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표현의 이해]
'손'과 관련된 관용 표현(2)

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사람이 일을 하는 솜씨나 속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손'과 관련된 관용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다음 (1~5)의 관용 표현은 모두 일하는 솜씨에 대해 말할 때 쓰인다.

(1) ᄀ. 철수는 손이 걸어서 어떤 일을 맡겨도 완벽하게 마무리합니다.
ᄂ. 우리 며느리는 손이 걸어서 음식을 많이 해 이웃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2) ᄀ. 영희는 손이 매우니까 이번 일이 아무리 어려워도 잘 해낼 겁니다.
ᄂ. 정수는 손이 매워서 한 대만 맞아도 아파요.
(3) ᄀ. 우리 회사에서는 손이 여문 사람을 찾습니다.
(4) ᄀ. 박 대리는 꼼꼼할 것 같은데 의외로 손이 거칠어.
ᄂ. 범인은 손이 거칠어 전에도 여러 번 잡혀 왔었다.
(5) ᄀ. 제가 손이 서툴러서 일을 망쳤으니 어쩌면 좋아요.

(1~3)ᄀ의 '손이 걸다, 손이 맵다, 손이 여물다'는 모두 일하는 솜씨가 좋다는 뜻이다. '손이 걸다'는 (1ᄂ)처럼 씀씀이가 후하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씀씀이가 후하다는 뜻의 '손이 걸다'는 '손이 크다'와 바꾸어 쓸 수 있다. '손이 맵다'는 (2ᄀ)과 같은 '일하는 것이 빈틈없고 매우 야무지다'의 뜻 외에 (2ᄂ)과 같이 손으로 슬쩍 때려도 몹시 아프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손이 맵다'는 ᄀ의 뜻으로 쓰일 때나 ᄂ의 뜻으로 쓰일 때나 '손끝이 맵다', '손때가 맵다'로 바꾸어 쓸 수 있다.
&nsp;   (1~3)ᄀ의 관용 표현이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반면, (4~5)ᄀ의 표현들은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4ᄀ)의 '손이 거칠다'는 일을 다루는 솜씨가 꼼꼼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손이 거칠다'는 (4ᄂ)의 예처럼 '도둑질 같은 나쁜 손버릇이 있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5ᄀ)의 '손이 서투르다'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쓴다.

(4) ᄀ. 이 선생은 손이 빨라서 일을 제일 먼저 끝냈어요.
ᄂ. 여러 명이 하는 것보다 손이 싼 최 과장에게 맡기는 것이 빨라요.
ᄃ. 영수 엄마는 손이 재서 음식을 금방 만들어 내왔습니다.
(5) 손이 뜬 민수만 빼놓고는 모두 작업을 끝냈습니다.

(4~5)는 일을 하는 속도와 관련된 관용 표현의 예이다. (4ᄀ~ᄃ)의 '손이 빠르다', '손이 싸다', '손이 재다'는 모두 일의 처리가 빠르다는 의미이다. (1ᄀ)의 '손이 걸다'도 일하는 솜씨가 날쌔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5)의 '손이 뜨다'는 일하는 동작이 매우 굼떠서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