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구성 자음 모음 외래어→한글 한국어→로마자
 
 


  모음 글자들은 소리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철학적인 원리도 바탕으로 삼아서 만들어졌다. 모음들도 기본적인 모음과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파생적인 모음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한글을 만든 사람은 당시 우리말의 기본 모음을 셋으로 보고 이것을 ‘ · ’, ‘ㅡ’, ‘ㅣ’로 나타내었다. ‘·’는 하늘의 둥근 모양을 상징하고, ‘ㅡ’는 땅의 평평한 모양을 상징하고, ‘ㅣ’는 꼿꼿이 서 있는 사람의 모양을 상징한다. 동양의 철학에서는 이 하늘, 땅, 사람을 3재(三才)라고 하여 만물의 근본 요소로 생각하는데, 모음 글자를 만들 때 이 생각을 적용한 것이다.
   나머지 모음 글자들은 이 세 글자를 적절히 조합하여 만들어졌다. ‘ · ’를 ‘ㅡ’ 위에 쓰면 ‘ㅗ’가 되고, ‘ · ’를 ‘ㅡ’ 밑에 쓰면 ‘ㅜ’가 되고, ‘ · ’를 ‘ㅣ’ 오른쪽에 쓰면 ‘ㅏ’가 되고 ‘ · ’를 ‘ㅣ’ 왼쪽에 쓰면 ‘ㅓ’가 되는 것이다. 현재는 ‘ㅗ’, ‘ㅜ’, ‘ㅏ‘, ‘ㅓ’가 마치 수평의 선과 수직의 선을 결합한 것과 같은 모양이 되어 있지만, 한글을 창제한 당시에는 정말 ‘ · ’ 와 ‘ㅡ’또는 ‘ㅣ’ 를 결합한 것 같은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ㅛ’, ‘ㅠ’, ‘ㅑ’, ‘ㅕ’는 각각 ‘ㅗ’, ‘ㅜ’, ‘ㅏ’, ‘ㅓ’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 · ·’를 2번 썼다는 점이 다르다. ‘ㅛ’, ‘ㅠ’, ‘ㅑ’, ‘ㅕ’는 각각 ‘ㅗ’, ‘ㅜ’, ‘ㅏ’, ‘ㅓ’와 소리가 비슷하지만 앞에 반모음 ‘ㅣ’가 있는 2중 모음이라는 점이 다르다. 여기서 단모음과 2중 모음 사이의 관계가 모음 글자의 모양에도 평행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 모음 글자들 중 ‘ · ’는 현재 쓰이지 않는데, 그것은 이 글자가 나타내는 소리가 지금은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타 이중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들은 그 이중 모음을 구성하고 있는 모음 글자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ㅗ’와 ‘ㅏ’를 결합하여 ‘ㅘ’를 만들고 ‘ㅜ’와 ‘ㅓ’를 결합하여 ‘ㅝ’를 만드는 식이다. ‘ㅐ’, ‘ㅔ’는 현재는 단모음이지만 한글이 처음 만들어진 때에는 /aj/ 정도의 음가를 지니는 이중 모음이었다. 따라서 ‘ㅏ’와 ‘ㅣ’를 결합하여 ‘ㅐ’를 만들고 ‘ㅓ’와 ‘ㅣ’를 결합하여 ‘ㅔ’를 만든 것이 매우 합리적이었다. ‘ㅚ’, ‘ㅟ’, ‘ㅒ’, ‘ㅖ’, ‘ㅙ’, ‘ㅞ’ 등도 한글이 처음 만들어진 당시에는, 글자 모양이 나타내는 것처럼 2중 모음 또는 3중 모음이었다. 현재는 이들이 단모음이나 2중 모음이 되어서, 글자와 소리의 관계가 한글 창제 당시만큼 투명하지는 않게 되었다.

   한글의 자음 글자와 모음 글자가 매우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글을 매우 쉽게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은 편인 것은 한글의 과학성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한글의 과학성은 디지털 시대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 전화에서 한글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하는 입력 시스템을 생각해 보자. 자판의 키가 몇 개 안 되기 때문에 하나의 키에 둘 이상의 글자들을 배당해야 한다. 이때, 로마자의 경우 각 글자들이 나타내는 소리와 글자의 모양 사이에 아무런 상관성이 없기 때문에, 하나의 키에 배당되는 글자들도 아무런 공통점이 없게 된다. 반면에 한글의 경우 소리가 비슷하면 그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들의 모양도 비슷하기 때문에 하나의 키에 비슷한 글자들을 배당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어떤 글자들이 어떤 키에 배당되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고, 휴대 전화로도 한글을 매우 빠른 속도로 입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