음성 인식 기술을 응용하여 한국인 학습자들이 중국어의 성조를 학습하는 데 유용한 학습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일반 음성학적 배경, 중국어 성조에 대한 음향적 특징, 그리고 중국어 성조형의 인식을 위한 공학적인 배경이 기술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음운론 분야의 단행본 4종을 살펴보기로 하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2003년은 어느 해보다도 국어 음운론 개론서가 풍부하게 출간된 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동시에 3종의 개론서가 출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국어 음운론을 소개하는 개론서들이 그렇게 풍부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아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 종류의 개론서는 각각 『한국어 음운론』(강옥미), 『한국어의 발음』(배주채), 『우리말 소리의 체계』(신지영, 차재은)이다. 이 세 개론서들은 서로 아주 다른 특징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국어 음운론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럼, 이제 각 연구서를 간략히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한국어 음운론』(강옥미)은 모두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특징으로는 SPE 이후에 제안된 음운론의 여러 가지 이론들을 소개하고, 한국어 음운 현상의 설명에 이 이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수행되어 온 국어 이론 음운론 관련 연구 성과들이 적절히 소개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각 장마다 연습 문제가 있고, 이에 대한 해답이 제공되어 있어서 학습자들이 각 단원에서 학습한 내용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의 발음』(배주채)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한국어의 발음에 관한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책으로 한국어의 발음과 관련된 풍부한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책은 한국어의 발음과 관련된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 옆에 두고 펴 보기 아주 좋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찾아보기 항목에 ‘어형 찾아보기’가 제공되어 있어서 발음이 궁금한 어형과 관련된 해설을 찾아보기 아주 편하게 구성된 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한자어와 외래어의 발음과 관련된 사항까지 망라되어 있다는 것도 꼭 언급하고 싶다.
  『우리말 소리의 체계』(신지영, 차재은)는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특징적인 부분으로는 첫째 음성학과 관련된 사항이 여타의 음운론 개론서에 비하여 친절하고 자세한다는 것, 둘째 올바른 음성 전사를 돕기 위한 국제 음성 기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다는 것, 셋째 한국어의 운율적 구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다는 것, 넷째 한국어의 음운 현상을 단어 차원에서만 관찰·설명하지 않고, 단어 차원을 넘어 발화 차원으로 넓혀서 음운 현상과 운율 단위와의 관계를 논의한 것, 다섯째 한국어의 말소리 제약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영남 방언 성조 비교』(김차균)는 경상 방언 성조에 대한 방대한 자료집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성조 언어이면서 성조형의 실현이 다른 경북과 경남 방언 성조를 비교하여 기술한 책이다. 경북 방언으로는 안동 방언이, 경남 방언으로는 밀양 방언과 창원 방언을 바탕으로 성조형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 이루어져 있다. 안동과 밀양 방언의 성조형은 방언 조사를 통해 직접 채록한 자료가 사용되었고, 창원 방언의 경우는 창원 방언 화자인 연구자 자신의 방언형을 채록하여 자료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밀양·안동 방언에 대한 음운론적 기술이 성조에 중심을 두고 이루어져 있다. 두 방언의 음운 체계에 대한 기술과 함께 두 방언 성조형의 자료가 창원 방언의 성조형과 함께 상세히 제시되어 있다. 2부에는 창원·밀양·안동 방언 피·사동사의 성조형이 비교되어 있다. 3부에는 대화체의 발화 안에서 어절이나 낱말이 가진 성조형들이 결합될 때 나타나는 성조 현상들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져 있으며, 4부에는 대구 방언과 창원 방언의 자료를 바탕으로 열린 연접이 개입된 경우와 개입되지 않은 경우에 나타나는 성조형의 비교를 통하여 열린 연접의 앞쪽에 나타나는 거성과 평성이 각각 반거성과 반평성으로 실현된다는 사실이 기술되어 있다. 이와 아울러 창원, 안동, 밀양 방언의 발화 단위의 성조형에 대한 자료와 성조형의 결합에서 나타나는 성조형의 변화 양상과 관련된 자료가 부록으로 제시되어 있다.


  3. 학위 논문

  2003년에 발표된 학위 논문은 모두 26편이었다. 학위별로는 박사 학위 논문이 2편, 석사 학위 논문이 24편이었다. 연구 분야별로는 음성학적 연구가 4편, 음운론적 연구가 22편이었다.
  음성학 관련 논문은 모두 중앙어와 관련된 것이어서 방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음성학적 연구 중에는 한국어와 일본어의 비교 언어학적 연구를 시도한 것이 2편 있는데 모두 일어일문학과의 학위 논문이었다.
  음운론 연구 중에는 현대 국어에 대한 연구가 16편, 음운사적 연구가 6편 있었다. 현대 국어에 대한 연구 중에는 중앙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11편, 방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4편, 그리고 기타 통신 언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1편이었다. 중앙어를 대상으로 한 현대 국어 음운론 연구 11편 중에서는 국어 교육과 관련된 논문 2편, 언어 습득과 관련된 논문 1편, 언어 심리학과 관련된 논문 2편, 그리고 비교 언어학적 연구 2편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음운사적 연구 6편 중에는 근대 국어와 관련된 연구가 3편, 해당 주제에 대한 통시적인 연구를 시도한 것이 3편 있었다. 통시적 연구 중에서 1편은 특정 방언을 반영한 자료를 연구의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3.1. 박사 학위 논문

  2003년에 발표된 박사 논문은 모두 두 편으로 〈경상도 방언의 모음 체계 변천에 관한 통시적 연구〉(박종덕)와 〈의주 방언의 음운론적 연구〉(한성우)가 그것이다. 박사 논문은 예년에 비하여 적은 편이었으며, 공교롭게도 모두 방언과 관련된 연구였다. 하지만 〈경상도 방언의 모음 체계 변천에 관한 통시적 연구〉(박종덕)는 음운사적 연구임에 비하여 〈의주 방언의 음운론적 연구〉(한성우)는 현대 국어에 대한 공시적 연구라는 차이를 갖는다. 그럼, 이 두 편의 박사 논문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경상도 방언의 모음 체계 변천에 관한 통시적 연구〉(박종덕)는 경상 방언이 반영된 문헌 자료를 연구의 대상으로 한정하여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경상 방언의 모음 체계를 고찰한 것이다. 현재 경상 방언에서 대립을 잃은 /ㅔ/와 /ㅐ/, /ㅡ/와 /ㅓ/, 그리고 대부분의 방언에서 단모음의 지위를 잃은 /ㅚ/와 /ㅟ/, 사적으로 음가를 잃은 /·/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 연구는 경상 방언의 모음 체계는 15세기에는 중앙어와 차이를 보이지 않는 7모음 체계였으며, 이러한 7모음 체계는 16세기까지 계속된 것으로 보았다. 16세기에 생성의 기미를 보였던 단모음 /ㅔ/와 /ㅐ/가 17세기 완전히 음소로 생성되면서 17세기에는 9모음 체계를 갖게 된 것으로 보았다. 17세기에 생성의 기미를 보이던 단모음 /ㅚ/와 /ㅟ/는 18세기 전기에 이르러 음소로서 지위를 얻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18세기 전기의 경상 방언은 11모음 체계를 갖게 된 것으로 보았다. 이 11모음 체계는 18세기 중·말엽에 이르러 /·/가 음소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면서 10모음 체계가 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19세기에 이르러 /ㅡ/와 /ㅓ/의 변별이 중화되면서 9모음 체계가 되었다가 20세기를 지나면서 현재의 6모음 체계가 된 것으로 보았다.
  〈의주 방언의 음운론적 연구〉(한성우)는 중국 단동 지역에 살고 있는 의주 출신 화자 세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주 방언의 음운론적 측면들을 살펴본 논문이다. 의주 방언의 음운 체계는 물론, 음운 현상을 형태소 내부, 파생과 합성, 그리고 곡용과 활용으로 나누어 상세히 기술하였다. 아울러 1877년에 간행되어 19세기 후기 의주 방언이 충실히 반영된 John Ross의 ‘Corean Primer’를 주된 자료로 하고, 小倉進平1) 小倉進平(1944) 『朝鮮語方言の 硏究(上下)』, 東京: 岩波書店 과 한영순2) 의 연구를 보조 자료로 하여 이 시기 의주 방언의 음운론적 측면을 살펴본 후에, 두 시기 자료의 비교를 통하여 변화 양상을 알아보기도 하였다.

  3.2. 석사 학위 논문

  2003년에 발표된 24편의 석사 논문 중에는 음성학 논문이 4편, 음운론 논문이 20편이었다. 음성학 논문은 모두 중앙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음성학 논문 중에는 비교 언어학적 연구가 2편 포함되어 있는데 모두 한국어와 일본어의 비교 연구였다.
  음운론 논문 20편 중에는 현대 국어에 대한 연구가 15편, 음운사적 연구가 5편 있었다. 현대 국어에 대한 연구 15편 중에는 중앙어를 대상으로 한 것이 11편, 방언을 대상으로 한 것이 3편, 그리고 통신 언어를 대상으로 한 것이 1편이었다. 현대 국어 중앙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 중에는 음소 습득과 관련된 연구 1편과 심리 언어학적 연구가 2편, 그리고 일본어와의 비교 언어학적 연구가 2편 포함되어 있다. 음운사적 연구 5편 중에서 3편이 근대 국어에 대한 연구였고, 나머지 2편은 해당 주제에 대한 통시적 연구를 시도한 것이었다. <표 2>는 2003년에 발표된 석사 학위 논문의 내용별 분류를 정리한 것이다.

<표 2> 2003년 석사 학위 논문 내용별 분류
  현대 국어 음운사
중앙어 방언 기타 
(통신 언어)
근대 국어 통시적
음성학 4 0 0 0 0 4
음운론 11 3 1 3 2 20
15 3 1 3 2 24

  이 시기 현대 국어 음성학·음운론 분야의 석사 논문에서 눈에 뜨이는 특징은 이론적인 연구보다는 자료에 기반한 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인 연구로는 최적성 이론을 기반으로 한 〈한국어 중첩 현상에서의 표면형 대응 이론〉(이하영)과 음절 경계를 사이에 두고 연결되는 두 자음 사이에 일어나는 음운 현상을 자음의 세기와 관련된 현상으로 설명하려 한 〈국어의 자음 세기〉(임현진) 두 편에 불과하다.
  자료에 기반한 연구 중에는 음성 자료를 활용한 연구가 눈에 뜨인다. 〈국어 연구개 비음/ㅇ/의 음절 내 위치에 대한 실험음성학적 연구〉(노석은)는 그간 국어 음운론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초성에 위치할 수 없는 음소로 분류하였던 연구개 비음 /ㅇ/의 음절 내 위치에 대한 음성학적인 증거를 비강 기류량의 측정을 통하여 알아보려 한 연구였다. 이 외에 〈한국어 문장에 나타난 초점의 운율적 특징〉(유정)은 한국어의 초점이 운율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하여 발화 자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후음 /ㅎ/의 변이와 음운현상 고찰〉(강지수)은 한국어 후음의 음성 자료를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체언과 조사 결합 형태의 비규범적 발음에 대한 연구〉(임현열) 역시 자료를 기초로 연구를 수행한 것이다. 체언과 모음 조사의 결합 형태에서 나타나는 비규범적인 발음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하여 10대에서 50대에 걸친 총 30명의 화자(남:여 = 19:11)에게 체언과 조사의 결합이 포함된 154개의 문장을 낭독하게 하고 이를 녹음하여 분석하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언과 모음 조사의 결합 시에는 규범적인 제 음가대로의 연음형보다는 대표음 변형 후 연음형이 훨씬 일반적이었다. 연구자는 이러한 현상이 체언의 독립성과 유관하다고 해석하였다.
  음운사와 관련된 5편의 연구(〈내림겹홀소리 ‘ㅚ’, ‘ㅟ’의 홑홀소리되기 과정〉(김선화), 〈국어 어간말 자음군의 형성과 변화에 대한 연구〉(김유섭), 〈‘ㅎ’ 말음 체언 연구〉(윤국한), 〈<광재물보>의 표기법과 음운 현상 연구〉(윤향림), 〈<삼운성휘> 한자음 성모체계 고찰〉(이준환)는 국어사 분야에서 개관할 것을 믿고, 여기서는 소개를 생략한다.


  4. 일반 논문

  2003년 발표된 음성학·음운론 관련 일반 논문은 모두 100편이었다. 이 중에서 음성학 논문은 18편, 음운론 논문은 82편이었다. 일반 논문의 연구 동향에 대해서는 음성학과 음운론으로 나누어 기술하도록 하겠다.

  4.1. 음성학

  앞서도 언급했듯이 음성학 관련 일반 논문은 모두 18편으로 일반 논문 전체의 18%를 차지하였다. 18편의 연구를 내용별로 나누어 보면, 우선 중앙어에 대한 연구가 16편, 방언에 대한 연구가 2편이었다. 중앙어에 대한 연구 안에는 비교 언어학적 연구 3편과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연구 2편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 논문들을 검토하여 2003년 음성학 연구의 동향을 개괄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부분의 연구가 중앙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2편 있었는데 모두 경상 방언과 관련된 연구였다. 특히 이 중에서 “경상 방언과 서울 방언의 VOT 지속 시간에 대한 비교 연구”(조민하, 신지영)는 중앙어와 방언 사이의 음성적 특징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두 번째로는 운율보다는 분절음에 연구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운율에 관한 연구는 단지 2편에 불과했다. 운율에 대한 연구가 미약하기는 했지만, “한국어에서의 공손함을 나타내는 운율적 특성에 관한 연구”(고현주, 김상훈, 김종진)는 화자의 태도와 관련된 음성적인 특성을 찾아보고자 한 시도로 흥미롭다.
  세 번째로 음성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관련된 논의가 3편 발표된 것도 특징적인데, 특히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음성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방안을 모색한 “한국어 발음 교육을 위한 음성 DB 구축 방안”(정명숙)과 음성 코퍼스의 효율적인 구축을 위한 분절음과 운율 레이블링 기준안을 제안하고 있는 “음성 코퍼스 구축을 위한 SiTEC 분절음·운율 레이블링 기준의 검토 및 제안”(이숙향 외)이 눈에 뜨인다.
  그럼, 이제 개별적인 연구들 중에서 필자의 흥미를 끌었던 연구들을 중심으로 음성학 분야의 논문들부터 소개해 보고자 한다.
  “경상 방언과 서울 방언의 VOT 지속 시간에 대한 비교 연구”(조민하, 신지영)는 중앙어와는 다른 방언의 음성학적인 특징에 주목한 점에서 흥미롭다. 어두에 폐쇄음이 포함된 590개 단어에 대한 경남 화자 4명과 서울 화자 4명의 발화 자료를 대상으로 VOT를 측정하여 방언적인 차이를 논의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경남 화자의 VOT 값은 서울 화자의 VOT 값에 비하여 전반적으로 짧았으며, 특히 그 차이는 평음에서 두드러졌다. 또한 서울 화자의 경우는 평음과 기음의 VOT 값의 범위가 서로 겹쳐서 나타나는 반면에 경남 화자의 경우는 평음과 기음의 VOT 값의 범위가 중첩되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한국어 장애음의 강도 특성”(박한상)은 한국어 장애음 /t, t*, th, tɕ, tɕ*, tɕh, s, s*/에 후행하는 모음의 강도를 어두와 어중 환경에서 모음의 전체 구간과 모음 시작 512 표본 구간(약 23ms)에서 측정하고 발성 유형에 따른 강도 특성을 알아보았다. 연구 결과 어두 환경에서는 모음 구간 전체와 512 표본 구간 모두에서 경음 > 기음 > 평음의 순으로 강도가 센 것으로 나타났으나, 어중 환경에서는 평음의 유성음화로 인하여 모음 전체 구간에서는 경음 > 평음 = 기음, 512 표본 구간에서는 모음 > 평음 > 기음의 순으로 강도가 센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과 사상 체질: 음원을 중심으로”(문승재, 박종주, 황혜정)는 사상 체질과 음성 사이의 상관 관계를 밝히고자 한 것이다. 특히 음원적 특성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여 소양인의 배음 구조가 일정한 모습을 나타낸다는 특징을 발견하였다.
  “위장 발화 방법의 차이가 청취 판단에 미치는 영향”(송민창, 신지영, 강선미)은 낮은 음성, 코 막음 음성, 가성, 속삭이는 음성의 네 가지 방법으로 위장을 시도한 음성에 대한 청취 실험을 통하여 어떠한 위장 방법이 어떠한 음성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높거나 낮은 위장 성공률을 보이는가를 알아보았다. 연구 결과 가성과 속삭이는 음성이, 낮은 음성이나 코 막음 음성에 비하여 높은 위장 성공률을 보였으며 이러한 결과는 모음의 포만트 값의 변화율과 유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성공률이 높은 가성이나 속삭이는 음성이, 낮은 음성이나 코 막음 음성에 비하여 포만트 값의 변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에서의 공손함을 나타내는 운율적 특성에 관한 연구”(고현주, 김상훈, 김종진)는 대화체 음성 합성기의 자연성 증진을 위한 예비 연구로서 한국어에서 공손함을 나타내는 운율적인 특징이 무엇인가를 총 10명의 발화 자료를 분석하여 알아보았다. 기본 주파수 특성에서는 공손함과 연결되는 특성을 찾지 못했지만, 발화 속도가 공손함의 중요한 운율적 특성 중의 하나라고 제안하였다.
  “일본인과 중국인의 한국어 억양”(정명숙)은 일본인과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이 보이는 억양 오류의 유형 분석을 통하여 학습자들이 보이는 오류 유형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모국어 간섭 효과에 의한 것임을 보였다. 따라서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올바른 억양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모국어 간섭 효과를 고려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4.2. 음운론

  음운론 관련 일반 논문은 모두 82편이 발표되었다. 음운론 논문은 현대 국어에 대한 연구와 음운사적 연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대 국어 음운론 관련 논문은 모두 57편이, 음운사 관련 연구는 모두 25편이 발표되었다. 현대 국어 음운론 연구 중에는 중앙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39편, 방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18편이었다. 한편, 음운사 연구 25편의 대부분은 중앙어에 관한 것이었지만, 방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1편 있었다. <표 3>은 음운론 연구를 내용별로 분류하여 정리한 것이다.

<표 3 > 2003년 음운론 관련 일반 논문의 내용별 분류
  현대 국어 음운사
중앙어 방언 중앙어 방언
39 18 24 1 82

  현대 국어에 대한 연구 중에는 비교 언어학적 연구가 2편(“한국인과 일본인의 음절 의식에 대한 대조 연구” 오미영, “실제 발화 상황에서 프랑스어와 한국어의 음절 구조 비교” 이은영), 국어 교육과 관련된 연구가 2편(“표준 발음의 실제와 표준 발음법 교육의 필요성-중등교육을 중심으로-” 신승용, “국어 지식 영역 음운 관련 단원의 내용 검토” 이문규),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연구가 2편(“어말 음절 구조의 특성과 한국어 교육적 접근” 김선정, “한국어 교육을 위한 중간 언어 음운론 기초 연구: 지배 음운론의 관점에 입각한 한국어 모음 현상 분석” 허용), 음성 공학과 관련된 연구가 4편(“자동 발음열 생성을 위한 한국어 음운 현상의 계량적 연구” 김선희, “한국어 자동 발음열 생성을 위한 예외 발음 사전 구축” 김선희, “한국어 자동 발음열 생성 시스템을 위한 예외 발음 연구” 김선희, “한국어 음성 인식을 위한 음운 규칙에 대한 연구” 유재원) 포함되어 있다.
  연구 방법론으로는 최적성 이론을 적용한 설명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적성 이론의 틀에서 음운론적 사항을 설명하고 있는 논문은 모두 15편으로, 이 중에는 방언을 대상으로 한 연구 4편과 음운사 관련 연구 2편이 포함되어 있다.
  실험 음운론적 방법을 이용한 연구도 눈에 뜨인다. 실험 음운론(Experimental Phonology, 혹은 Labaratory phonology)이란 발화된 음성 자료의 분석을 통하여 음운론적 해석을 시도하는 방법론을 의미한다. 모두 2편(“우리말 어휘 빈도 정보와 분절음 탈락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차재은, “공명음 사이의 /ㅎ/의 실현에 대한 음성, 음운론적 고찰” 차재은, 정명숙, 신지영)의 논문이 이러한 방법론을 이용하여 연구되었다. 2편의 논문 모두 기존의 음운론에서 ‘수의적’이라고 분류된 음운 현상에 대하여 그 수의성을 결정짓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밝히고자 하였다.
  현대 국어 방언 연구 분야에서는 연구 대상 방언의 편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2003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의 대상으로는 단연 성조를 가지고 있는 방언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방언 성조와 관련된 연구가, 총 18편의 연구 중에서 8편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 국어 방언 연구에서는 앞으로 연구 대상 방언의 다각화가 필요하며, 성조 방언권의 연구에서는 성조 이외의 현상에 대한 연구로 연구 주제를 확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음운사 분야에서는 근대 국어보다는 중세 국어 혹은 그 이전의 국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더 많았으며, 한 시기에 대한 공시적 연구보다는 통시적 연구가 많았다.
  그럼, 이제 음운론 연구에서 필자의 흥미를 끌었던 논문 몇 편을 현대 국어 중앙어에 대한 연구, 현대 국어 방언에 대한 연구, 음운사 연구의 순으로 소개해 보겠다.
  “The status of onglides in Korean: evidece from speech errors”(강경심)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관찰된 600개의 발화 실수 자료의 분석을 바탕으로 /w/와 /j/ 활음이 음절 구조 내에서 초성으로가 아니라 음절핵으로 음절화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j/ 활음과 /w/ 활음이 발화 실수의 빈도에서 차이를 보였음을 지적하면서 /w/ 활음의 [+ 원순성]이 자연 발화에서 실수를 산출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았다.
  “한자어의 구조와 두음법칙”(배주채)은 한자어에서 관찰되는 두음법칙을 한자어의 구조와 연결시켜 설명한 것이다. 연구자는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는 한자어의 형태론적 환경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두음법칙의 적용 대상인 단어는 한자어 형태소로부터 최초로 형성된 단어인 1차어 및 그 이상의 단어라고 결론지었다.
  “영어 차용어의 자음 대응 원칙에 대한 고찰”(신승용)은 영어 차용어에서 영어의 자음이 국어에 어떻게 대응되는지를 고찰하여, 선행 연구3) 에서 제안했던 네 가지 원칙, 즉 공통음 대응의 원칙, 유사음 대응의 원칙, 무표음 대응의 원칙, 변이음 역대응의 원칙이 나름대로의 위계를 가지고 적용된다고 하면서 그 위계의 순서를 ‘공통음 대응의 원칙 ≈ 변이음 역대응의 원칙 > 유사음 대응의 원칙 > 무표음 대응의 원칙’과 같이 제안하였다.
  “어휘부 명시의 음운론적 특성”(이봉원)은 기존의 형식주의 언어학에 반기를 들고 제안된 사용 기반 이론의 기본적인 가설을 받아들여서 어휘부에 구체적인 음성 특성이 저장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어의 예를 통하여 보였다. 경상 방언의 비모음화, 차용어의 음성적 실현을 예로 들어 생성음운론으로 대표되는 형식주의 음운론에서 가정하고 있듯이 과연 어휘부에 추상적인 특성만이 명시되어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어휘부에 이음적 정보가 명시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국어 ㅎ 말음 어간의 음운론”(이진호)은 /ㅎ/의 음운론적 성격을 유기성 자음이라고 보고, 용언 어간말 /ㅎ/와 체언 어간말 /ㅎ/가 보이는 활용 양상을 사적으로 관찰하였다. 또한 이와 얽힌 여러 가지 음운 현상들도 살펴보았다. 용언 어간말 /ㅎ/와 체언 어간말 /ㅎ/가 서로 다른 활용 양상을 보이는 것을 서로 다른 기저 표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용언 어간 말음의 /ㅎ/가 음절말에 올 경우에 음절말 평폐쇄음화를 겪는 것이 아니라 후행 자음의 자음 위치를 그대로 물려 받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우리말 어휘 빈도 정보와 분절음 탈락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차재은)는 수의적인 탈락 현상으로 분류되는 /w/ 탈락과 수의적인 /ㅡ/ 탈락으로 초래되는 음절 축약 현상의 수의성의 내용을 어휘 빈도와 연결시켜 본 것이다. 동일한 음운론적 환경을 가지고 동일한 음성적 환경에 놓였지만, 어휘 빈도에서 차이를 보이는 어휘의 경우에 /w/나 /ㅡ/ 탈락에서 서로 다른 면모를 보이는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연구자는 20명의 발화 자료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두 경우 모두 고빈도어가 저빈도어에 비하여 높은 탈락률을 나타내서 어휘 빈도가 수의적인 탈락 규칙의 적용을 결정짓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였다.
  “공명음 사이의 /ㅎ/의 실현에 대한 음성, 음운론적 고찰”(차재은·정명숙·신지영)은 기존의 음운론 연구에서 수의적인 규칙으로 분류된 /ㅎ/ 탈락의 수의성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실험 음운론적 방법을 이용하여 고찰하였다. /ㅎ/를 다양한 분절음적, 운율적 환경에 위치하도록 구성한 발화 자료를 10명의 화자에게 발화하게 하여 그 실현 양상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공명음 사이에 위치한 /ㅎ/의 탈락 비율은 발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강세구 내의 음절수가 늘어날수록, 강세구 내의 2, 3번째 음절에 위치할 때보다는 4, 5번째 음절에 위치할수록 높아졌으나, 억양구 내의 강세구 위치, 혹은 억양구의 위치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분절음적 환경에 따라서도 /ㅎ/의 탈락 비율이 다르게 나타났다. 선행 분절음을 기준으로는 설측음 > 비음 > 모음의 순으로, 그리고 비음 중에서는 양순 > 치경 > 연구개음의 순으로 /ㅎ/ 탈락을 보였으며, 후행 분절음의 경우는 모음 > 활음 순으로 /ㅎ/ 탈락을 보였다.
  다음은 현대 국어 방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소개해 보겠다.
  “현대 국어의 모음 체계와 그 변화의 방향”(곽충구)은 모음의 변화 방향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그 원인을 찾고자 한 논문이다. 현대 국어 모음 체계의 변화 방향을 방언권역에 따라 알아본 후, 크게 보아 북한 방언은 /ㅗ/의 저설화로 인하여 원순성 대립을 보이던 /ㅡ/와 /ㅜ/, /ㅓ/와 /ㅗ/가 합류하여 전후 대립의 3||3 체계를 지향하는 반면에, 남한 방언은 고저 대립의 상실이 점차 확대되어 가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연구자는 북한 방언의 경우는 서북 방언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남한 방언은 동남 방언의 2||2-2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았다.
  “합성이름씨의 성조 변동 현상 연구 -함안 지역어를 대상으로-”(구현옥)는 함안 방언의 합성 명사를 대상으로 성조 결합에서 나타나는 변동 현상을 관찰하였다.
  “천안 방언의 모음 상승에 대하여(1)”(김정태)는 천안 지역어에서 보이는 모음 상승 현상을 관찰하고 그 특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우선 모음 상승은 모음 체계상 같은 계열에서 수직적으로 일어나며, 모음의 수평 변이 규칙인 움라우트나 원순모음화와 급여 관계를 이룬다고 하였다. 모음 상승은 개구도를 한 단계 높이는 것이며, 수평 변이 규칙과는 달리 인접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무조건적인 변이이며, 또한 음장도 모음 상승에 관여한다고 하였다.
  “현대 서울말 단모음 ‘ㅐ’와 ‘ㅔ’의 합류 양상에 관한 연구”(서승완)는 60대 ~ 90대 28명의 제보자를 대상으로 서울말에서 일어나고 있는 ‘ㅐ’와 ‘ㅔ’의 합류 양상을 관찰한 논문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의 ‘서울 토박이말 자료집(1997)’의 질문 조사 편에 실린 어휘 중에서 ‘ㅐ’와 ‘ㅔ’가 쓰인 42개의 어휘가 대상이 되었는데, ‘ㅔ’가 ‘ㅐ’보다 합류에 민감했고, 60대에서 합류 양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합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음장, 움라우트 현상을 꼽고 있다.
  “동해안 어촌 지역어의 음운론적 비교 -영덕, 울진, 삼척, 강릉 어촌 지역어를 중심으로”(오종갑)는 영덕, 울진, 삼척, 강릉의 어촌 지역어의 자·모음 체계와 음운 현상을 비교 기술한 논문이다.
  “서울 지역어의 음운 변화 몇 가지”(유필재)는 종로구와 중구 출신 토박이 화자들을 대면 조사하여 수집한 자료와 서울 지역어가 반영된 문헌 자료인『천변풍경』(1938년 간)과 『밥해 먹으믄 바느질허랴, 바느질 아니믄 빨래허랴』(1991년 간)를 바탕으로 서울 방언에서 관찰되는 음운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장모음의 상승, ㅗ>ㅜ, 움라우트, 구개음화, ㅕ>ㅔ, 비원순모음화, 전설모음화, ㅝ>ㅗ, ㄴ 첨가 현상 등을 들고 있다.
  “경북 방언의 ‘나가더라’류 성조 연구”(이문규)는 경북 방언의 표면 성조형으로 존재하지 않는 ‘LHHL’을 보여서 예외적인 성조형으로 취급되었던 ‘나가드라(LHHL)’는 성조론적으로는 두 개의 운율 단위가 결합된 ‘나#가드라’로 분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안동 방언의 노년층과 대구 방언의 젊은층 발음에서 나타나는 ‘나가드라(LLHL)’형은 두 개의 운율 단위가 하나로 결합되면서 일반적인 성조형인 고조형으로 재구조화된 결과라고 하였다.
  “대구 방언 차용어 음운론에서의 삽입 모음과 고저 액센트”(이상직, 김주원)는 대구 방언의 차용어에서 나타나는 삽입 모음과 고저 액센트 사이의 상관 관계를 밝히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구 방언에서 삽입 모음은 음절 구조에 무관하게 악센트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서 근원 언어의 어휘적 모음이 악센트를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동남 방언의 성조소에 대한 재검토”(임석규)는 선행 연구에서 설정한 이 지역 방언의 성조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이 지역어에서 성조소는 고조와 저조만이 존재한다고 제안하였다. 상승조와 하강조, 음장은 모두 이 지역어의 성조소가 아니며, 표면적으로 같은 고조로 실현되는 말(馬)과 말(斗)은 모두 고조이지만, 전자는 자립적 고조이며, 후자는 의존적 고조라는 차이를 가진다고 하였다.
  “영양 지역어의 움라우트 현상”(천명희)은 경북 영양 지역어의 움라우트 현상을 관찰하여 성조가 움라우트 규칙의 적용과 유관함을 밝혔다. 성조가 없는 지역어의 경우와는 달리 영양 지역어의 경우는 음소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운소적 환경 또한 움라우트 규칙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이 방언의 경우 피동화주의 성조형이 고저나 중조인 경우에는 움라우트 규칙이 적용이 되지만, 저조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끝으로 음운사 연구 분야에서 몇 편의 연구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이중 모음의 ‘ㅢ’의 통시적 변화”(김경언)는 우선 현대 국어의 이중모음 /ㅢ/는 하향 이중 모음이며, 근대 국어 시기로 오면서 혼자 하향 이중 모음으로 남게 된 것은 여타의 하향 이중 모음과는 단모음화의 원인이 다른 데서 기인한다고 하였다. 여타의 하향 이중 모음은 단모음화를 통하여 모음 체계의 빈칸을 메우려는 데서 그 변화가 기인하였지만, /ㅢ/는 이들과는 상황이 달랐으므로 혼자 현대 국어까지 하향 이중 모음으로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다만, /ㅢ/의 음성적 불안정성으로 말미암아 방언에 따라서 /ㅡ/ 혹은 /ㅣ/로 실현되는 것으로 보았다.
  “한국어 음운사 연구에서의 몇 가지 주요 논점”(김동소)은 앞으로의 음운사 연구에서 심층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연구 과제들로 고대 국어의 자·모음 체계, 15세기 ‘’의 비현실성 문제, ‘ㅸ, ㅿ, ㅇ, ㆀ, ㆅ’ 글자 및 방점 표기의 비현실성 문제, 15·16세기의 음운 체계, 이른반 ‘ㅎ’ 구개음화 현상, 이중 모음 ‘ㆎ, ㅐ, ㅔ, ㅚ’의 단모음화 시기 문제 등을 제시하면서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후기 중세 국어의 음운 현상과 모음 체계”(김주필)는 후기 중세 국어의 모음 체계는 [縮]을 근간으로 하면서 [蹙]과 [張]에 의해 대립 관계를 갖는 사선적 모음 체계라고 보았다. 후기 중세 국어 이전부터 시작된 ‘·’ 관련 변화로 ‘·’가 주변 모음으로 바뀌게 되면서 [縮]을 근간으로 한 [蹙]과 [張]의 대립 관계가 무너지게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중세 국어의 사선적 모음 체계는 근대 국어에 들어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되기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k/>/h/ 변화에 대한 고찰”(신승용)은 그동안 별개의 사건으로 취급되었던 중세 국어의 /h/:/k/의 대응과 경상 방언의 ㅇ':/k/의 대립이 사실은 하나의 통시적인 사건인 /*k/ > /h/ > [ɦ] > 라고 제안하였다.
  “/o/, /u/ 움라우트의 성격과 ‘ㅚ/oy/’, ‘ㅟ/uy/’의 변화 - 경북 방언을 대상으로”(신승용)는 경북 방언의 /ㅚ/, /ㅟ/가 하향 이중모음으로부터 단모음화를 거쳐 상향 이중 모음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 하향 이중 모음이었던 /ㅚ/, /ㅟ/가 /ㅗ/, /ㅜ/의 움라우트에 의해 형성된 /w/계 상향 이중 모음 /we/, /wi/에 합류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향적 이중 모음에 대한 통시적 고찰”(안상철, 조성문)은 최적성 이론의 틀 속에서 국어의 하향 이중 모음의 변천 과정을 설명하였다. 국어의 이중 모음 체계는 중세에서 현대로 오면서 계속 수를 줄여 가는 과정을 겪었으며, 이는 상향 이중 모음을 선호하는 방향으로의 변화 때문이라고 하면서 각 시기별로 최적성 이론을 적용하고 하향적 이중모음의 소멸을 통시적으로 설명하려 시도하였다. 또한 현재 방언에서 보이는 /ㅢ/의 서로 다른 지역적 변이형에 대해서는 동일 제약에 대한 서로 다른 위계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국어의 초성 이응 음에 관한 연구”(조규태)는 경상 방언에서 관찰되는 비모음화는 사실 둘째 음절 이하에서 [ŋ]음이 초성으로 실현되는 본질적인 현상에서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하면서, 현재 경상 방언은 [ŋ]은 중세 국어와 마찬가지로 종성이 아니라 초성에서 실현된다는 점에서 중앙어와 다르다고 하였다. 중앙어의 경우 [ŋ]의 연음은 15세기 중엽에는 현저하다가 15세기 말에 사라졌지만, 경상 방언에는 사라지지 않고 유지된 것이라고 하였다.
  “최적성 이론에 의한 /ᅀ/의 통시적 변화 고찰”(조성문, 황손문)은 최적성 이론의 틀 속에서 /ᅀ/의 사적 변화를 설명하였다. 연구자는 /ᅀ/가 ‘/ㅅ/ > /ᅀ/ > ㅇ’의 변화를 거치는 것으로 보고 /ᅀ/의 통시적 변화를 시대별로 제시한 다음 최적성 이론의 제약 등급으로 설명하였다.
  “해례본의 팔종성에 대하여”(안병희)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八終聲可足用’의 규정이 실제 음운적 사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여, 8종성에 사용되었던 ‘ㅅ’과 ‘ㄷ’이 종성에서의 실제 발음이 같음에도 자음의 부류가 치음과 설음으로 달라서 구분하여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였다. 그 근거로 ‘ㅅ’과 ‘ㄷ’의 체계적인 구별 표기를 증거로 들고 있다. 일부 혼기된 것도 사실은 혼기가 아니라 다른 어원에서 유래된 것 등 반드시 이유가 있었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최세진의 『훈몽자회』를 새로이 조명하였다.
  “15세기 우리말의 후음 관련 문제들”(차재은)은 ‘ㅇ’는 음소이며, 그 음가는 [ɦ]로 볼 것인가, ‘ㆀ’과, ‘ㆅ’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연구자는 결론에서 ‘ㅇ’는 독자적 음소로 볼 수 없으며, ‘ㆅ’은 피동접미사 ‘’ 표기에 이끌려 나타난 표기라고 보았다.


  5. 결론

  지금까지 필자는 2003년 한 해 동안 발표되었던 음운론 관련 연구들을 단행본, 학위 논문, 일반 논문의 순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한 해 동안 음운론 연구 분야에서는 모두 134편의 논저들이 발표되었다. 이를 발표 유형에 따라서 분류해 보면, 단행본이 8편, 학위 논문이 26편, 그리고 일반 논문이 100편과 같다.
  학위 논문 중에는 박사 논문 2편이 포함되어 있고, 석사 논문 중에는 심리 언어학, 비교 언어학적 연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전반적으로 음성학·음운론 분야의 학위 논문이 수적으로 풍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석박사 학위 논문이 많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분야 신진 연구자의 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문 후속 세대를 키우는 위치에 있는 음성학·음운론 연구자들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음운론·음성학 분야의 새로운 소재 및 주제 발굴, 새로운 방법론의 모색, 연구 대상의 확대, 응용 분야에 대한 관심 확대 등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 논문의 경우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 국어에 대한 연구가 모두 57편 발표되었는데 이 중에서 방언 연구가 18편 포함되어 있다. 연구 방법론으로는 최적성 이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이 확인되었지만, 최적성 이론의 틀에서 한국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대부분은 국어학을 주전공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모색한 논문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소재 및 주제의 진부성과 연구사 검토의 편협성이 지양되고, 좀 더 참신한 소재, 주제, 방법론을 가진 논문들이 철저한 선행 연구의 검토를 토대로 하여 많이 발표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필자의 무능과 게으름으로 구하여 읽지 못한 7편의 석사 논문과 7편의 일반 논문 저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