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와 속담
조남호(趙南浩) / 국립국어연구원
중국의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애독해 온 책으로, 그 내용이 널리 알려져 우리 고유의 음악인 판소리 다섯 마당의 하나로 "적벽가"가 있을 정도이다.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조차도 유비(劉備), 조조(曹操), 제갈량(諸葛亮)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역할은 안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면 속담의 소재로 쓰일 충분한 조건이 된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을, 속담을 만들 때 이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속담의 소재로 쓰인 예들이 여럿 있다.
그렇지만 주요 인물 순서로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속담에 쓰이기에 적합한 인물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가장 인기가 좋은(?) 인물은 장비이다.
끝 속담을 빼면 싸움이나 하고 잘난 체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으니 별로 좋게 인식이 되지 못한 셈이다.
다음으로 자주 나오는 인물은 제갈량이다. 뛰어난 책략가이고 충성스러웠던 인물인 제갈량은 속담에서도 좋게 그려진다.
"삼국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조조이다. 간계(奸計)를 쓰는 나쁜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니 속담에서의 평이 좋을 리 없다.
"삼국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유비에 대한 평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주요 등장인물 중의 하나인 관우는 속담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속담의 소재로 삼을 만한 특징이 없는 까닭인 듯하다. 대신 유비의 부하였던 다른 인물, 조자룡(趙子龍)이 등장하는 속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