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속담
1. 서론
속담(俗談)은 오랜 기간 서민의 생활 감정이 응축된 비유적 표현의 관용구이다. 이것은 비교적 오랜 기간을 통하여 정제되고 언중의 공감을 얻어서 만들어진 민족의 언어 자산이다. 속담은 진리로서의 권위를 지니며 오랜 생활 경험에서 얻은 지혜로서, 이기문(1962)에서는 생활의 문학, 사회적 소산, 향토성·민족성·시대성 등이 반영된 것, 형식의 간결함, 교묘한 비유의 사용 등이 속담의 특성으로 지적된 바 있다. 그리고 심재기(1982)에서는 속담의 정착 과정을 단계화하여 보인 바 있다.1)2. 북한에서 이해하는 속담의 개념
먼저 북한에서는 속담을 어떻게 설명해 왔는지를 살펴보자. “조선말사전”에는 속담이 ‘인민들 사이에 널리 사용되는 간략하면서도 내용이 교훈적인 격언’으로 정의되었고, “현대조선말사전”에서는 속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속담: | 인민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간단하면서도 내용이 교훈적인 말. |
근로 인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생활과 투쟁 속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 | |
그들의 사회적 견해와 지향 같은 것을 함축된 말로 표현한 것. |
속담: | 근로 인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생활과 투쟁 속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 |
그들의 사회적 지향과 견해 같은 것을 간결하고도 형상적인 언어 형식으로 표현한 말. 성구적인 단어 결합과는 달리 완결된 형식으로 독자적인 내용을 완전하게 담고 있다. 은유, 직유, 의인법, 야유, 과장, 반복, 대구, 대조 등 여러 가지 문체론적 수법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표현의 함축성과 세련성을 잘 보여 준다. |
3. 북한 속담집의 체제 및 그 특징
북한의 속담집으로는 1984년 간행된 “조선속담”과 1986년에 편찬 간행된 “조선속담집”이 있다. 이 “조선속담집”은 사회 과학출판사에서 1992년에 다시 그대로 간행된 바 있다. “조선속담”에는 약 팔천 개의 속담이 실려 있다.3) 이 책의 서문에는 김일성의 교시가 인용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속담 자체가 지난날 낡은 제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 속담을 사용할 때는 그 내용과 성격을 고려하여 올바르게(북한 노동당의 기준에서) 쓰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의 올림말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속담을 되도록 많이 올리는 방향에서 올림말을 선정하였다. 둘째, 교양적 가치가 없는 것, 낡은 사회에서 지배 계층의 이익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은 원칙적으로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인민들 속에서 비교적 많이 쓰이는 속담들은 제한성을 뜻풀이에서 밝혀 주면서 올렸다. 셋째, 한자 속담들은 쓰이는 것만 올렸다. 넷째, 원 형태와 함께 변화된 형태들도 함께 밝혔다. “조선속담”에서는 속담을 자모순(북한식)으로 배열하고 있다. 뜻풀이만 하고 예문을 제시하지 않았다.1. 강의성, 인내성, 참을성 | 2. 신중성, 침착성 |
3. 진실성, 정직성 | 4. 겸손성 |
5. 철저성, 치밀성 | 6. 근면성 |
7. 민첩성 | 8. 완강성, 대담성, 결단성 |
9. 확신성 | 10. 융통성, 관용성 |
11. 게으름 | 12. 무관심성 |
13. 편견, 착각, 옹졸함 | 14. 표리부동(양면성) |
15. 파렴치성 | 16. 우둔성, 몽매성 |
17. 무분별 | 18. 어리석음 |
19. 거짓, 겉치레 | 20. 허황성, 허세, 허례허식 |
21. 교활성, 교만성 | 22. 잔인성 |
23. 조급성 | 24. 소심성(조심성) |
25. 나약성, 무기력 | 26. 공포심, 비겁성 |
27. 고집, 억지 | 28. 욕심, 이기, 인색 |
29. 기쁨, 만족, 행복 | 30. 기대, 소원 |
31. 사랑(벗, 가족 친척, 남녀) | 32. 의심, 성의(없는 것) |
33. 슬픔, 외로움, 섭섭함, 억울함 | 34. 근심 걱정 |
35. 미움, 싫음 | 36 .조소, 경멸(멸시) |
37. 자고자대, 자기본위 | 38. 절박성, 안타까움 |
39. 속마음, 단념 | 40. 경험(실천), 체험 |
41. 수월함, 순조로움 | 42. 경솔, 홀시 |
43. 맹목성, 헛수고 | 44. 바쁨, 굼뜸 |
45. 욕, 시비, 참견 | 46. 흉보기, 주의 |
47. 심술, 훼방, 반항 | 48. 당황, 주저, 우유부단 |
49. 화입음, 화풀이 | 50. 결과, 뜻밖의 일 |
51. 소란스러움 | 52. 모습, 차림새 |
53. 성미, 개성 | 54. 교양, 수양, 품성 |
55. 재간, 지혜 | 56. 힘, 능력 |
57. 일, 노력 | 58. 멋, 체병, 버릇 |
59. 격에 어울리지 않음 | 60. 형용 |
61. 나라와 인민, 향토의 귀중함 | 62. 주동 |
63. 협력 | 64. 예견, 타산, 짐작 |
65. 순서, 질서(갈피) | 66. 조건, 조건타발, 구실 |
67. 차비(준비) | 68. 불가능, 불가피 |
69. 필연, 우연 | 70. 필요(요구), 불필요 |
71. 근본(본성) | 72. 불변성, 변화, 흔적, 징조 |
73. 방책 | 74. 가치, 쓸모 |
75. 보람, 실속 | 76. 평가 |
77. 수량 | 78. 원인과 결과 |
79. 호상관계, 영향 | 80. 겉과 속, 내용과 형식 |
81. 주객전도 | 82. 같고 같음 |
83. 당위성 | 84. 처지 |
85. 위험(위급) | 86. 간고성, 곤경(곤란) |
87. 낭패, 실책, 손실 | 88. 말 |
89. 인정세태 | 90. 생활세태 |
91. 요행(운수) | 92. 미신, 민속 |
92. 농사 | 94. 먹고 입고 쓰고 사는 것 |
95. 살림살이, 절약, 낭비 | 96. 이해관계(횡재) |
97. 착취관계, 황금만능, 생활고 | 98. 계절 |
99. 날씨 | 100. 시간, 때 |
4. 북한에서 제한성을 두고 있는 속담
북한에서는 속담 하나하나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그것을 뜻풀이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그 평가의 기준에 따라 ‘속담에 제한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것이 북한 속담 사전의 큰 특징임을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규정은 “조선속담”이나 “조선속담집”의 ‘일러두기’에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4.1 북한 사회 체제에서 쓰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속담
4.1에서는 북한에서(그들의 정치 체제상) 제한성을 가진다고 하는 속담 중에서 ‘낡은 사회에서’, ‘지난날에’, ‘민속에서’ 등으로 편의상 분류되지 않은 것들 중 현재 북한 사회에서 사용상 제약을 받고 있는 것만 다룬다. 즉 뜻풀이 앞에 아무런 표시가 없이 다만 뜻풀이에서 ‘…을 이르던 말’로 처리한 용례들이 그 대상이 된다. 이러한 분류 기준이 어떤 기준과 근거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또 4.2에서 논의될 제한성 항목들도 뚜렷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조선속담”에서는 이런 분류가 훨씬 더 혼란스러웠다. 이것은 “조선속담”의 여러 명의 편찬자와 조사자, 심사 위원 들이 집체적으로 편집함에 있어서 뚜렷한 기준을 설정하여 통일을 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것이 “조선속담집”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4.2 ‘제한성’을 가지고 있는 속담
“조선속담집”에서 밝히고 있는 ‘속담이 가지고 있는 제한성’의 항목으로는 ‘낡은 사회에서, 지난날에, 민속에서’ 등과 ‘낡은 사상 의식에서, 낡은 사상 관점에서, 낡은 관점, 낡은 관념, 봉건 사회, 낡은 생활 양식(낡은 생활 풍습에서), 착취 사회, 미신적 관념, 숙명론적 관념(숙명론적 관점에서), 종교적 관념’ 등이 있다.4.2.1. 낡은 사회에서
편의상 이 항에서는 ‘낡은 사회에서’로 분류된 것을 비롯하여 ‘낡은 사상 의식에서, 낡은 사상 관점에서, 낡은 관점, 낡은 관념, 봉건 사회, 낡은 생활 양식(낡은 생활 풍습에서), 착취 사회, 미신적 관념, 숙명론적 관념(숙명론적 관점에서), 종교적 관념’ 등으로 분류된 것을 살핀다.4.2.2 지난날에 사용하던 속담
‘낡은 사회에서’와는 다른 의미에서 단순히 과거에 사용되었던 속담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이 기준 설정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중에는 현재의 북한 실정에 맞는 속담들이 상당수 있지만 그들의 사회 체제상 지상낙원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에 걸맞지 않기 때문에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속담들도 포함된다.4.2.3 민속에서
이것은 주로 주제 분류 ‘92. 미신, 민속’ 항에 속해 있다. 이렇게 ‘민속에서’라고 제한한 것만 보더라도 그 동안 북한에서 우리의 고유한 민속이 어떻게 대접을 받아 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5. 북한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속담과 변형된 속담
북한에서는 우리 민족의 오랜 경험과 지혜가 담긴 속담까지도 그들의 정치적 목적 등에 따라 원래 속담의 내용이나 형식을 변형시켜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새로운 성구와 속담을 만들어서 의식적으로 보급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변형된 속담과 새롭게 의식적으로 보급되는 속담들은 내용 면에서 호전적이거나 북한 체제를 합리화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이와 같이 속담도 북한에서는 사상 교양의 적극적인 도구로서 혁명과 건설의 무기로 사용한다. 실제 “문화어학습”에서는 문화어 생활에서 이런 속담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