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국어 오용 사례

드라마에서 보이는 부적절한 표현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지난 6, 7월호에 이어 이번에도 드라마 ‘○○○○’의 제17회분과 제18회분을 중심으로 언어 사용상의 문제를 다루기로 한다. 앞뒤 말이 호응되지 않은 예, 상스럽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말을 쓴 예를 찾아본다.



호응이 안 되는 말

(1) 내시들로 하여금 내관을 삼았사온데 <제17회분, 내관이 이방원 처에게>
‘하여금〔使〕’ 뒤에는 흔히 ‘-게 하다’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1)은 장황한 느낌을 줄 뿐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내시들을 내관으로 삼았사온데”로 바꿔야 바른 표현이 될 것이다.

(2) (무학 대사가) 자문(諮問)을 맡아 주고 <제17회분, 해설>
‘자문(諮問)’이란 ‘(일정한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어떤 문제에 관하여 의견을 묻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무학 대사가) 왕을 대신하여 자문(諮問)한 것이 아니고, 왕의 자문에 응했다는 뜻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학 대사가) 왕의 자문(諮問)에 응하고”라고 해야 사실에 맞게 된다.



상스러운 말

(3) (그렇게 유하게 대하시니 고려 유민이나 유생들이) 짖고 까불고 있는 겁니다. <제18회분, 통 장군이 왕에게>
‘짖다’가 무슨 뜻인가. 개가 큰 소리를 내거나 까막까치가 시끄럽게 지저귀는 것 아닌가. 물론 ‘지껄이다’를 농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여기서 말한 ‘짖고 까불다’는 본디 ‘찧고 까불다’를 잘못 쓴 것이기도 하다. 곡식을 절구로 찧고 키로 까부는 행위에서 비롯하여 “경솔한 소리로 이랬다저랬다 하며 몹시 까불다”로 이는 대중 매체에서 차마 쓸 수 없는 말이다. 현실감을 살린다는 의도로 이런 상스러운 말을 썼는지는 몰라도 방송 언어인 만큼 어느 정도의 선(線)은 지켜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 말을 한 통 장군은 극 중(劇中)에서 왕이 오랫동안 신뢰하고 의지해 온 점잖은 인물이다. 풍채 좋고 인품 고결한 인물로 내내 묘사하다가 이렇듯 그 인물에 어울리지 않는 예기치 못한 언사(言辭)가 문득문득 튀어나오면 시청자는 심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유하게 대하시니 고려 유민이나 유생들이) 방자하게 구는 겁니다”, 또는 “(그렇게 유하게 대하시니 고려 유민이나 유생들이) 겁 없이 구는 겁니다” 정도로 써야 할 것이다.

(4) 두문동에서 선비들이 떼거리로 죽었다고 <제18회분, 도당에서>
‘떼거리’는 ‘떼(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떼거리’를 쓰지 아니하여 직설적인 느낌이 줄어들긴 해도 “두문동에서 선비들이 한꺼번에 죽었다고” 또는 “두문동에서 선비들이 몰살당했다고” 정도가 어떨까 한다.



어려운 말

(5) 경천동지할 소식을 전하려 하옵니다. <제18회분, 이방원 처가 남편에게>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말을 글자가 아닌 입으로 전했을 때 선뜻 알아듣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이다. “세상이 놀랄 소식을 전하려 하옵니다”, “천지를 뒤흔들 만한 소식을 전하려 하옵니다”, “천지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전하려 하옵니다” 정도로 풀어서 말하는 쪽이 좀더 쉽게 이해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