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된 한 글자 단어들의 띄어쓰기
이정미(李正美) /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한글자로 된 단어들이 연속된 경우의 띄어쓰기에 관해서는 '한글 맞춤법' 제46항에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얼핏 보아 아주 명료한 듯하나 이것을 실제 띄어쓰기에 적용하려 할 때에는 사람마다 구구하게 해석할 소지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이어진 한 글자 단어들의 띄어쓰기 관련 규정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분명히 하고자 한다.
관련 규정에 제시된 예를 통해 이들의 띄어쓰기를 살펴보기로 한다.
한 글자 단어 서너 개가 계속 이어진 경우에는, 우선 (1ㄱ)과 같이 단어 하나하나를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의미를 좀 더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표기를 좀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1ㄴ)처럼 가까운 단어끼리 붙여 쓸 수 있다.
여기서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는, 한 글자 단어의 연속 개수는 명확히 규정된 바 없다. 다만, 용례를 토대로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따르면, 붙여 쓸 수 있는 한 글자 단어의 연속 개수는 주로 네 개이고 적어도 세 개는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일반인들이 한 글자 단어가 서너 개 계속 이어지는 경우에는 읽기나 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데 비해, 그것이 둘 정도 이어지는 경우에는 별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2ㄱ)과 같이 한 글자 단어 두 개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각 단어를 원칙대로 띄어 쓰는 것이 붙여 쓰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다. 붙여 쓰는 경우에는 동음 단어들과 혼동할 소지가 있어서 오히려 의미 파악에 부담을 준다. 이는 (2ㄴ)과 같이 한 글자 단어가 네 개 연속될 때 모두 띄어 쓰는 것보다 가까운 단어끼리 붙여 쓰는 것이 덜 부담스러운 것과 대조된다.
한편, 한 글자 단어가 세 개 이상 연속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붙여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미적으로 한 덩어리로 인식될 수 있는 단어끼리만 붙여 쓸 수 있다. 주로 관형어와 명사, 부사(부사 수식)와 부사 관계가 그런 경우이다.
(3ㄱ)은 계속 이어진 한 글자 단어들을 원칙대로 모두 띄어 쓴 경우이고, (3ㄴ)은 부사 '좀'과 이것의 수식을 받는 부사 '더', 관형사 '새'와 이것의 수식을 받는 명사 '집'이 각각 한 덩어리로 인식되어 붙여 쓴 경우인데, 모두 자연스럽다. 반면, (3ㄷ)은 각각 '집'을 수식하는 관형사 '큰'과 '이'는 서로 의미상 한 덩어리를 이루지 못하여 붙여 쓰는 것이 어색하다. 말하자면 관형어와 관형어, 부사와 관형어는 붙여 쓸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부사와 부사', '관형어와 명사'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직접 수식 관계에 있지 않으면 붙여 쓰는 것이 어색하다.
(4ㄱ)은 부사 '더'가 관형어 '큰'을 꾸민 경우로 붙여 쓰는 것이 어색하고, (4ㄴ)의 부사 '더'는 부사 '못'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못 가다'를 꾸미므로 붙여 쓸 수 없으며, (4ㄷ)의 부사 '늘'은 '더 잘 달린다'를 꾸미므로 서로 띄어 써야 한다.
이상으로 볼 때, 주로 세 개 이상 연속된 한 글자 단어는 원칙적으로 각각 띄어 써야 하나, 읽기 및 쓰기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의미상으로 밀접하게 관련된 부사와 부사, 관형어와 명사는 붙여 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