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전북 방언과 전남 방언의 차이

이태영(李太永) / 전북대학교

방언은 가족과 친구와 동네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다. 의사소통은 물론, 자연, 전통, 문화, 역사 등 이 지역의 삶을 하나가 되도록 '짬매준다' 사람들은 일단 방언을 통하여 연대감을 갖고 동질감을 느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전북 방언과 전남 방언을 합하여 전라도 방언이라고 한다. 외지에 사는 분들은 전라도 말이라고 하면 흔히 전남 말을 떠올린다. 엊그제 전주에서 열린 사투리 경연 대회에서도 역시 전남 말을 흉내내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두 지역은 행정 구역이 같았고, 또 인접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말에서 공통점이 많다. 전남과 인접하고 있는 순창, 고창, 정읍, 남원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전북과 전남에서 발달한 판소리는 가락과 장단의 언어인 전라도 방언을 잘 대변한다. 판소리는 전라도 말로 해야만 소리의 맛이 제대로 난다. 판소리 사설에는 전북과 전남의 말이 함께 들어 있다.
    그러나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 방언과 광주를 중심으로 한 전남 방언은 아주 독특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지역의 말은 교통과 문화에 따라서 분화를 한다. 그래서 모음과 자음이 변화를 일으키고 조사나 어미는 물론, 어휘도 귀에 설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전남은 '파리'를 '포리'로, '팥'을 '퐅'으로 발음한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아래아()가 전남 지역에서는 '오'로 변하면서 독특한 발음이 된 것이다. "팥떡을 먹어양게 후딱 가서 사오셔.(전북), "퐅떡을 먹어양께 후딱 가서 사오시기라오."(전남) 전남에서는 '먹응게'를 '먹응께' '온당게(온다니까)'를 '온당께'로 발음한다. 또 종결 어미에 '라오/라우'를 많이 써서 '어서 외기라오'라고 표현한다.
    "고실고실헌 찰밥을 묵고 자퍼 죽겄네."라는 말에서 '먹고 싶다'를 '먹고 잪다'로, "아이 시방 그 일을 어찌야 쓰까잉?"에서 '해야 하다'를 '해야 쓰다'로 표현하는 것도 역시 전남 방언이다. 그리고 전남에서는 '먹다'를 '묵다'로 쓰고, '버리다'를 '부리다'로 쓴다. 그래서 '묵어부러, 묵어불고, 묵어뿔고, 묵어삘고'와 같은 예가 나온다. 전남과 전북을 구별짓게 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해버리고'를 전남에서는 '해불고'로 발음하는 데 있다.
    부사도 방언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데 전남 방언에는 '무단시(괜히), 싸게(빨리), 징허게(매우)' 등의 부사가 자주 쓰인다. "무단시 나보로 욕을 히쌍께 신경질이 나부러." 등이 그 예이다. 또 일인칭 대명사는 '내가'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남에서는 '나가 그르케 가키드냐?'처럼 '나가'를 쓴다. 그리고 '올으는 비땀시 베리뿌렸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때문에'를 '땀시/딴시/땀새'라고 쓴다. 전라북도에서는 대체로 '때미'로 쓴다.
    대체로 전남 방언은 전북 방언보다는 센 느낌을 준다. 전북 방언은 부드러워 부여와 같은 충남 방언과 가깝게 느껴진다. 전북 방언은 '먹응게, 봄서, 허는디'와 같이 된소리가 별로 없는 게 특징이다. 또한 말을 할 때, 노래처럼 '겁~나게(매우), 점~드락(종일), 포도~시(겨우), 굥~장히(굉장히), 워~너니(역시)' 등과 같이 늘여 빼는 가락을 가지고 있다. 전북 방언은 표준어가 가지고 있는 10개의 모음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고, 또 센 발음이 없어서 국민들에게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아따, 식구덜 다 모잉게로 훈짐이 남서 따숩고만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