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법의 이해

로마자 표기와 붙임표(-)

김세중(金世中) / 국립국어연구원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애’는 ae, ‘외’는 oe로 적는다. 그런데 a는 ‘아’, e는 ‘에’, o는 ‘오’이므로 ae를 ‘아에’로, oe를 ‘오에’로 읽을 수도 있다. 즉 ae는 ‘아에’도 되고 ‘애’도 된다. oe도 마찬가지로 ‘오에’도 되고 ‘외’도 된다.

ae를 ‘애’로 읽지 않고 ‘아에’로 읽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제3장 제2항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3장 제2항
발음상 혼동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쓸 수 있다.
중앙 Jung-ang     반구대 Ban-gudae
세운 Se-un          해운대 Hae-undae

이 규정에 따르면 ‘아에’는 a-e로 적을 수 있다. 그 결과 a-e를 ‘애’로 읽을 수는 없고 ‘아에’로 읽을 수밖에 없다. 즉 ‘아에’로 읽게 하려면 a-e로 적으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ae를 ‘아에’로 읽지 않고 ‘애’로 읽도록 하고 싶다고 가정하자. 논란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방법은 ae 위에 ^ 표시를 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해 주면 틀림없이 ‘애’로 읽게 할 수 있다. 이런 표시를 보고 ‘아에’로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애’는 ae로 적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 a^e로 적는다는 규정은 없으므로 a^e를 쓸 수는 없다. 결국 ae라는 표기만으로도 ‘애’로 읽어야 한다. 문제는 ae를 ‘애’로 읽을 수도 있지만 ‘아에’로 읽을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위 제3장 제2항 규정을 보면 ‘붙임표(-)를 쓸 수 있다’고 되어 있지 ‘붙임표(-)를 써야 한다’고 되어 있지 않다. 만일 ‘써야 한다’로 되어 있다면 ‘아에’는 a-e로만 써야지 ae로 쓸 수는 없다. 그런데 ‘쓸 수 있다’고 되어 있으므로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결국 ‘아에’는 ae로 쓸 수 있고 ‘애’는 당연히 ae로 써야 하므로 그 결과 ae는 ‘애’인지 ‘아에’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붙임표를 생략하면 한 로마자 표기가 두 가지로 발음될 수 있는데도 붙임표 사용을 강제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붙임표는 대단히 눈에 거슬리는 기호라는 점이다. ‘강원’을 Gang-won으로 하기보다는 Gangwon으로 하는 것이 시각적으로 더 편안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표기와 발음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떤 언어든지 표기가 발음을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않는다. 국어의 ‘말〔馬〕’은 모음이 짧고 ‘말〔言〕’은 모음이 길지만 똑같이 ‘말’로 적는다. 영어에서 lead(이끌다)는 발음이 [li:d]이고 lead(납)은 [led]이지만 표기는 같다. 로마자 표기라고 예외는 아니다. 로마자 표기로 발음을 완벽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Gangwon을 ‘간권’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있다면 ‘강원’으로 바로잡아 주면 된다. 표기가 발음을 완벽하게 다 보여 주는 것은 아니며 발음은 어차피 따로 익혀야 할 부분이 있다. ‘아에’를 a-e로 쓰는 것을 허용하지만 ae로 쓰기를 더 권장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