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과 완벽(完璧)
이준석(李浚碩) / 국립국어연구원
고사 성어는 대개 넉 자의 한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반드시 넉 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두 자나 석 자로 된 고사 성어들도 있다. 그런 말들 가운데 우리 생활에서 흔히 쓰는 고사 성어가 '모순(矛盾)'과 '완벽(完璧)'이다.
'창'의 뜻을 가진 '모(矛)'와 '방패'의 뜻을 지닌 '순(盾)'의 한자가 어울려서 쓰이는 '모순(矛盾)'은 흔히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가리킬 때 쓰인다. "네 말은 모순이야."라고 할 때의 의미는 "네 말은 이치가 안 맞아, 또는 네 말에는 문제가 있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논리학이나 철학에서 쓰이는 모순은 일상적인 쓰임에서와는 달리 그 의미가 분명하다. 논리학에서는 모순이 두 가지의 판단, 사태 따위가 양립하지 못하고 서로 배척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에이(A)를 하나의 명제로 가정하면 "에이(A)는 에이(A)가 아니다."라고 말할 때, 에이(A)의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그 말은 항상 옳지 않게 되는데 이를 논리학적 모순(矛盾)이라 한다. 철학에서는 사물이 정(正)․반(反)․합(合)의 세 단계를 거쳐서 전개된다고 보는 변증법(辨證法)을 설명할 때 이 말을 사용한다. 정(正)의 단계에서 의식되지 않은 상태로 포함되어 있는 모순은 자각되었을 때 비로소 밖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밖으로 드러나는 단계를 반(反)의 단계라 하고, 정과 반이 모순에 빠짐으로써 제3의 합(合)의 단계로 전개해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모순의 고사는 "한비자(韓非子)"의 '난세편(難勢篇)'에 나온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완벽(完璧)'은 한자의 뜻만으로라면 '온전한 구슬'을 가리킨다. 그런데 실상은 '흠잡을 데 없이 완전함'을 이르는 뜻으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말의 고사(故事)는 "사기(史記)"의 '인상여열전(藺相如列傳)'과 "십팔사략(十八史略)"의 '조편(趙篇)'에 나오는 '화씨지벽(和氏之璧)'에서 유래한다.
'모순'이나 '완벽'은 두 자가 결합된 한 단어로 국어에서 쓰이지만 유래를 가지고 있으므로 고사 성어로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