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정과 관련된 관용 표현(3)
기쁘고 즐거운 상황뿐만 아니라 화가 나거나 슬픈 상황도 관용 표현을 사용하면 더 실감 나게 나타낼 수 있다. 언짢은 일이 생겨서 심하게 화가 날 때를 생각해 보자. 몸에 열이 나고, 소화가 안 되고,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음과 몸이 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1)의 ㄱ~ㅂ은 모두 '화나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ㄱ~ㄹ의 '속이 뒤집히다', '열이 오르다', '열이 나다', '혈압이 오르다'는 신체 변화에 빗대어 화가 난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ㅁ의 '뿔이 나다'는 정도가 약해서 '삐치다'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반면 ㅂ의 '이가 갈리다'는 화가 나다 못해 분한 경우에 쓴다. (2ㄱ~ㄴ)은 모두 '화내다'로 바꾸어 쓸 수 있다. ㄱ의 '나', ㄴ의 '사람들'처럼 화난 감정을 전달할 대상이 있을 때 '열을 내다'나 '혈압을 높이다'가 쓰인다. (3)의 '입이 쓰다', '입맛이 쓰다' 등은 어떤 일에 대해서 언짢은 감정이 들 때 사용한다. 비슷한 의미의 단어인 '씁쓸하다'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슬픈 감정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조용히 눈물을 흘릴 수도 있지만 슬픔의 정도가 크면 신체의 동작을 동반하게 된다.
(4ㄱ~ㄴ)의 '어깨를 들먹이다', '어깨를 들먹거리다'는 감정이 격해서 울 때 어깨가 들렸다 놓였다 하는 모양을 비유하여 '울다'라는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단독으로 쓸 수도 있지만 '어깨를 들먹이며 울다', '어깨를 들먹거리며 울다'와 같이 '울다'와 함께 쓸 수도 있다. (4ㄷ~ㄹ)의 '코를 훌쩍이다', '코를 훌쩍거리다'도 (4ㄱ~ㄴ)과 비슷하다. 눈물을 흘릴 때 같이 흘러나오는 콧물을 자꾸 들이마시면서 우는 모습에서 '울다'라는 의미를 나타내게 되었다. 역시 '울다'와 함께 써서 '코를 훌쩍이며 울다', '코를 훌쩍거리며 울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4ㅁ)의 '목을 놓다'는 주로 '목을 놓아', '목을 놓고'의 형태로 '울다'와 함께 써서 소리를 실컷 내어 울거나 부르짖음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