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一切)'와 '경신(更新)'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연구원
음식점에 들어가 보면 '안주 일체', '안주 일절' 등의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말은 다소 과장된 표현인 "모든 종류의 안주가 다 구비되어 있음."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일체'와 '일절'은 둘 다 써도 되는 말일까? 아니면 어느 하나만 써야 하는 말일까?
'일체'와 '일절'은 모두 한자어 '一切'에서 나온 말이다. 이 '一切'의 '切' 자에 두 가지 뜻과 소리가 있어 이 글자가 어떻게 읽히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먼저 '一切'의 '切' 자가 '온통, 모두'의 의미인 '체'로 읽히면 '일체'가 되어 '모든 것'을 뜻하는 명사로 쓰이게 된다.
한편 '切' 자가 '끊다'의 의미인 '절'로 읽혀 '일절'이 되면,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흔히 사물을 부인하거나 행위를 금지할 때에 쓰는 부사로 쓰인다.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안주가 구비되어 있음."의 의미로는 '안주 일절'이 아니라 '안주 일체'가 쓰여야 한다. '안주 일절'과 같은 표현은 의미적으로나 문법적으로나 잘못된 말이다. '일절'은 부사이므로 (2ㄱ~ㄷ)과 같이 동사 앞에 쓰이거나 (2ㄹ)처럼 동작성 명사 앞에서 쓰일 수 있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관계에 있는 말로 한자어 '更新'에서 온 '경신'과 '갱신'이 있다. '更新'의 '更' 자는 '고친다'는 의미로는 '경'으로 읽히고, '다시'의 의미로는 '갱'으로 읽힌다. '경신'과 '갱신'은 "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함."을 의미할 때에는 동의어로 쓰인다. 그렇지만 "종전의 기록을 깨뜨림."의 의미는 '경신'에만 들어 있다.
'갱신'에는 "법률관계의 존속 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 "컴퓨터에서 기존의 내용을 변동된 사실에 따라 추가․삭제하는 일" 등과 같은 '경신'에는 없는 뜻이 더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