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오(金文五) / 국립국어연구원
이번 호에서도 일본어식 표현들을 주로 살펴보겠다. 먼저 원문과 수정문을 제시한 후, 이어서 수정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겠다(원문의 맞춤법, 띄어쓰기는 원문대로 따름).
'절환(切換)'은 '바꿈, 바꿔 침, 달리함'이란 뜻의 일본어 기리카에(きりかえ[切り換え])에서 온 말이다. 원문의 '절환시키다'는 '바꾸다, 변환하다'로 순화할 수 있다.
거치(据置)는 일본어 동사 스에오쿠(すえおく[据え置く])에서 파생된 명사 스에오키(すえおき[据え置き])에서 온 말인데 '(손댈 것·이동할 것을) 그대로 놓아 둠'이라는 뜻이 있다. 우리말에서 '저금·채권 따위를 일정 기간 그대로 둠'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거치'(据置)의 용법(예: 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휴대 전화 거치대(据置臺)', '휴대 전화를 ...에 거치한다' 식의 표현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아직 낯설고 어렵다. '휴대 전화 거치대(据置臺)'를 휴대 전화 꽂이(또는 '휴대 전화 걸이', '휴대 전화 고정 장치') 정도로 표현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휴대 전화를 고정 장치에 거치(据置)시켜 주십시오"는 "~ 꽂아 주십시오(또는 끼워 주십시오)"로 고치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재봉틀 설명서에 '오바로크(오버로크) 친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이 말 역시 일본어이다. '오바록쿠(オ-バ-ロック)'는 일본에서 영어식으로 조어한 '오버로크'(overlock)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버로크'는 '휘갑치기', '푸서 박기', '푸서 박음'으로 순화한 바 있다.('푸서'는 '피륙을 베어 낸 자리에서 풀어지는 올'을 뜻하는 고유어임.)<『국어순화자료집』(1999), 국립국어연구원 참조>. 학생복이나 군복 같은 제복에 달던 '명찰'이나 '휘장'은 휘갑치기(←오버로크)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런 까닭으로 명찰이나 휘장조차도 흔히 '오바로크'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단어를 아주 부정확하게 쓰는 것이다.
제품 설명서 담당자들은 쉽고 바르고 고운 말을 가려 써서 제품 설명서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사랑받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