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설명문의 오류(3)
김문오(金文五) / 국립국어연구원
이번 호에도 약품 사용 설명서의 문장을 대상으로 하여 표현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사례들을 살펴보겠다. 먼저 원문과 수정문을 제시한 후, 수정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겠다(원문의 맞춤법, 띄어쓰기는 원문대로 따름).
원문에서 '도색'이나 '정제'는 어려운 한자어이다. 더욱이 '도색'에는 '桃色(복숭아 색, 분홍색)'과 '塗色(색을 칠함)'으로 동음이의어가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약 표면에 그저 어떤 색을 발랐다는 뜻의 도색인지 아니면 약의 색이 복숭아 색(복사 빛)이라는 것인지 잠시 망설이게 한다. 실제로 확인한 결과 '○○○ 정'은 분홍색이었으므로 위와 같이 고쳤다.
'○○○○의 치료 용량은'과 호응하는 서술어가 없어 호응 관계상의 오류가 있다. '경구 투여(經口投與)'는 '입을 통하여 약을 투여함'이라는 말인데 다른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위의 약은 전문 의약품이므로, 이 설명서의 독자를 약사로 간주할 수 있어서 약사가 환자에게 약을 투여한다(준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위 문맥에서는 굳이 '경구 투여'를 쓸 필요가 없고 그와 대치할 수 있고 일반인에게 친숙한 '복용'을 쓰는 것이 더 낫다. '최고 혈중 농도는 투여 후 6~12시간에 도달되며'라는 부분에서는 어순과 표현 방식이 매우 부자연스럽다. '분포량'은 '혈중 분포량'이라고 단어를 보충해야 자연스럽다.
원문에는 '소량 이행되므로'의 주어가 없고 '투여하다'의 목적어가 없어 호응 관계에 문제가 있다. '수유부에는 투여하지 않는다'에서 조사 '에'가 잘못 쓰였다. '수유부'와 같이 감정이 있는 생명체 뒤에는 조사 '에게'를 써야 한다. 원문 끝이 평범하게 '중지합니다'로 끝나서는 주의․경고의 뜻을 전달하기에 부적절하므로 당위의 '-어야 합니다'로 쓰는 것이 낫다. 한편, '부득이 ~하는 경우에는'에서 '~하는 경우'는 개별성의 의미가 강하지만 '~할 경우'로 고치면 보편성을 띠어서 미래 상황을 예측하여 서술하는, 위의 상황에 더 적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