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민 (국립 국어 연구원장)
3. 실천에 옮길 만한 단어들
  인격과 같은 훌륭한 덕목은 아무나 손쉽게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그 힘을 실천에 옮기기는 불가능하나 그보다 작은 덕목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목표는 서양적이건 동양적이건 현대 사회의 윤리와 양심 회복에 도움이 되는 덕목들이다. 여기서 국어 속의 단어를 통하여 우리가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할 덕목을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로 따뜻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라면 ‘성실’, ‘친절’, ‘정직’, ‘질서’, ‘참을성’, ‘자신의 분수’와 같은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몸소 실천하여 그 힘을 살려야 한다. 둘째로 공동 사회의 바탕이 되는 ‘봉사’, ‘희생’, ‘협동’, ‘위계 질서’, ‘공사(公私) 구별’과 같은 단어의 뜻을 깊이 이해하고 열심히 실천하여 그 힘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 셋째로 세련된 문화 의식을 키울 수 있는 ‘양보’, ‘예의’, ‘염치’와 같은 단어의 뜻을 똑똑히 인식하고 그 위력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넷째로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갖추고 싶다면 ‘합리성’, ‘가치 판단’, ‘실천’, ‘용기’와 같은 단어의 개념을 충분히 음미하고 그 힘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위에 보인 덕목들은 얼핏 보면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단어들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이들 하나하나가 개별적이거나 배타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상호 보완적인 것들이다. 크게 보자면 모든 단어가 한결같이 긍정적 가치를 뜻하고 있어 그 뜻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한 가정이 따뜻해지고 한 사회가 부드러워질 것이며 한 국가가 더없이 평화로워질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사회는 법률이나 규제만으로 만사를 해결할 길이 없다. 양심과 명예를 일깨우고, 자율성과 합리성을 북돋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 때에 필요한 덕목이 우리 국어에는 얼마든지 갖추어져 있다. 그 뜻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국어의 힘을 극대화하는 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문화 풍토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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