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끝마칠 때 “4,800만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대화하는 그날까지!”라는 말로 인사말을 합니다.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사회를 이루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서로의 자유로운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인터넷 기사를 둘러보던 중 그러한 예를 발견하였습니다. 곧 다가오는 5월 31일 선거를 알릴 목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내건 현수막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 거리에는 "Pride 5·31-함께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렸다. 선거에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관위의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선거 구호가 ‘Pride 5·31’이라는 것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5월의 눈부신 거리에는 'Pride 5·31'이라고 된 선관위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기사에서 이미 말하고 있듯이 ‘민주 시민의 자부심 5·31’이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민주 사회에서 선거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널리 알려야 하고 모두가 참여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로마자로 직접 쓴 ‘Pride 5·31’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Pride 5·31’ 자체가 멋져 보이지도 않고 ‘Pride’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죠. 이러한 말 때문에 모든 국민의 자유로운 대화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5월에는 국립국어원 홍보 대사로서 첫 번째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국민과 직접 대화해야 하는 공공기관에서 국어를 책임지는 ‘국어책임관’이 첫걸음을 내딛는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게 국가의 정책을 설명해 주고 국민의 목소리를 똑바로 듣기 위해 도와주는 일. 이것이 국어책임관의 할 일입니다.
우리말은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고 담는 그릇입니다. 국가의 정책이 담기기도 하고 국민의 목소리가 담기기도 하죠. 5월 31일에는 우리말을 통해 국민과 자유롭게 대화하려는 생각과 책임을 가진 사람이 선출되어 4,800만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며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