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쓰기

문장 성분 간의 호응과 연결

 

최용기(崔溶奇) / 국립국어연구원

흔히 우리는 교과서 문장은 모두 옳은 문장이고, 가장 모범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과서 문장도 일반적인 서적이나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잘못된 표현이 버젓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표기의 오류나 표준어 사용의 잘못은 어문 규정을 몰라서 그렇다고 변명을 할 수 있지만, 문장을 잘못 쓰는 것은 개개인의 문장 작성 능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주로 문장의 오류 가운데 문장 성분 간의 호응과 연결이 잘못된 예만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례는 1종(국정) 교과서에 찾은 것들이다.

(1) 나중에 알고 보니, 의사는 내가 심한 폐결핵을 앓고 있어 매우 위독할 뿐 아니라, 감방 동료들에게도 전염될 위험이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2) 어찌 제왕(帝王)만이 스스로의 부덕(不德)을 하늘에 빌었겠습니까?
(3) 근대화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제국주의에 의한 예속성만 깊어져 갔다.

위의 밑줄 친 부분은 모두 문장 성분 간의 호응이 잘못된 부분이다. (1)은 앞뒤의 주어가 서로 다른데도 뒷부분은 주어가 빠졌다. ‘폐결핵을 앓아 위독하다’의 주어는 ‘내가’이지만, ‘전염될 위험이 있다’의 주어는 ‘내 병’(폐결핵)이다. ‘폐결핵’이 만성 전염병이므로 ‘전염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지, 주어인 ‘내가’ 전염될 위험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뒷부분의 주어는 생략할 수 없다. 위의 문장처럼 주어를 생략한다면, 의미 전달이 모호해진다. (2)는 목적어와 서술어가 잘 호응하지 않는다. ‘부덕’을 탓할 수는 있어도 빌 수는 없는 것이다. ‘부덕에 대한 용서’나 ‘부덕에 대한 잘못’을 빌어야 한다. (3)은 관형어와 후행 명사가 잘 호응하지 않는다. ‘제국주의에 의한 예속성’은 이상한 문구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예속성’으로 고쳐야 자연스러운 문장이 된다.

(4) 구성원들은 소외 의식을 느끼지 않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문제 해결과 한번 결정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5) 주변 나라들과 상호 방위 조약이나 집단 안전 보장 기구를 만들었으며 ….

위의 밑줄 친 부분은 문장 성분 간의 연결이 잘못된 부분이다. 대등한 내용이 연결되는 ‘A와 B’나 ‘A-고 B’와 같은 구성에서는 구성 요소인 A와 B의 형식이 대등해야 한다. 그런데 (4)에서는 명사구와 동사구를 연결하고 있다. 앞부분의 ‘문제 해결과’를 ‘문제를 해결하고’로 바꿔 양쪽의 형식을 일치시켜야 한다. (5)는 비록 명사구와 명사구의 연결이지만 ‘상호 방위 조약’은 ‘만들다’의 목적어가 될 수 없으므로 ‘상호 방위 조약이나’를 ‘상호 방위 조약을 맺거나’로 바꿔야 한다.
   이 밖에도 문장 성분 간의 호응이나 연결이 잘못된 예가 교과서에 많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문장은 우리 교과서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과서에 실리는 문장일수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