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모의 발음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제1장 총칙)"라고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만 막상 실제 단어 하나하나의 표준 발음을 정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표준 발음법'에서는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라야 할지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에 따라 발음을 해야 할지 이 두 기준 사이를 오가며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표준 발음법' 제4장은 여러 가지 환경에서 받침소리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국어에서 모음이 뒤에 올 경우 받침소리는 그대로 뒤에 오는 모음에 이어 읽거나, 일단 대표 소리가 된 후 모음에 이어 읽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받침소리가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될 때에는 뒤의 소리에 곧바로 이어서 읽고, 뒤 소리가 모음으로 시작되더라도 실질 형태소인 경우에는 받침의 대표 소리를 뒤 소리와 연결하여 읽는다.
이러한 두 가지 원칙은 일견 일률적으로 적용될 것 같지만 이 장에서는 표준어 화자의 실제 발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일종의 예외적인 발음 몇 가지를 허용하고 있다.
먼저 한글 자모의 이름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결합할 경우를 살펴보자. 일반적인 '표준 발음법'의 기준에 따르면 한글 자모 이름의 받침은 다음 음절의 첫소리로 옮겨서 발음해야 할 것이다. 즉, '부엌이, 낯을, 무릎에'를 [부어키], [나츨], [무르페]로 발음해야 하는 것처럼 '키읔이, 치읓을, 피읖에'는 [키으키], [치으츨], [피으페]와 같이 이어서 발음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표준 발음법' 제16항에는 한글 자모 'ㄷ, ㅈ, ㅊ, ㅋ, ㅌ, ㅍ, ㅎ'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어 다음과 같이 발음하도록 하였다.
이는 언중들의 현실 발음을 반영한 것으로 '꽃이[꼬시], 밤낮으로[밤나스로], 솥은[소슨], 무릎을[무르블], 부엌에[부어게]' 등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예외적인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