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원

‘스승’의 뜻

 

조항범(趙恒範) / 충북대학교

5월의 한가운데에는 ‘스승의 날’이 있다. 제자가 된 처지에서는 스승의 은공을 되새기고 스승의 처지에서는 스승의 길을 다짐하는 날이다.
    제자로부터 언제나 존경을 받아야 하고 또 존경을 받기 위해 늘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는 스승의 길은 참으로 힘든 길이다. 그래서 이 길을 묵묵히 가는 ‘스승’은 언제나 높고 큰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높고 큰 존재인 ‘스승’은 본래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가? 그것을 밝힐 수 있다면 ‘스승’이 걸어가야 할 길이 좀 더 분명해질 것이다.

‘스승’이라는 단어와 관련된 기록으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보이는 “김대문이 이르기를 ‘차차웅(次次雄)’은 우리말의 ‘무당’을 뜻하는 것이니 세상 사람들이 무당은 귀신을 섬기고 제사를 숭상하므로 그를 외경하여 마침내 존장을 ‘자충(慈充)’이라 한다고 하였다.”일 것이다. 여기에 보이는 ‘次次雄’이나 ‘慈充’은 분명한 것은 아니나 ‘스승’과 관련된 초기 어형의 음차자(音借字)로 추정된다. ‘次次雄’이나 ‘慈充’이 ‘무당’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주목된다.
    ‘무당’은 제정 일치의 원시 사회에서 주술적 언어로써 신(神)과 교섭하는 절대적 존재였다. 이러한 존재에 ‘스승’이라는 말은 제격이다. 15세기의 '스' ‘무당’이라는 의미가 부여되어 있고, 현재 함경도 방언에 ‘스승’이 ‘무당’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아주 이른 시기에서도 이것이 ‘무당’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온당하다.
    15세기 문헌을 보면 '스' ‘화상(和尙)’, 곧 ‘스님’이라는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스님은 불법(佛法)을 전수하여 제자를 기르고, 또 부처의 거룩한 말씀을 통해 대중을 교화하는 존경의 대상이었기에 이들에게도 ‘스승’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스승’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은사(恩師)’라는 말이 본래 ‘처음 중이 된 후 길러준 스님’이라는 뜻의 불교 용어인 것으로 볼 때 ‘스승’도 ‘스님’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스님’을 ‘스승’이라고 했다는 점에서 ‘스승’의 어원을 ‘사승(師僧)’에 두기도 하나 믿을 수 없다. ‘스님’을 ‘사(師)님’이 변한 것이라든가, ‘스승님’이 줄어든 것이라든가 하는 해석도 있으나 이들 또한 분명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제자를 기르고 사람을 일깨워 주는 일은 ‘스님네’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도리를 궁구하고 공맹(孔孟)의 실천 도덕을 숭상하는 유학자들도 그들과 똑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로써 ‘스승’에 ‘선생[師]’의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스승’에 부여된 ‘무당’, ‘스님’, ‘선생’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연의 섭리나 성현의 말씀을 말로써 전하고 또 그것으로 대중을 교화하고 지도하는 정신적 구심체라는 점이다. 제도와 방법은 달라졌어도 여전히 학교 선생님들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선생님’들에게 ‘스승’이라는 뜻 깊은 명칭을 아직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