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벌에 쏘였다/쐬었다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연구원

벌에 '쏘였다'가 옳을까 '쐬었다'가 옳을까? 햇볕은 '쪼이는' 것일까 '쬐는' 것일까? 또한 멀리 있는 사물이 잘 '보이는' 것일까 '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말들은 모두 옳은 것들이다. 국어에는 이렇게 한 단어가 두 가지 모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벌에) 쏘이다'의 예를 들어 보자. '쏘이다'는 '쏘다'에 피동 접미사 '-이-'가 결합된 것인데 이 '쏘이다'가 줄어든 것이 '쐬다'이다. 그러므로 두 말 모두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두 말에 어미가 결합하는 모양은 서로 다르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1) ㄱ. 벌에 손등을 쏘였다(쏘이었다).
ㄴ. 벌에 손등을 쐬었다.

'쏘이-'에 '-었다'가 결합하면 '쏘이었다'가 되어 다시 '쏘였다'로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쏘이다'의 준말인 '쐬다'에 '-었다'가 결합하면 '쐬었다'와 같은 형태가 가능하다. 이렇게 동사의 사동형 혹은 피동형의 준말을 인정하는 것은 바로 한글 맞춤법 제37항에 근거한다. 한글 맞춤법 제37항에서는 "'ㅏ, ㅕ, ㅗ, ㅜ, ㅡ'로 끝난 어간에 '-이-'가 와서 각각 'ㅐ, ㅖ, ㅚ, ㅟ, ㅢ'로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라고 밝혀 '쏘이다~쐬다' 모두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꼬다, 눕다, 뜨다, 보다, 쓰다' 등에 사동 혹은 피동의 접미사 '-이-'가 결합한 '꼬이다, 누이다, 뜨이다, 보이다, 쓰이다' 등은 모두 '꾀다, 뉘다, 띄다, 뵈다, 씌다'로 줄어들 수 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표기가 모두 가능한 것이다.

(2) ㄱ. (꼬- + -이- →)꼬이다 ~ 꾀다 : {몸이/일이} 점점 {꼬였다/꾀었다}.
ㄴ. (눕- + -이- →)누이다 ~ 뉘다 : 아이를 침대에 {누였다/뉘었다}.
ㄷ. (뜨- + -이- →)뜨이다 ~ 띄다 : 아침에 눈이 번쩍 {뜨였다/띄었다}.
ㄹ. (보- + -이- →)보이다 ~ 뵈다 : 잘 안 {보여도/뵈어도} 안경은 쓰지 않겠다.
ㅁ. (쓰- + -이- →)쓰이다 ~ 씌다 : 글씨가 {쓰여/씌어} 있는 공책.

이와는 별개로 표준어 규정 제18항에서는 다음 (3)과 같은 단어들도 복수 표준어로서 두 가지 형태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3) ㄱ. 괴다 ~ 고이다 : 웅덩이에 물이 {괴었다/고였다}. 턱을 {괴고/고이고} 앉았다.
ㄴ. 꾀다 ~ 꼬이다 : 아이를 달콤한 말로 {꾀었다/꼬였다}. 벌레가 {꾄다/꼬인다}.
ㄷ. 쐬다 ~ 쏘이다 : 바람을 {쐬었다/쏘였다}.
ㄹ. 죄다 ~ 조이다 : 나사를 {죄었다/조였다}.
ㅁ. 쬐다 ~ 쪼이다 : 볕을 {쬐어도/쪼여도} 따뜻하지 않다.

(1~2)의 예들과 (3)의 예들은 두 가지 모양으로 적을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사실은 그 구성은 다르다. (1~2)의 예들은 모두 원말(예, 꼬이다)과 준말(예, 꾀다)의 관계에 있는 것들이지만 (3)의 예들은 원말과 준말의 관계가 아니라 복수 표준어의 관계인 것이다. '(몸을) 꼬다' 등에 사동·피동의 접미사 '-이-'가 결합한 '꼬이다' 등이 다시 '꾀다' 등으로 줄어든 것이 (1~2)의 예들이고, '(아이를) 꾀다' 등은 사동·피동의 접미사가 결합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꾀다'로 쓰여온 말인데 이 말과 함께 쓰이는 '꼬이다' 등도 허용하여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표준어 규정에서 (3)의 예들을 모두 허용하는 것은 'ㅚ'가 현대국어에서는 단모음이지만 중세국어에서는 이중모음으로 발음되던 것이었는데 그 이중모음의 흔적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예들은 성립하지 않는다.(*표는 잘못임을 나타냄)

(4) *물이 고다, *벌레가 꼬다, *바람을 쏘다, *나사를 조다, *볕을 쪼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1~3)의 '쐬다, 꾀다, 뵈다, 괴다' 등에 어미 '-어', '-었-' 등이 결합하면 '쐬여, 꾀여, 뵈여, 괴여'가 아니라 '쐬어, 꾀어, 뵈어, 괴어'가 된다는 점이다.

(5) ㄱ. 벌에 {쏘였다/쐬었다/*쐬였다}.
ㄴ. 일이 점점 {꼬였다/꾀었다/*꾀였다}.
ㄷ. 안경을 쓰니 앞이 잘 {보였다/뵈었다/*뵈였다}.
ㄴ. 의자에 앉아서 턱을 {고였다/괴었다/*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