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용어 순화
-민속학 용어-
최용기(崔溶奇) / 국립국어연구원
민속학 용어 중에는 고고학 용어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가 훨씬 많다. 또한 민간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므로 쉬운 용어가 대부분이지만, 표기 형태가 통일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는 고고학 용어의 순화 용어와 표준 용어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의 ‘기자’는 부계 중심 사회에서 남아를 선호하는 풍습에서 비롯된 용어로, 주로 부녀자들이 아들을 낳기를 신령에게 비는 일 따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 ‘기자’라는 용어가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민속학계나 일반인들 사이에 많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 국어 심의회에서는
‘아들 빌기’로 순화하였다. 다소 어색하지만 국민들이 널리 사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2)의 ‘기세배’도 전문 용어이므로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학계에서 있었으나, 일반인이 알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어 심의회에서는
‘농기 세배’로 순화하였다.
(3)의 ‘경직도’는 농민들의 생활 모습을 그린 그림이므로 국어 심의회에서는
‘농촌 생활도’로 순화하였다. 다만, 학계에서 ‘경직도’를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농촌 생활도’와 ‘경직도’를 함께 쓰도록 하였다.
(4)의 ‘백동장’ 대신에 ‘담뱃대장’으로 쓰자는 일부 의견이 있었으나, 전통적으로 ‘백통장’을 더 많이 쓰고 있고, 실제로 정부 기관(문화재청)에서도
‘백통장’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표준 용어로 정하였다. 또한 일관성을 유지하고, 널리 알려진 용어를 더 많이 사용토록 ‘놋그릇장’을
‘유기장’으로, ‘바느질장’을
‘침선장’으로 표준 용어를 정하였다.
(5)의 ‘목안’은 ‘나무기러기’를 더 널리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므로 이를 표준 용어로 정하였다.
(6)의 ‘매화틀’은 궁중에서는 ‘매우틀’로, 민간에서는 ‘매화틀’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이미 궁중에서 큰 것(대변)을 ‘매’, 작은 것(소변)을 ‘우’로 이르던 말이므로
‘매우틀’로 표준 용어를 정하였다.
(7)의 ‘마상재’는 조선 시대에 무예 이십사반 가운데 마군(馬軍)이 달리는 말 위에서 부리던 여러 가지 무예로 ‘총 쏘기’, ‘옆에 매달리기’, ‘엎디어 달리기’, ‘거꾸로 서서 달리기’, ‘자빠져서 달리기’, ‘가로누워서 달리기’, ‘옆에 거꾸로 매달려서 달리기’, ‘쌍마(雙馬) 타고 서서 총 쏘기’ 따위가 있었다. 결국 이런 무예는 말을 타면서 보여 주는 기술이므로 국어 심의회에서는
‘말타기 재주’로 순화하였다.
이러한 용어 순화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특별히 고려한 사항 중의 하나는 가능하다면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알려진 용어를 더 널리 사용토록 권장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