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비빔밥과 방언
전주는 음식이 풍요로운 고장이다. 예로부터 전주의 팔미(八味)가 전해 오는데, 감, 모래무지, 열무, 청포묵, 담배, 게, 미나리, 콩나물 등이 그것이다. 음식 문화가 '겁나게'(아주) 발달한 이유는 이곳 전주가 호남 평야의 중심지였고, 농경 문화가 발달하였을 때는 모든 상인들이 이곳 전주 장터로 몰려들어 '점드락'(하루 종일) 장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장터에서 '후딱'(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해장국밥'하고 '비빔밥'이 제격이었을 것임은 '얼릉'(쉽게) 짐작이 간다. '비빔밥'은 궁중 음식으로 양반들의 간단한 점심밥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이렇게 손님들이 '겁나게' 많이 찾는 고장이다 보니 온갖 양념이 풍성해지고, 밑반찬이 발달하고, '꼬창(고추장)'과 된장 등이 독특하게 발달하게 된 것이다. 전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비빔밥집 아줌마의 구수한 사투리를 통하여 비빔밥 요리 솜씨를 알아보기로 하자.
이 고장 미식가들은 토종 '조선꽤'(참깨)로 기름을 짜야만 맛을 제대로 낸다고 하여 소고기를 육회로 할 때와 비빔밥을 만들 때는 반드시 '찬지름'(참기름)을 써야 한다고 믿고 있다. 어려서부터 밥을 비벼 먹을 때는 꼭 '찬지름'하고 '깨소곰'(깨소금)을 듬뿍 넣어서 비벼먹곤 했다.
깨소금도 참깨소금과 들깨소금이 있는데, 참깨나 들깨를 볶아서 찧은 것을 말한다. 깨소금에는 원래 '가는 소금'을 넣어야만 '깨소금'이 되는 것인데, 요즈음은 소금이 들어가지는 않은 것도 그냥 '깨소금'이라고 부른다. 깨 중에는 검은깨도 있는데 이것을 이 지방에서는 '시금자깨'(흑임자, 黑荏子)라고 부른다.
비빔밥 속에 들어가는 '꼬창, 꼬치장'(고추장)은 가게에서 사 먹는 고추장과는 '솔찬히'(상당히) 다르다. 이 음식에 쓰는 고추장의 특징은 물엿이나 설탕을 쓰지 않고 찹쌀, 메주 가루, '엿지름'(엿기름)으로 단맛을 낸다는 점이다.
전주 비빔밥은 배탈 방지에 효과가 있고, 육류와 산나물이 맛과 색으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막장과 고추장, 참기름 등이 혼합하여 맛과 향을 돋워 주는 음식이다.
여러 고장의 말과 문화를 이해하는 일은 한국 사람으로서 매우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한국 사람이라는 동질성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애정을 가지고 다른 고장의 말과 문화를 나의 말과 문화라고 생각하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