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오(金文五) 국립국어연구원
이번 호에는 문법에 어긋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먼저 원문과 수정문을 제시한 후, 이어서 수정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위 문장에서는 '및'으로 접속되는 단위들 간의 자격이 대등하지 않다. '구+절'의 형태를 '절+절'로 바꾸어야 대등 구조의 형평성이 지켜질 수 있다. '12시간이 경과되면'처럼 이미 앞에 절 형태로 시작한 이상, 후반부를 '구+구'의 형태로 고치는 것은 부적합하다. 한편 보온 밥솥의 표시부에 숫자나 글씨로 나타날 내용을 위와 같이 '표기'라 해서는 곤란하고 '표시'라 해야 옳다.
위의 예는 너무나 많은 내용을 문장 하나에 담고 있어서 문장의 구조도 매우 산만하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는 위에 제시한 대안 문장처럼 몇 개의 문장으로 끊어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의 장기보관 능력은 ~ 김치맛이 유지됩니다."라는 부분은 주어 '장기 보관 능력'과 호응할 적절한 서술어가 없어서 문법에 어긋난다. 이 부분을
"○○는 4개월까지 김치 맛이 유지될 정도로 장기보관 능력이 뛰어납니다."로 고칠 수는 있지만 '당사 시험 결과(→성능 시험 결과)'를 살려야 하므로 "성능 시험 결과 ○○에 보관한 김치는 4개월까지 잘 익은 김치 맛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로 고치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원문에서 "옛 선조들의 지혜인 겨울철 항아리~"는 언뜻 보면 '옛 선조들의 지혜'가 "겨울철 항아리"에 국한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도록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김치 전용 속성 보관고'라는 표현에 쓰인 '속성'은 아무 설명도 없어서 차라리 '속성'을 빼는 것이 더 낫다.
제품 설명서 담당자들은 설명문을 완성한 후 단어 선택은 적절한지, 문장의 짜임새는 반듯한지 관심있게 점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