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症)'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20세기 전반기 소설을 펼쳐 놓고 보면 표기가 다른 것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가만 소설을 읽다 보면 표기 외에도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색다른 표현을 발견하게 된다. 그 표현은 작가 개인의 것일 수도 있고 당시의 일반적인 표현법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판정하려면 여러 텍스트를 비교하여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염상섭의 소설에서는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증(症)'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정도의 다양한 '증'이라면 한 개인의 독특한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증'은 요즘은 '마음, 생각' 정도의 말로 대체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무서운증'은 잘 쓰이지 않지만 '무섬증'은 주변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 두 말의 선후 관계가 어떤지 궁금하다.
다음은 구가 단어화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예들이다.
지금은 '성가시다, 앞서다, 애절하다'로 쓰이는 단어들이지만 당시에는 '성이 가시다, 앞을 서다, 애절을 하다'로 사용되었다. '애절을 하다'는 '견디기 어렵도록 애가 타는 마음이 있다'는 뜻으로 현재는 형용사 '애절하다'로만 쓰인다.(*애절을 한 사랑/애절한 사랑)
다음은 명사와 동사가 어울린 구로 지금의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예들이다.
위의 '미친 체를 부리다, 얌체빠지다, 치장을 차리다, 터득이 나다, 용기가 나서다, 감기가 가시다, 핀잔을 만나다'와 같은 표현은 지금은 '미친 체를 하다, 약아빠지다, 치장을 하다, 터득을 하다, 용기가 나다, 감기가 낫다, 핀잔을 듣다'로 고칠 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표현도 국어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국어사전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피는 물보다 걸다'는 속담은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로 사용된다. '걸다'가 '묽지 않다'는 뜻이니 뜻은 매한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