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 요소의 형태가 제약된 관용 표현
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이번 호에서는 구성 요소의 형태가 제약된 관용 표현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1)은 '가슴에 품다'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인 예이며 (2)는 '누군가를 이성으로 좋아하다'라는 관용적인 의미로 쓰인 예이다. (1)에서는 '품었다', '품은', '품고'로, (2)에서는 '품어서', '품은', '품었습니다'로 '품다'의 형태가 자유로운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관용 표현 중에는 구성 요소가 한두 가지의 꼴로만 쓰이는 것들이 있다.
(3)의 밑줄 친 '뼈가 빠지다'는 '뼈가 힘을 받아서 제자리에서 벗어나다'라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였다. (3)의 예에서 '빠지다'가 '빠지는', '빠져', '빠졌습니다' 등의 여러 가지 꼴로 쓰일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뼈 빠지다'가 '매우 힘들다'라는 관용적 의미로 쓰일 경우에는 (4ᄃ~ᄅ)처럼 쓰일 수 없으며 (4ᄀ~ᄂ)과 같이 주로 '빠지게', '빠지도록'의 꼴로 쓰인다. '뼈가 빠지게'가 하나의 관용 표현으로서 오랫동안 육체적 고통을 견디어 내면서 힘겨운 일을 치러 나가는 것을 표현할 때 쓰인다.
(5)와 같이 '코가 묻다'가 '콧물이 다른 물체에 들러붙다'라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이면 '묻다'의 꼴도 자유롭고 함께 쓰이는 명사도 '손수건', '휴지'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6)처럼 관용 표현으로 쓰이는 경우 '묻다'는 '묻은'의 꼴로만 쓰이고 '돈'과만 결합해서 '코 묻은 돈' 전체가 '어린아이가 가진 적은 돈'이라는 뜻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