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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용어 순화-미술사(美術史) 용어-

최용기(崔溶奇) / 국립국어연구원

문화재 용어 중에서 미술사(美術史) 분야의 용어는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것이 많은 편이다. 그동안 교과서나 언론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용어가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 괴운문(怪雲紋): 구름을 상징하여 신성한 기운이 감돌게 장식한 무늬.
(2) 능화판(菱花板): 책 겉장에 마름꽃의 무늬를 박아 내기 위하여 조각한 목판.
(3) 복판(複辦): 여러 겹으로 된 꽃잎.
(4) 산화염(酸化焰): 가마 속에 산소가 많은 상태에서 타는 붉은 색의 불꽃.
(5) 영락(瓔珞): 진주, 옥, 금속 등을 끈으로 꿰어서 보살의 목이나 가슴 등에 늘어뜨린 장신구.
(6) 영묘화(←翎毛畵): 새나 짐승을 소재로 하여 그린 그림.
(7) 운염(暈染): 색깔을 칠할 때 한쪽을 짙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차츰 엷게 나타나도록 하는 일.
(8) 탱화(←幀畵): 천이나 종이에 그림을 그려 족자나 액자의 형태로 만들어서 거는 불화(佛畵).

(1)의 '괴운문'은 그동안 학계나 언론에서 '구름문 으로 널리 사용된 용어이다. 그러나 2000년 12월 21일 국어심의회(이하 '국심'이라고 함)에서는 의미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구름무늬'로 순화하였다.
   (2)의 '능화판'은 미술 전문어로 사용되었던 용어인데, 어려운 한자어라는 이유로 국심에서는 '마름꽃 무늬판'으로 순화하였다. 다만, 학계에서는 '능화판'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능화판'도 함께 사용토록 하였다.
   (3)의 '복판'은 식물 전문어로 사전에서 흔히 '겹꽃잎'으로 등재되고 있는 용어이다. 또한 상대 개념인 '단판'은 '홑꽃잎'으로 등재되어 있다. 국심에서는 식물 전문어로 등재된 '겹꽃잎, 홑꽃잎'을 그대로 쓰도록 하였다.
   (4)의 '산화염'은 그동안 '겉불꽃, 외염'으로 순화한 적도 있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국심에서는 '산화 불꽃'으로 순화하였다.
   (5)의 '영락'은 목이나 팔 따위에 두른 장신구로 이미 '달개'로 순화하여 사용하던 용어이다. 국심에서도 순화된 용어를 그대로 쓰도록 하였고, 이와 함께 전문어로 자리 잡은 '영락'도 쓰도록 하였다.
   (6)의 '영묘화'는 한자어가 '영모화'인데 '영묘화'가 된 것은 발음이 어렵기 때문에 언중들이 그렇게 부른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국심에서는 '깃털 짐승 그림'으로 순화하였다. 다만, 학계에서는 '영모화'도 함께 사용토록 하였다.
   (7)의 '운염'은 마치 먹물이 달무리처럼 연하게 번지게 하는 기법으로 그동안 '바림, 운옹(暈)'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어렵다는 이유로 국심에서는 '바림질, 운염법'으로 순화하였다.
   (8)의 '탱화'는 '정화'가 변하여 '탱화'로 되어 버린 전문어이다. 한때는 '불화(佛畵)'로 순화하여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번 국심에서는 '걸개불화'로 순화하였다. 다만, 학계에서는 '탱화'도 함께 사용토록 하였다.

이번 미술사 분야 용어를 순화하면서 아쉽게 느꼈던 점은 우리가 우리말에 대하여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어려운 전문 용어일지라도 얼마든지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말에 대하여 너무나 무관심하였다. 앞으로 우리는 어려운 한자어나 국적 불명의 외국 말을 가능한 한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