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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함께 할께요(?)’
한규희(韓奎熙) 기자(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일요일 아침 좀 늦으막하게 공원으로 운동을 하러 갔다. 공원을 빙 둘러 만든 조깅 코스를 돌고 있는데 공원 옆에 있는 성당 앞마당 한켠에서 아주머니들이 밥도 하고, 반찬도 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띠었다. 오늘 무슨 행사가 있나 가까이 가 보니,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는 트럭에다 음식들을 싣고 있었다. 그 트럭 옆면에는 빨강색 바탕에 하양 글씨로 ‘우리 함께 할께요’라고 씌어 있었다. 한 사람에게 어디를 가시느냐고 물어보니, 일주일에 한 번 영등포역 주변 노숙자 등에게 따뜻한 점심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훈훈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표기법만 정확히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위 글을 읽으면서 일반인들은 잘못 쓰인 단어를 모두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신문이나 블로그 등에서 일반인들의 우리말 사용 실태를 접하면서, 많은 사람이 자주 잘못 쓰고 있는 단어 몇 개를 골라 글을 썼기 때문이다. 굵은 글씨로 된 것이 표기법이 잘못됐거나 순화해 썼으면 하는 단어들이다. 순서대로 바루어 본다.
  ‘늦으막하게’는 ‘느지막하다’가 기본형이므로 ‘느지막하게’로, ‘조깅 코스’는 널리 쓰이고는 있지만 우리말로 순화해 ‘건강 달리기 길’로, ‘한켠’은 ‘한쪽’이나 ‘한편’으로, ‘띠었다’는 여기서의 뜻으로는 ‘띄다’가 기본형이므로 ‘띄었다’로, ‘빨강색’은 ‘빨강’ 자체가 색깔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빨간색’이나 ‘빨강’으로, ‘함께 할께요’는 ‘함께하다’가 한 단어이고 어미 ‘-ㄹ께’는 ‘-ㄹ게’의 잘못이므로 ‘함께할게요’로 써야 한다. 이 중 ‘함께할게요’는 띄어쓰기와 함께 가장 자주 틀리므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한글 맞춤법에서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함께하다’는 왜 붙이는지 의문이 갈 것이다. 그것은 특수한 의미가 있어 한 단어로 사전에 등재된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만약 단순히 단어가 연결된 구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함께 하다’처럼 띄어 써야 한다. “어려움을 함께한 친구는 버릴 수가 없다./ 나는 그녀와 그 일을 함께 했다.”처럼 띄어쓰기를 달리 해야 한다. ‘대신하다/ 대신 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예는 수없이 많다. 이것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앞의 예문에서 ‘함께’라는 말을 생략했을 때 말이 되지 않으면 붙여 쓰고, 말이 되면 띄어 쓴다. 즉, 전자의 경우는 ‘함께’가 ‘하다’와 결합해 특정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뒤에 ‘하다’가 오지 않는 다른 복합어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매일 ‘우는소리’만 해댄다./ 매미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언제나 ‘큰소리’만 쳐댄다./ 그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등이 그러한 예다. 이렇듯 띄어쓰기는 문맥과 수식관계를 잘 따져 생각해야 바르게 표기할 수 있다.
  어미 ‘-ㄹ게’도 자주 ‘-ㄹ께’로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1988년 맞춤법에서 ‘-ㄹ게, -ㄹ지니라, -ㄹ지어다, -올시다’처럼 의문을 나타내지 않는 어미들은 예사소리로 적고, ‘-ㄹ까, -ㄹ꼬, -ㄹ쏘냐’처럼 의문을 나타내는 것들은 된소리로 적는다고 돼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제가 다시 연락할게요./ 겨울에도 꽃이 피면 얼마나 좋을까요.”처럼 구별해 표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함께할게요’라고 표기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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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