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대화방의 언어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연구원
컴퓨터 통신의 대화(채팅)에서 쓰이는 언어는 자판을 통해 의사 전달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실제의 언어와는 다른 면이 많다. 우리가 말을 할 때 음운의 축약이 일어나거나 동화가 일어나는 것이 혀의 수고를 덜기 위한 일인 것처럼, 통신에서는 타자의 수고를 덜기 위하여 문법을 간결하게 하고 약어를 쓰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청소년 층의 대화에서는 그들만의 독특한 어휘와 언어 습관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따로 익히지 않은 사람은 청소년 층과의 원만한 의사 소통이 어려울 정도이다. 이에 컴퓨터 통신의 대화에서 자주 쓰이는 말들을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어솨요(어서 와요), 안냐세여(안녕하세요), 방가(반가워요), 마니(많이) |
대부분의 문장에서 연철과 축약이 일어난다. 이에는 타자의 수고를 덜기 위한 기본적인 의도가 있기도 하지만, 뭔가 일탈을 꾀하는 청소년들의 반항 심리나 남들과는 다르게 말을 해 보려는 노력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즐통:즐거운 통신(흔히 ‘즐통 (하세요)’이라 인사하며 대화방을 빠져 나간다.) |
타자의 수고를 덜려는 노력에서 구나 짧은 문장을 간략하게 줄인 말들이다.
남탕/여탕/혼탕:대화방의 구성원들이 남자/여자/혼성인 대화방 |
하2(하; hi), 에블바디 방가(여러분 반가워요), 쏘리요(미안해요) |
위와 같이 컴퓨터 통신의 대화에서는 대부분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기가 주를 이룬다. 약어도 사전에 등재된 것은 거의 없다. 물론 타자의 횟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임은 알 수 있으나 어문 규범에 맞지 않는 표기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것이다. 이런 표기 방법이 통신뿐만 아니라 일상의 언어·문자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쉽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