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ㅎ ㅊㅋ(?)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최근 들어 통신 언어가 점점 더 몇몇 네티즌의 은어로 바뀌어 가고 있음은 무엇보다도 지난 호에서 살펴본, 우리말을 한글이 아닌 다른 문자의 글자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경우를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예들을 포함하는 통신 언어는 기성세대에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그들 즉 몇몇 네티즌만의 언어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각종 기호나 부호를 사용한 이모티콘[emoticon,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로 신세대나 네티즌들이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압축해 전달하는 기호를 이르는 말]이나 아예 우리말의 글자 자체를 해체한 기묘한 예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우리말의 글자 자체를 해체하여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인터넷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예들은 대부분 우리말의 글자 가운데 자모(특히, 자음)만을 사용하고 있다. (1ㄱ)의 'ㄱㅅ'와 'ㅊㅋ'는 각각 '감사'와 '축하'의 실제 소리인 '추카'에서 각 음절의 첫 글자인 자음만을 따고 'ㄱㅅㄱㅅ'와 'ㅊㅋㅊㅋ'도 각각 '감사'와 '추카'의 반복형에서 각 음절의 첫 글자인 자음만을 딴 예이다. 이들은 인터넷상에 아주 널리 쓰이고 있어 'ㄱㅅ해요'와 'ㅊㅋ해요'처럼 쓰이기도 한다. (1ㄴ)의 예들은 모두 입으로 내는 소리나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각각 '하하하/히히히', '크크크/키키키', '츠츠츠', '키득키득' 등에서 각 음절의 첫 자음만을 딴 것들이다. 최근에는 '결혼'을 'ㄱㅎ'이라 한 경우도 있어 이러한 쓰임은 더욱 더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음 예들은 우리말의 글자 가운데 모음만을 사용한 예이지만 (1)의 예들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1)과 달리 (2)의 'ㅜㅜ'와 'ㅠㅠ'는 각각 눈물을 흘리는 모습인 'ㅜ.ㅜ'과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인 'ㅠ.ㅠ'를 형상화한 것으로 모두 우는 모습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이모티콘에 대해서는 다음 호를 참조하기 바람.]
아래의 예들은 좀 더 복잡한 방식으로 우리말의 글자를 해체하여 적은 것들이다.
(3ㄱ)의 'ㅂ2ㅂ2'는 헤어질 때 영어식으로 하는 인사말인 '바이바이(byebye/byby)'에서 일부분은 소리가 같은 아라비아 숫자로 바꾸어 적고 다른 일부분은 음절의 첫 글자인 자음만을 따서 만든 예이다. 'ㅃ2ㅃ2'도 '바이바이'를 어린아이가 귀엽게 소리 내는 말인 '빠이빠이'에서 온 예이다. 반면 (3ㄴ)의 'ㅂㄴㅂㄴ'와 'ㅃㄴㅃㄴ'는 각각 '바이바이'와 '빠이빠이'의 줄인 말인 '바바'와 '빠빠'에서 'ㅏ'를 모양이 비슷한 'ㄴ'으로 바꾸어 적은 예이다. 참고로 '바바', '빠빠' 등은 (1)의 예처럼 각각 'ㅂㅂ', 'ㅃㅃ' 등과 같이 각 음절의 첫 자음만 따서 적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말의 글자 자체를 해체하여 사용한 몇몇 예는 귀엽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글쓴이의 감정을 그럴듯하게 보여 줘 사실감을 더해 준다는 장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 및 예들은 기성세대에게 아주 기괴하게 보일뿐더러 우리말의 어법이나 글자 구성 면에서 볼 때에도 크게 잘못된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