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땀을 술술 흘렸습니다."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의 특징 중 하나는 음성 상징어가 발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음성 상징어는 소리를 상징하는 의성어와 모양을 상징하는 의태어로 나눌 수 있는데, 의성어와 의태어의 사용은 개인과 세대에 따라 사용량과 빈도가 다르다. 작가 염상섭의 소설에는 의성어, 의태어가 당시의 어느 소설보다 풍부하다. 일찍이 이태준이 “문장강화”(1939)에서 염상섭의 소설을 예로 들며 '생활어'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고 한 것과 관련이 깊다고 하겠다. 먼저 지금은 잘 쓰이지도 않고 사전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재미있는 음성 상징어들을 보자.
식은 땀을 '술술' 흘리고 눈을 '아드득' 찌푸리다니 지금은 쓰지 않는 표현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물끄러미 아니면 말끄러미 바라보기는 하나 물그름맑그름(→물끄럼말끄럼) 바라본다고 하지는 않는다. '꺼이꺼이' 울고 '하하' 웃는 것은 분명한데 '꺼이꺼이'의 준말로 보이는 '께께'와 '핫핫'은 국어사전에 없다. '왓작'(→와짝)이나 '우중우중'(몸을 일으켜 서거나 걷는 모양)은 국어사전에 있지만 지금 사람들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미루미루'가 '미루적미루적'의 잘못으로 국어사전에 풀이되어 있는 것을 보면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썩썩'이나 '서레서레', '부덩부덩' 등은 비표준어일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의성어, 의태어에 비표준어가 있다는 것이 평소에 석연하지 않았기 때문에(모음이나 자음의 변화에 따라 어감이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욕심에는 이 단어들을 모두 사전에 올리고 싶다.(물론 그렇게 하면 올릴 의성어, 의태어가 많아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모음 또는 자음의 차이 때문에 지금의 표준어와 어감이 다른 의성어, 의태어의 예들이다.
'우물주물', '살작' 등의 예들은 표기일 뿐이지 실제로 발음된 소리의 반영이 아닐 소지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도 '땀을 벌벌 흘리고, 방 속에서 듸굴듸굴 구르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다. 오늘 하루는 재미있는 우리의 음성 상징어에 푹 빠져 지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