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손세'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6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담장에 피어 있는 덩굴장미가 탐스럽다. 이 붉은 장미가 평양의 어느 아파트 뜰에도 피어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지난번에 이어 우리에게 생소한 북한 말을 소개하기로 한다.

'갑자르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거나 거북하여 주저하며 낑낑거리다'의 뜻이다. "함석필은 아무리 나어린 소년이라 해도 안해를 만나려 한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으므로 몇번이나 갑잘랐다. 소년은 호기심과 의문이 실린 눈으로 함석필의 아래우를 찬찬히 뜯어보더니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리운 조국 산천", 박유학, 문예출판사, 1985, 111쪽>처럼 쓰이는 말이다.

'대여가다'는 '정한 시간에 맞게 가거나 이르다'의 뜻이다. "리북철은 서둘러 앞장섰다. 그들은 눈속에 빠져 서로 부축해가며 두어아름이나 되는 진대나무를 기어넘으면서 보통때 같으면 한시간은 실히 걸릴 길을 반시간만에 대여갔다. 드디어 일행은 유격대의 귀틀집만큼이나 큰 거밋거밋한 바위앞에 이르렀다." <"백두산 기슭",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78, 203쪽>에서 예를 볼 수 있다.

'복닥질'은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고 볶아쳐서 정신을 차릴수 없이 복잡하게 노는것'을 이른다. "그처럼 말하는데서나 행동하는데서 복닥질을 잘해대기때문에 '보따지'라는 별명이 있었다. '복닥질'이라는 어원으로부터 생겨난 별명이였다. 하지만 이 별명은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압록강",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2, 125쪽>와 같은 예가 있다.

'손세'는 '손짓'을 말한다.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박종학은 손이 떨려나는것을 감추기 위하여 일부러 손세까지 써가며 류창하게 인사말을 엮어났다. 리철범과 최성택은 대뜸 동지라고 부르며 나서는 이 뻔뻔스러운 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으나 지방공작을 한 경험이 많은 철범이 역시 먼저 입을 벌렸다." <"고난의 행군",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76, 53쪽>처럼 쓰인다.

'차붓이'는 '가볍게 착 붙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피기없이 꺼져들어간 볼에는 이마에서 흘러내린 몇오리의 머리칼이 말려있었고 속눈섭이 차붓이 맞붙은 눈두덩에는 잠결에도 가셔지지 않은 수심이 어려있었다. 그의 보풀이 인 마른 입술은 약간 들려져있었다." <"백두산 기슭",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78, 269쪽>와 같은 예가 있다.

지난해 6월 중순의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이 있은 지 꼭 1년이 되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남한 답방이 이루어져 다시 한번 남북의 정상이 민족의 영광스러운 장래를 논의하는 기회가 오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