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의 이해

외래어 표기는 현지 발음과 가깝게

정희원(鄭稀元) / 국립국어연구원

우리말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원칙은 가능하면 그 외래어의 본래 발음에 가깝게 적는 것이다.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들어온 말이므로 외국어일 때의 발음을 될 수 있는 대로 살려 적자는 것이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법은 일종의 발음 기호인 국제 음성 기호와 그에 대응하는 한글 자모를 짝 지어 제시한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가 중심이 된다. 이 표의 일부를 보이면 아래와 같다.
자음 반모음 모음
국제 음성 기호 한 글 국제 음성 기호 한글 국제 음성 기호 한글
모음 앞 자음 앞 또는 어말
p ㅂ, 프 j i
b Ч e
t ㅅ, 트 w 오, 우 æ
d     Ə

위의 표에 보면 모음 i와 '이'가 짝지어져 있는데, 이것은 철자 i가 아니라 [i]로 발음되는 소리를 한글로 옮길 때 '이'로 적으라는 뜻이다. [i]로 발음되는 소리는 철자로는 eat[i:t]에서처럼 ea이거나, bee[bi:]에서처럼 ee이거나 key[ki:]에서처럼 ey일 수도 있다. 반면에 영어에서 철자 i는 예를 들어 nice[nais], idea[aidi:ə] 등에서처럼 '아이'로 소리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외래어 표기법의 표기 일람표에 제시되어 있는 국제 음성 기호를 철자로 인식하여 잘못된 표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accessory[ ksesəri]나 adapter[ədæptə] 등을 '악세사리'나 '아답터'처럼 적는 일이 그 예이다. 철자로는 같은 a이지만 위의 대조표에 따라 [æ]로 발음될 때에는 '애'로, [Ə]로 발음될 때에는 '어'로 적어야 한다. '액세서리', '어댑터' 등이 맞는 표기이다.
    본래 언어의 발음에 가깝게 적는다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원어로는 철자가 같은 말들이라도 한글로는 달리 표기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어 Charles는 그것이 영어 이름인지, 프랑스 어 이름인지에 따라 한글 표기가 달라진다. 영어권 사람의 이름이라면 '찰스'라고 해야 하지만 프랑스 어를 사용하는 지역의 사람 이름이라면 프랑스 어 발음에 따라 '샤를'이라고 적어야 한다. 지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지도에 보면 San Jose라고 적혀 있는 도시가 두 곳 있다. 하나는 중미 코스타리카의 수도이고, 또 한 곳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도시이다. 이들은 비록 같은 로마자 철자로 적지만 두 지역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한글로는 전혀 다르게 적는다. 즉 코스타리카는 에스파냐 어를 사용하는 지역이므로 그 수도는 에스파냐 어 표기법에 따라 '산호세'라고 적어야 하며, 미국 도시는 영어 발음 [sænejei]에 따라 '새너제이'로 적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외래어의 현지 발음을 존중하는 표기는 외국의 인명·지명 등을 실제 발음과 가깝게 불러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음을 모르는 말에 대해서는 정확한 표기를 결정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외국어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자와 인터넷 사이트들이 많이 있어서 어느 정도 도움을 얻고 있지만 여전히 발음을 알 수 없는 말들이 많이 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기타 언어 표기법'을 따로 두어 발음 정보가 알려져 있지 않은 일부 언어에 대해서는 철자를 기준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