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의 속담】

국어사전에서의 속담 처리

조재수 / 전 한글 학회 사전 편찬 위원


1. 머리말

  일반 언어 사전에 다루는 말(이하, ‘올림말’이라고 함)을 형태별 단위로 가름해 보면, 낱말을 비롯하여 낱말 이하의 형태소와 낱말 이상의 이은말[연어], 마디[구·절]또는 문장들이 있다.
  속담은 일부 합성어에서부터 이은말이나 마디 또는 문장으로 된 다양한 형태의 올림말이다. ‘함흥-차사/깎은-서방님/눈뜬-장님’ 등은 합성어로 다루어진 보기이고, ‘배부른 흥정/빛 좋은 개살구/개 보름 쇠듯’ 같은 것은 이은말이나 마디 형식이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같은 것은 문장 형식이다.
  주로 관용구적인 속담을 일반 국어사전에서 어떻게 다루어 왔는가를 살펴보고, 또한 바람직한 처리를 모색해 보는 것이 이 글에 주어진 과제라 생각한다.
  속담을 일반 국어사전에 포함시켜 다루는 데는 여느 올림말과 마찬가지로 그 대상과 범위, 벌여 놓는 차례와 방식, 뜻풀이 등에 대한 문제가 뒤따른다.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먼저 몇몇 사전들의 경우를 살펴보고, 나아가 바람직한 처리 방법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2. 일반 국어사전 속의 속담 처리

      (1)대상과 범위

  몇몇 국어사전들의 ‘일러두기’에 밝혀진 속담 관련 내용을 통해 그 대상과 범위를 살펴보기로 한다.

  ① 문세형: <조선어사전>(1938/수정 증보 1940)
  우리말이나 한문으로 된 속담 성귀(成句)들도 향용 많이 쓰는 것은 골라 넣기로 하였습니다.

  최초로 발간된 올림말 10만 안팎(?)의 국어 뜻풀이 사전이었다. 이 사전에 다룬 속담의 대상은 우리말 속담과 한문으로 된 ‘성구’들이고, 범위는 늘 많이 쓰는 것 가운데 골라 넣는 것으로 하였다. 오늘날 큰 사전들에 비해 적은 규모의 사전이긴 하나 속담류의 올림말을 가장 보편스러운 것 중심으로 정밀하게 가려잡은 노력을 읽을 수 없다.
  몇 개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말 속담)
가는-날-이-장-날[구]……
가물-에-콩-나기[구]
같은-값-에-다홍-치마[구]동가홍상과 같음.
개미-쳇-바퀴-돌-듯[구]……
개-밥-의-도토리[구]……
개-보름-쇠듯[구]……
말-똥-도-모르는-마의[구]……
밑-빠진-가마-에-물-붓기[구]……
수박-겉-핥기[구]……
속-빈-강장[명]……
시작-이-반[명]……
  (한문 성귀)[올림말의 한자와 긴소리표는 생략함. 따옴표와 일부 띄어쓰기는 필자가.]
  감탄-고토[명]‘달면 삼키고 쓰면 배앝는다’는 뜻이니……
  견문-발검[명]‘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이니……
  고목-생화[명]‘말라 죽은 나무에서 꽃이 핀다’는 뜻이니……
  동가-홍상[명]두 가지 물건의 값이 같을 때는 물질이 좋은 것을 골라서 갖는다는 것을 가리치는 말. 같은 값에 다홍치마.
  등하-불명[구]「등잔밑이어둡다」(*원문에 붙여 썼음)와 같음.
  백문-이-불여일견[구]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같지 못한 것. 곧……
  오비-이락[명]‘까마귀 날아가자 배 떨어진다’는 뜻이니 ‘남의 혐의를 받기 쉬운 것’을 가리치는 말
  이-현령-비-현령[명]한 사물을 이렇게 치면 이러하고 저렇게 치면 저러한 것.

  이 사전에서 우리말 속담류는 대개[구]형태로 다루었다. (‘속빈-강정/시작-이-반’처럼 일부 합성어로 다룬 것도 없지 않지만.) [구]로 다루면서 각 형태소 사이에 붙임표를 두어 합성어처럼 붙여서 올렸다. 형태소 가름에서 토는 분리하고, 어미는 어간에 붙여서 보였다. 이에 대해 일러두기에 밝혀 놓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다루기는 올림말의 경우에서만 붙여쓰기로 하면서 형태소를 분석해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한문 속담 ‘동가-홍상’에서 보듯이 풀이 뒤에 같은 말(동의어)로 제시한 우리말 속담 ‘같은 값에 다홍치마’는 올림말의 경우와 달리 낱말 단위로 띄어 쓰고 있다. ‘감탄-고토’ 등의 풀이에서도 그에 해당되는 우리말 속담 제시에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배앝는다’식으로 띄어 쓰고 있다.
  이 사전에서 모든 올림말은 이은말이나 마디 같은 속담류까지도 띄어 쓰기로 다루지 않았다. 이는 올림말 형태 잡기의 형식일 뿐 실제로 쓰기와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문 속담은 대부분 명사로 다루어 해당되는 우리말 속담을 먼저 인용해서 풀이하는 방식을 썼고, ‘동가-홍상’에서처럼 풀이 뒤에 우리말 속담을 같은 말로 보이거나, ‘등하-불명’에서처럼 우리말 속담으로 기대어 놓은 방식도 없지는 않다. ‘이-현령-비-현령’ 경우는 우리말 속담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를 풀이에서 인용 제시도 하지 않았고, 풀이 뒤에 같은 말로도 보이지 않았으며, 올림말로도 다루지 않았다.
  이 사전에서 한문 속담은 주로 그 자체로 다루고 그에 해당하는 우리말 속담으로 이끌어 놓는 식의 처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② 조선어 학회(한글 학회): <조선말 큰사전>(1947~1957)
  이 사전에 실은 어휘 소개 가운데 마디말(‘慣用句’ 또는 ‘成句語’)이 속담류 올림말에 해당된다. [‘범례’1쪽 1-1/2쪽 2-5[]
  ‘마디말’은 몇 개의 낱말로 이루어진 한 마디의 말이라 밝히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어 보였다. [범례 4쪽]
귀먹은 욕[마디]
배부른 흥정[마디]
같은 값에 다홍 치마)(*본문에는 ‘같은 값이면……’)[마디]
티끌 모아 태산[마디]
시작이 반이다[마디]
  속담류를 다룬 대상과 범위는 역시 ‘익히 쓰는 것’ 가운데 골라서 수용하는 것으로 하였다. 속담류로서 한문 성구에 대하여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문세영>에서처럼 대부분 이름씨로 다루고 있다.
  한문 속담류에 해당하는 우리말 속담들을 비교적 많이 찾아 다루면서, 되도록이면 한문 속담을 우리말 속담으로 이끌어 놓는 방식을 썼다. [아래 보기에서 올림말의 한자와 긴소리표는 생략함, 이하 마찬가지. ]
견문-발검[이]“모기 보고 칼 빼기”와 같은 뜻.
등하-불명[마디]“등잔 밑이 어둡다”의 뜻
백문-불여일견[이]“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의 뜻.
오비-이락[이]“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와 같은 뜻.(참고: 까마귀)
이현령-비현령[이]“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와 같은 뜻.(참고: 코)
  ③ <조선말 사전>(북: 1962)
  이 사전에서 속담류와 관련된 올림말은 ‘성구’ 또는 ‘성구론적 단위’와 ‘속담’들이 그 대상이다. [일러 두기: 1항/39항]범위로는 역시 ‘많이 쓰이는 속담들’을 수록한다고 밝혔다.
  앞의 두 사전과는 달리, 한문 속담류를 비롯한 각종 성구와 우리말 속담들에 [구], [마디] 또는 [명사] 등의 어휘 가름 표지를 일절 주지 않고 다루었다.
감탄고토(낡투)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달다.
달다[형]…….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견문발검(낡투) 모기 보고 칼 빼기.☞모기.
모기[명]…….
   ◇모기 보고 칼 빼기…….
동가[명]같은 값.
   동가 홍상=같은 값에 다홍치마.☞같다.
  <큰사전>에서와 마찬가지로 한문 속담류는 같은 우리말 속담을 찾아 이끌어 놓고 있다.

  ④ 한글 학회: <우리말 큰사전>(1991~1992)
  지난날의 <큰사전>(1947~1957)을 보완 편찬한 사전이다. 되도록 많은 새 어휘를 불리면서 속담류의 경우도 그동안의 속담 사전들을 두루 참고하여 우리말 속담류를 더욱 많이 거두어 실었다. 참고한 사전은, 김사엽·방종현: <속담 대사전>(1950), 이기문: <속담 사전>(1962/1980), 송재선: <우리말 속담 큰사전>(1983) 등이다.
  한문 속담류는 이름씨로 다루고, 우리말 속담은 [구] 또는 [마디] 표지를 밝히지 않고 그 첫 낱말 그늘에 실었다. 또한, 한문 속담은 해당되는 우리말 속담이 있으면 ‘=’ 표를 써서 이끌어 놓았다.
오비-이락[이]=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까마귀.
  ⑤ <조선말대사전>(북: 1992)
  <북>에서 나온 첫 대사전이다. 올림말 33만. 속담류에 해당하는 대상으로 ‘성구’와 ‘속담’들을 폭넓게 올렸다. [일러두기‘1-①]. 분단 45년의 <북>의 어휘를 망라한 사전으로, 여느 올림말과 마찬가지로, 속담류의 경우도 남북의 공통적인 것과 분단 이후 생성된 북한식 속담들을 두루 거두어 실었다.
  북한식 새 속담류는 두어 가지 유형으로 가름해 볼 수 있다.

ㄱ. 근로 인민들이 생활과 투쟁 속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 그들의 사회적 지향과 견해 같은 것을 표현한 말[이 사전 ‘속담’에서]. 이는 곧 혁명과 투쟁을 위한 교양적 가치가 있는 표현들이다.
(보기) 부자가 하나이면 세 동네가 망한다. /좋은 농사군에게 나쁜 땅이 없다.
ㄴ. 이른바 수령이 제시했다는 명언들과 당의 구호 같은 표현들.
(보기) 강냉이는 밭곡식의 왕이다. /거름더미는 쌀더미다. /덕은 덕으로 대하고 원쑤는 원쑤로 대하라. /방직은 예술이다. /쌀은 공산주의(사회주의)다. /철과 기계는 공업의 왕이다.

  <조선말 사전>(북: 1962)에서와는 달리, 한자 성구와 한문 속담류에 어휘 갈래 표지로 [성](‘성어’)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말 속담류나 마디말에는 표지 없이 다루었다.
결초보은[성]……
사면초가[성]……
오비리락[성]⇒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
이현령비현령[성]⇒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상으로 남북의 다섯 가지 사전들에 다루어진 속담류의 대상과 범위를 살펴보았다.
  각 사전마다 그 대상은 주로 우리말 속담과 한문 속담들이었다. 이 밖에 성경 구절을 비롯한 서양 격언들에 대하여는 살펴보지 못하였으나 참고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말 속담은[구]·[마디], 또는 가름 표지 없이 다루었고, 한문 속담의 합성어 또는 성구 형식으로 다루었다.

(한문) (우리말)
동가-홍상 같은 값에(값이면) 다홍치마
① <문세영> [명사] [구]
② <큰사전>(1957) [이름씨] [마디]
③ <조선말 사전>(북) ○(표시없음)
④ <우리말 큰사전> [이름씨]
⑤ <조선말대사전> [성어]

  최근 사전에는 우리말 속담류에 [구]나 [마디] 등의 어휘 가름을 생략하는 것이 보통이다.
  구나 마디 가운데는 속담류가 아닌 것들도 있는데, 이러한 일반 관용구에만 [구] 표시를 한 사전이 있다. 이를테면 ‘개밥에 도토리’를 관용구라 하여 [구]라고 밝힌 사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전도 있다. 일반 관용구와 속담류 가운데는 이처럼 구분이 모호한 것도 있으려니와 같은 단위의 형태를 일반 관용구에만 [구]로 다루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다. 한자 성구도 관용구적인 글귀이므로 꼭 합성 명사로 다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속담을 각 사전에 다룬 범위는, 주로 익히 쓰이는 보편적인 것에서부터 사전의 부피에 따라 점점 늘려 오고 있다. 특히 1966년 이후 <북>의 사전에는 분단 이후 새로 생겨난 북한식 속담류가 보태어졌다.[2-(1)-⑤를 참고 바람.]
  앞으로 새로 편찬될 사전에서도 속담류의 올림말은 이러한 바탕에서 더 보태거나 줄여서 정리될 것으로 생각된다. 보태야 할 것 가운데는 아직 전문 속담 사전에도 다루지 않은 문예 작품 속의 속담 및 신조어 속담들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분량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말의 짜임과 뜻바탕에서 속담의 성격에 맞는 대상 어휘를 가려잡는 데 있을 것이다.


      (2) 벌여 놓는 차례와 방식

  사전의 각 올림말을 차례 잡아 벌여 놓는 데는 두어 가지 원칙이 있다. ‘찾아보기 쉽게 하기’와 ‘관련 어휘끼리 체계 짓기’가 그것이다. ‘찾아보기 쉽게 하기’로는 형태소 단위에서부터 문장 단위에 이르기까지 모든 올림말들을 낱자(자모) 차례로 벌여 놓는 방식이다. ‘관련 어휘끼리 체계 짓기’로는 형태소나 낱말을 기본 올림말로 하고 그 관련의 이은말이나 마디들을 기본 올림말 그늘에 배열하는 방식이다. 여기 ‘그늘’이라 함은 기본 올림말 풀이 뒤에 딸린 자리를 가리킨다.
  이런 원칙들이 앞의 다섯 사전들에는 다음과 같이 반영되었다.

  ①<문세영>에서는 찾아보기 쉽게 한 방식으로 속담들도 기본 올림말 자리에 낱자 차례로 일괄 처리하였다. [2-(1)-①을 참고 바람.]
  ②<큰사전>(1957)에는 한문 속담(성구)은 이름씨로 다루어 기본 올림말 차례로 벌이고, 우리말 속담은 그 속담의 ‘중요한 낱말’ 그늘에 실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가다’가 아닌 ‘말’에서, ‘눈 가리고 아옹하다’는 ‘가리다’에서, ‘제 눈에 안경’은 ‘안경’의 그늘에다 각각 실었다.
  이 방식은 첫 낱말 차례 배열이 아니어서 찾아보기는 불편하나 주제 낱말의 그늘에다 보인 점에서 합리적 관련 체계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속담의 중심 낱말을 하나로 가려잡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도 않다. 그러나 찾아보기의 불편을 덜기 위해 첫 낱말 그늘(‘가는 말이 고와야……’에서 ‘가다’)에도 같은 속담을 올려서 그 풀이 자리인 주제 낱말(‘말’)에로 이끌어 놓는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이기문: <속담 사전>(1993)색인에 보면, 말(언어)이 주제로 된 속담이 100여 개나 된다. 이를 일반 국어사전에 모두 가져와 첫 낱말 차례로 그 그늘에 배열한다면 ‘말’ 이 첫 낱말로 된 속담이 아닌 오륙십 개의 속담은 ‘말’이 아닌 다른 어휘의 그늘에 흩어져 실리게 된다. 이런 불합리한 점를 해결하는 것이 위에 밝힌 방식이다. 이 방식을 따르면 주제 어휘별 속담 사전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③<조선말 사전>(북: 1962)에서는 한자 성구로 기본 낱말 그늘에 싣고(‘동가 홍상’을 ‘동가[同價]’ 그늘에), 우리말 속담도 첫 낱말 그늘에 실어 풀이하였다. 그러면서 중심 낱말 그늘에도 다루어서 풀이되어 있는 첫 낱말 그늘로 이끌어 놓았다. ‘가는 말이 고와야……’의 경우, 풀이는 ‘가다’ 그늘에서 하고, ‘말’에서는 올림말만 보이고 ‘가다’에로 이끌어 놓았다. ‘말’을 주제로 한 속담들이 ‘말’의 그늘에 모이긴 했으되, 그 풀이는 ‘말’로 시작되는 속담에만 하고 나머지는 각기 다른 첫 낱말 자리에다 했기에 절충식 체계라 하겠다.
  ④<우리말 큰사전>(1992)에서는 찾아보기 쉽게 하기로 한문 속담은 이름씨로 다루어 기본 올림말 차례로 하고, 우리말 속담은 첫 낱말 그늘에 싣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⑤<조선말대사전>(북: 1992)에서 우리말 속담은 역시 첫 낱말 그늘에 실어 풀이하고, 한자 성어는 기본 올림말 자리에 배열하였다.

  속담의 벌임 방식으로는 ②의 <큰사전>에서 밝힌 대로, 첫 낱말과 중심 낱말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이중으로 싣되, 중심 낱말 그늘에서 모두 풀이해 보이는 체계적 배열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자 성구는 거의 기본 올림말 자리에 배열하는 것이 지켜지고 있다.

  ○ 일반 관용구와 속담 배열: 이 둘을 구분하여 속담을 앞에, 관용구를 뒤에 몰아서 다룬 사전들이 있다.
물[명]……
 [물 건너온 범]……[ 물 밖에 난 고기]……[물 탄 꾀가 전 꾀를 속이려 한다]
 물과 불[구]
 물 얻는 고기[구]……
 물 찬 제비[구]……
  일반 관용구와 속담을 정확히 구분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도 있다. 위에서 ‘물 건너온 범/물 밖에 난 고기’는 속담이고, ‘물 얻은 고기[구]’ 등은 일반 관용구로 구분되는 것일까? 또한,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면 말의 짜임으로 보아 [구]를 앞에 놓고 속담류를 뒤에 몰아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구분 배열보다는 관용구나 속담류나 모두 낱말(합성어) 이상 단위의 관용구적 어휘로 보아 뭉뚱그려 배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차례를 따라 찾아보기로 쉽고, 속담과 일반 관용구의 모호한 구분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3) 뜻풀이

  여느 올림말과 마찬가지로 속담 다루기에서도 뜻풀이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속담은 그 유래와, 바탕 뜻 그리고 교훈적·비유적 뜻을 아울러 밝혀야 하는 데서 더욱 그렇다.
  속담의 유래 밝히기는 어원적 고찰로서, 관련 고사 , 민속적 배경, 속담이 나온 지역, 출처 문헌 따위가 그 대상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 쓰여진 사실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몇몇 사전들에 다루어진 속담의 뜻풀이 가운데 보완해야 할 점을 들어 살펴보기로 한다.(사전의 이름은 밝히지 않기로 함.)
개 보름 쇠듯 명절 같은 날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냄을 이르는 말.
  이 속담의 유래를 아는 이는 이 정도의 풀이로써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좀 더 본바탕을 밝혀 줄 필요가 있는 속담이라고 생각한다. 민속에서 정월 대보름날 개에게 음식을 먹이면 그해에 파리가 많이 생긴다고 하는 데서 나온 말로, 잘 먹고 지내야 할 명절 같은 날에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지내는 모양[형편]을 이르는 말이다. 말의 짜임으로 보아 지내는 ‘행위’가 아니고, 지내는‘모양’[부사형]으로 풀이되어야 할 것이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비웃는 말.
  곁말투의 의문형 속담의 하나이다. 비유적 의미로 지시적 풀이만 하였다. ‘까마귀’의 상징성도 곁들여 풀이했더라면 더욱 잘 형상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까마귀의 빛깔이 까맣다는 데서 까맣게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비웃는 말’이다.
버리 댁이 효자 노릇 한다 하도 못나서 버리려고까지 하던 자식이……오히려 부모께 효도를 하더라는 말.
버린 댁이 효자 노릇 한다=병신자식 효도한다. <조선말 대사전>(북).
  위 풀이는 바탕 뜻만 전달하는 식에 그쳤다. 그 비유적인 뜻으로 ‘평소에 탐탁하게 여기지 않은 사람에게서 뜻밖의 도움을 받게 될 경우에 이르는 속담’임을 더해야 할 것이다.
  ‘버리-댁이/버린 댁이’는 ‘버리-데기’나 ‘버리-떼기’로 다루어야 할 것 같다. ‘부엌-데기[떼기]/새침-데기[떼기]’ 등과 같이 ‘-데기’ 파생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골레 머슴같이……분주스럽게 왔다갔다 함을 이름.
  전라도 지방에서 유래한 속담으로 보이는데, 역시 이것도 부사형으로 풀이하는 것이 좋겠고, ‘단골-레’는 ‘단골-네’일 것이다.
  각 지방에서 채집된 속담에는 그 지역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진다.
엎드려 절 받기/엎질러 절 받기=옆 찔러 절 받기. <조선말 사전>(북)
  ‘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진다.’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가 잘못 번져 쓰인 것 같고 <이기문>, ‘엎드려/엎질러 절 받기’는 ‘옆 찔러 절 받기’의 잘못 쓰인 보기이다.

  이 밖에 한자 성구 같은 데는 본뜻과 그 유래에 해당하는 고사의 제시가 풀이 요소로 전제되어야 할 경우가 많다.
마이-동풍 무슨 일에 무관심하여 듣지 않는다는 말.
우이-독경/우이-송경 =쇠귀에 경 읽기.
  ‘마이-동풍’의 경우 ‘말의 귀에 스쳐 가는 동풍’이라고 본뜻을 밝히고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흘려 버림’이라고 풀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한문 속담과 같은 뜻의 우리말 속담을 함께 다룰 때는 기존 사전에서 해 오는 대로(위 ‘우이-독경’에서처럼 ) 우리말 속담에로 이끌어 놓는 방식이 좋겠다.
  올림말의 뜻풀이는 기본 낱말의 경우 품사의 특성에 맞게 기술, 표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속담류도 그 형태에 걸맞게 풀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속담은 대개 서술형, 의문형, 명령형 또는 명사형, 부사형으로 된 마디나 문장들이다. 위에서도 보았듯이(‘개 보름 쇠듯’ 등에서) 부사형을 명사형으로 풀이한다든지, 서술형으로 된 것을 어떤 대상으로 풀이하는 식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까치 배바닥 같다. 까치 배바닥 같이 흰소리한다 까치 배바닥이 희다는 데서 ‘실속은 없이 허풍을 치고 흰소리 잘하는 사람’을 비겨 이르는 말. <조선말대사전>(북).
  앞의 것은 형용사 풀이로 해야 하고, 뒤의 것은 동사 풀이로 해야 할 것을 명사 풀이로 한 보기이다. 앞의 것은 ‘희떱다’의 곁말투이고, 뒤의 것은 ‘……흰소리를 잘 한다’로 되어야 할 것이다.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 무슨 일을 함에 있어서 정성을 들이지 않고 하는 척만 한다는 말.
  부사형 표현을 서술형으로 풀이하였다. 이 풀이대로라면, 올림말이 ‘……벌초하듯 한다’로 되어야 할 것이다.
듣보기장사 애 말라 죽는다 ㄱ.‘요행수를 바라느라고 몹시 애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ㄴ.‘요행수를 바라느라고 몹시 애를 써서 죽을 지경’이라고 뜻. ㄷ.‘요행수를 바라는 짓은 몹시 애가 쓰인다’는 뜻.
  서술형 표현을 ㄱ은 ‘사람’, ㄴ은 ‘지경’으로 풀이하였다. ㄷ이 제대로 풀이된 보기라 하겠다.
목불식정[目不識丁] ‘일자무식 즉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뜻.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가갸 뒷자도 모른다.
  모두 일자무식을 나타내는 말이긴 하나, ‘목불식정’은 ‘눈 뜨고 고무래 정자도 알지 못함’이라고 본뜻을 밝혀 풀이하고, 아울러 ‘낫’놓고……/가갸 뒷자도……‘의 속담들과 관련을 지어 주면 좋을 것이다. 세 속담의 표상하는 의미는 같으나 말의 짜임이 다른 점에서, 동의어로 뭉뚱그리기보다 각각 풀이하여 말맛(뉘앙스)을 살려야 할 보기들이다. 비슷한 속담끼리의 유의어란을 두어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3. 맺음말

  속담은 생활의 지혜가 담긴 민중의 격언이다. 간결한 짜임새로 이루어진 재치 있는 표현으로 함축하는 의미가 깊다.
  속담을 그 독특한 짜임새와 뜻 바탕을 살려 사전에서 바르고 쉽게 다루는 일은 일반 어휘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우리의 사전 편찬도 더욱 연구, 발전되고 있으며 사전의 부피도 커지고 있다. 속담 역시, 미처 다루지 못한 것은 찾아 다루고, 모자라는 것은 기워 보태고, 잘못된 것은 고쳐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 문헌

문세영(1938, 1940), 조선어 사전, 조선어 사전 간행회.
김사엽·방종현(1950), 속담 대사전, 서울: 교문사.
한글 학회(1947~1957), 큰사전, 서울: 을유 문화사.
이기문(1962, 1980), 속담 사전, 서울: 일조각.
과학원 언어 문화 연구소<북>(1962), 조선말 사전, 평양: 과학원출판사.
이희승(1982), 국어 대사전, 서울: 민중 서림.
송재선(1990), 우리말 속담 큰사전. 서울: 정동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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