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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맞춤법의 이해
   닥치는 대로 쳐부수고 아무거나 처먹고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원
  현대국어에서 ‘ㅈ, ㅊ’ 다음에 이중모음이 결합된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와 같은 발음은 단모음이 결합된 ‘자, 저, 조, 주, 차, 처, 초, 추’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표기상으로는 구별되지만 실제 언어 생활에서 ‘져/저’나 ‘쳐/처’ 등을 구별해서 발음하거나 알아듣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현대국어의 화자들은 ‘저’와 ‘져’를 [저] 하나로, ‘처’와 ‘쳐’ 역시 [처] 하나로 발음한다.([ ]는 발음을 나타냄) 이런 이유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 등의 음절을 쓰지 않도록 하고 있다.(주스/*쥬스, 레저/*레져, 텔레비전/*텔레비젼, 초콜릿/*쵸콜릿)
  그런데, 이처럼 구별되지 않는 소리들을 한글로 적을 때는 ‘저’와 ‘져’, ‘처’와 ‘쳐’로 구별해서 적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글 맞춤법의 근본 정신인 ‘원래의 형태(원형)를 밝혀 적으려는’ 의도에서 그런 것이다. 즉 어떤 단어의 원형을 밝힐 수 있으면 그 원형을 밝혀서 적고, 원형을 밝힐 수 없으면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 한글 맞춤법의 큰 원칙이기 때문이다.
  가령, 동사 ‘미치다[狂]’에 어미 ‘-어’가 결합한 ‘미치어[미치어/미치여]’가 줄어들면 실제 발음은 [미처]가 되지만 적을 때에는 동사 어간 ‘미치-’에 어미 ‘-어’가 결합한 것을 고려하여(원형을 밝혀) ‘미쳐’로 적게 되는 것이다. 반면,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당했다.’에 쓰인 부사 [미처]는 소리 나는 대로‘미처’로 적어야 한다. 왜냐하면 부사 [미처]는 동사 ‘미치다1[정신이 돌다]’, ‘미치다2[닿다, 다다르다]’와는 그 의미와 용법에서 차이가 많이 나므로 이들을 [미처]의 원형으로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현대국어의 [처]라는 소리를 ‘처’로 적을 것인지 ‘쳐’로 적을 것인지는 원형을 고려해 보아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떻게 적어야 할지를 생각해 보자.
(1) 적진으로 [처]들어가 적군을 [처]부수고 돌아왔다.
(2) 일거리는 구석에 [처]박아 놓고 밥만 [처]먹고 앉았다.
(3) 아이는 숙제는 밀[처]놓고 내[처] 게임만 하고 있다.
  (1)의 ‘[처]들어가, [처]부수고’의 [처]에는 ‘치다[打]’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치- + -어} + 들어가다’, ‘{치- + -어} + 부수다’의 구성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원형을 밝힐 수 있으므로 ‘쳐들어가, 쳐부수고’로 적을 수 있다.
  (2)의 ‘[처]박아, [처]먹고’의 [처]는 (1)과는 달리 ‘마구, 매우 많이, 매우 심하게’의 뜻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용언 ‘치다’에서는 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으므로 이 말들을 ‘{치- + -어} + 박다’, ‘{치- + -어} + 먹다’의 ‘쳐박다, 쳐먹다’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쓰인 [처]는 그 원형을 밝힐 수 없으므로 소리 나는 대로 ‘처’를 써서 ‘처박아, 처먹고’로 써야 한다.(여기에 쓰인 ‘처-’는 ‘매우, 많이’의 의미를 나타내는 접두사이다.)
  (3)의 [밀처노코]는 ‘{밀치-[推] + -어} + 놓고’의 구성임이 쉽게 드러나므로 그 원형을 살려 ‘밀쳐놓고’로 적을 수 있다. 하지만 [내처]는 현대국어의 ‘내치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다른 어떤 단어와도 연관성을 찾기 힘들므로, 즉 원형을 밝히기 힘들므로 소리 나는 대로 ‘내처’로 적어야 한다.
  이와 같이 현대국어에서 [처]라는 발음은 ‘쳐’와 ‘처’로 표기할 수 있지만, 둘 중 어느 것으로 써야 하는지는 그 말의 원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특히 단어의 첫음절이 [처]일 때는 혼동하여 잘못 적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4) 단어의 첫음절이 [처]인 경우(표준국어대사전 검색 결과)

구분 해당 단어
‘처’로 쓰는 단어

처넣다, 처닫다, 처담다, 처대다, 처들이다, 처마시다, 처맡기다, 처매다, 처먹다, 처먹이다, 처박다, 처박히다, 처자빠지다, 처지르다, 처지다, 처트리다, 처뜨리다

‘쳐’로 쓰는 단어 쳐내다, 쳐다보다, 쳐다보이다, 쳐들다, 쳐들리다, 쳐올리다, 쳐들어가다, 쳐들어오다, 쳐부수다, 쳐주다

  한편, 현대국어에서는 단어의 첫음절이 [자, 저, 조, 주, 차, 초, 추]라면 그 표기는 ‘자, 저, 조, 주, 차, 초, 추’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쟈, 져, 죠, 쥬, 챠, 쵸, 츄’로 시작하는 단어는 하나도 없어서 혼동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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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