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분석을 통해 본 한국인의 심리 표상
Ⅰ. 서론
1. 속담 분석과 심리학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간주되는 Wundt는 심리학을 두 개의 학문적 전통 위에서 구축한바 그 하나는 자연 과학 전통을 따른 실험 심리학이며, 다른 하나는 정신 과학의 전통을 따른 문화-사회 심리학이다. 결국 Wundt의 심리학은 자연 과학 모듈과 인간 과학 모듈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Kuhn이 말하는 자연 과학 패러다임과 인간 과학 패러다임에 상응하는 심리학 체계라고 볼 수 있다.2. 속담 분석 방법의 심리학적 정당성
사람은 외부 자극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뿐 아니라 외부 자극을 능동적으로 의미화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한 무질서한 환경에서 법칙을 찾아내고 이러한 법칙에 따라 환경을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각의 내용과 법칙을 체계화하려는 시도는 심리학에서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Stotland와 Canon(1972)는 개인이 지각한 자극 간의 관계성 즉 인지 구조에 형성된 법칙을 스키마(schema)란 개념으로 통칭하고 스키마의 형성 과정을 분석했다. 한편 Schneider(1973)은 개인이 사람의 성격에 관해 가지고 있는 상식 수준의 성격 법칙을 일반인의 잠재적 성격 이론(Implict personality theory)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Kelly(1955)는 개인이 外界에 대해 형성한 주관적 지각 세계 전반을 통틀어 사적 구성 체제(personal construct)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Ⅱ. 연구 방법
본 연구는 크게 두 단계의 연구 과제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속담의 내용 중에서 인간의 심성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심리학적 가설 형태를 취하고 있는 속담을 발췌하여, 그중 몇 개의 속담을 선택한 후 이를 사회적 표상의 시각에서 일반인이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인간의 심성에 관계된 심리학적 명제를 도출할 수 있는 속담들을 사회 심리학의 내용 영역 구분에 따라 분류하고, 다시 그 속담의 분석을 통해 심리학적 명제를 도출하고 이를 기초로 이들 명제들의 배경에 또는 기저에 전제되고 암시되는 인간 심성에 대한 상위 수준의 표상을 추론하였다.Ⅲ. 연구 결과
1. 인성 관련 속담에 대한 경험적 분석
먼저 인간 심성에 관한 속담 내용에 대한 응답자의 타당성 지각, 사회적 공유도 지각, 실생활 활용도 지각과 관련된 세 가지의 질문에서 모두 찬성을 보인 응답자의 비율을 산출하고 그 비율을 사용하여 그 속담이 사회적 표상 수준에 어느 정도 정착하였는가의 지수로 삼고, 그 표상화의 정도를 개인별(고교생, 대학생, 일반인)로 나타내면 표 1과 같다.속 담 | 사회적 표상화 정도 | ||
고교생 | 대학생 | 사회인 |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76.1 | 96.5 | 91.8 |
나쁜상식은 빨리 퍼진다. | 78.5 | 91.3 | 87.8 |
말이 말을 만든다. | 80.9 | 91.3 | 90.5 |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 76.1 | 91.3 | 89.3 |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 88.0 | 94.8 | 93.2 |
물은 건너 보아야 알고은 지내 보아야 안다. | 71.4 | 91.3 | 86.4 |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 76.1 | 84.4 | 86.4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 80.9 | 89.6 | 97.2 |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 88.0 | 91.3 | 86.4 |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 | 73.8 | 84.4 | 83.7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 80.9 | 91.3 | 94.5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 83.3 | 87.9 | 91.8 |
물에 빠져도 정신은 잃지 마라. | 64.2 | 84.4 | 85.1 |
범에게 물려 가도 정신은 차려라. | 61.9 | 81.0 | 89.1 |
자주 보면 정든다. | 64.2 | 82.7 | 81.0 |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다. | 57.1 | 70.6 | 85.1 |
* 위에서 사회적 표상화의 정도는 속담에 대한 타당도, 공유도, 실생활 활용도의 세 측면에서 모두 동의한 응답자의 비율(%)을 나타냄. |
2. 한국인의 성격 특성
속담 사전에 수록된 속담을 속담 자체의 내용 면, 속담의 주제 면, 속담과 관련된 심리적 기제 면 등의 다양한 각도 또는 차원에서 분류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성격 특성을 추출할 수 있었다. 첫째로 주제 면에서 속담의 수를 분석해 본 결과, 말에 대한 속담이 13 내지 20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전통적으로 한국 문화권에서 말이 대단히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다시 속담에서 나타내려는 내용 면에서 분류해 본 결과, 체면에 관계된 속담이 15 내지 20개로 가장 많고, 다음이 목전의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속담이 10 내지 15개로 둘째로 높은 빈도를 보여 주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체면과 목전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의식 구조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속담의 주제나 내용에 관여되는 심리적 기제를 중심으로 속담을 분류해 본 결과, 피해 의식을 심리적 바탕으로 깔고 있거나 피해 의식의 작용과 관련된 속담이 25 내지 30개 정도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의 전통 의식 속에 피해 의식이 잠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각 성격 특성별로 관련되는 속담을 선별해서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가. 언어 중시적 성격 특성
언어를 주제로 한 속담은 다음과 같다.나. 체면 중시적 성격 특성
체면은 자존심(Self Esteem)과 약간 다른 동양적 개념이다. 자존심은 자아 개념의 일부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얼마나 높고 가치 있게 지각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나 체면은 자신이 아니라 남이 자기를 얼마나 높고 가치 있게 자각하느냐 즉, 타인을 의식한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심리와 관련된 속담은 다음과 같다.다. 목전 이해관계 중시적 성격 특성
흔히 체면과 이해관계는 상호 배타적인 성질의 것이어서 체면을 중시할 때 이해관계는 손해를 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양자의 관계는 상호 공존될 수 있는 공통점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에 있어서 체면은 실리를 버리는 형식 위주의 부적응적 행동이 아니라 체면을 통해 자신을 과장시켜 득을 취하거나 자신의 신분을 보호하는 적응적 심리기제라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의 체면은 이해관계와 공존할 수 있다. 이해관계 상황은 크게 장기적 이해관계와 단기적 이해관계로 구분될 수 있는바, 한국인에 있어서는 후자 즉, 단기적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속담이 많다. 심리학적으로 지연 만족(delayed gratification)보다 즉각 만족(immediate gratification)에 대한 지향성이 높은 것 같다. 목전 이해관계에 관련된 속담은 다음과 같다.라. 피해 의식적 성격 특성
피해 의식과 관계된 속담들은 피해 의식 자체를 내용으로 한 것이 아니라 피해 의식이 작용할 때 나타나는 지각 현상이나 행동 특성들이다. 피해 의식에 관계된 속담은 다음과 같다.3. 한국인의 대인관
속담에 나타난 대인관은 그 수에 있어 240여 개 정도로 많으나 그 내용에서 중복되지 않는 것만을 고르면 약 80여 개 된다. 이는 동일한 내용을 가진 속담이 평균 3개 정도 됨을 뜻한다. 다시 이들 80여 개의 속담 내용을 현대 심리학적 내용 영역에 따라 분류해 보면 대인 관계에 관계된 속담 내용 군이 19개, 인간의 본성 및 성격에 관계된 내용이 15개 군, 인간 행동 및 습관이 12개 군, 동기가 9개 군, 일반 지각이 7개 군, 대인 지각이 7개 군, 공격성이 6개 군, 사회적 지위 및 역할이 5개 군, 동일시 및 모방이 3개 군이며, 나머지는 이 밖의 여러 영역에 산포되고 있다. 여기서는 지면 관계로 대인관과 가장 밀접히 관련되고 포함되는 속담 군에서도 가장 많은 대인 관계와 인간의 본성 및 성격에 대해서만 분석하기로 한다.가. 대인 관계관
대인 관계관에 분류된 속담은 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특성 및 사태를 나타내 주는 내용의 것이다. 이들 속담은 그것이 시사해 주는 심리학적 의미에 따라 분류했으며, 그 의미와 상응되는 현대 심리학의 이론이나 가설이 있는 경우 서로 대비시켜 아래에 제시하였다(현대 심리학 이론 및 가설은 별표(*)로 나타냈음).1. | 오래 사귈수록 정이 두터워진다. | |||
· | 신정이 구정만 못하다. | |||
· | 사람은 헌 사람이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 | |||
* 親熱-좋아하기 가설: 사람은 낯선 사람보다 친숙한 사람을 좋아한다. | ||||
2. | 일단 정이 형성되면 단점이 노출되어도 싫어지지 않는다. | |||
· | 정 각각 흉 각각. | |||
· | 고와도 내 님 미워도 내 님. | |||
3. | 빨리 좋아지면 빨리 싫어지기 쉽다. | |||
· | 갑작 사랑 영 이별. | |||
· | 빨리 단 쇠가 금방 식는다. | |||
4. | 상대의 자존심이나 약점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옳은 말 해 주는 것보다 대인 관계에서 중요하다. | |||
· | 문 바른 집은 써도 입 바른 집은 못 쓴다. | |||
· | 바른 말하는 사람 귀염 못 받는다. | |||
5. | 자기를 낮출 때 상대는 좋아한다. | |||
· | 벼슬은 높이고 뜻은 낮추어라. | |||
· | 지위가 높을수록 마음은 낮추어 먹어라. | |||
6. |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 |||
· |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 |||
· | 웃는 낯에 침 뱉으랴. | |||
* 좋아하기-좋아하기 가설: 내용은 상동. | ||||
7. | 섭섭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은 상대 행동의 사소한 차이에서 생긴다. | |||
· | 반 잔 술에 눈물 나고 한 잔 술에 웃음 난다. | |||
8. | 싫어하는 사람은 오해를 쉽게 한다. | |||
· |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 |||
· | 미운 사람에게 쫓아가 인사한다. | |||
9. | 서로 유사한 사람끼리 좋아한다. | |||
· | 가재는 게 편이라. | |||
· | 유유상종 | |||
*유사성-좋아하기 가설: 내용 상동 | ||||
10. |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끼리 좋아하기 쉽다. | |||
· | 이웃사촌. | |||
· | 지척의 원수가 천 리의 벗. | |||
*지리적 근접-좋아하기 가설: 내용 상동. | ||||
11. | 자주 대면하면 좋아지기 쉽다. | |||
· | 자주 보면 정이 든다. | |||
· | 까마귀라도 내 땅 까마귀면 반갑다. | |||
* 대면 -좋아하기 가설 | ||||
12. | 사람은 선택해서 사귀어야 한다. | |||
· | 개를 따라가면 칙간으로 간다. | |||
· | 아이를 예뻐하면 옷에 똥칠한다. | |||
13. | 증오를 변형해서 나타내는 사람이 직접 나타내는 사람보다 더 밉다. | |||
· |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 |||
14. | 피해는 아는 사람에게 입거나 입힌다. | |||
· | 아는 놈이 도둑놈. | |||
· | 믿는 도끼에 발 찍힌다. | |||
15. | 한 사람이 미우면 그 사람과 관계 있는 모든 것이 미워지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 |||
· | 며느리 미우면 손자도 밉다. | |||
· | 중이 미우면 袈裟도 밉다. | |||
· | 처가 고우면 처갓집 기둥 보고 절한다. | |||
16. | 한 번 밉게 보이면 모든 행동이 밉게 보인다. | |||
· | 고운 사람 미운 데 없고 미운 사람 고운 데 없다. | |||
*후광 효과(hallo effect): 특정 개인이 일단 좋게 보이거나 나쁘게 보이면 그의 모든 행동을 똑같이 좋게 또는 나쁘게 보려는 경향. |
나. 인가의 본성 및 성격관
인간의 본성 및 성격관에 분류된 속담은 본성과 성격의 결정 요인, 성격의 일관성 여부, 타인의 불행에 대한 지각 성향, 인간의 욕구 작용 등과 관련된 내용의 속담이 있었다. 이들 속담을 심리학적 의미에 따라 분류하고 다시 이를 현대 심리학의 이론이나 가설과 관련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쌍을 찾아 아래에 제시하였다.1. | 사람의 본성 및 성격은 타고나기도 하고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 ||
·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유전론) | ||
· |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환경론) | ||
* 유전론 및 환경론 논쟁: 현대 심리학에서도 성격, 지능이 생득적인 것이냐 환경을 통한 학습이냐의 논쟁이 논란되어 왔다. | |||
2. | 부족한 사람일수록 허세를 부린다. | ||
· | 가난할수록 기와집을 짓는다. | ||
· | 빈 수레가 요란하다. | ||
* 프로이드의 방어 기제 중 보상 현상: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자신을 과정해서 나타내는 현상. | |||
3. | 부족한 사람일수록 잘못의 원인을 밖으로 돌린다. | ||
· | 선 무당이 장고 탓한다. | ||
· | 서투른 과방 아반타령. | ||
4. | 사람의 욕구는 자기중심적 便宜와 실리에 따라 변한다. | ||
· | 똥 누러 갈 적 다르고 온 적 다르다. | ||
· | 토끼를 다 잡으면 사냥개를 잡는다. | ||
5. | 사람은 남의 어려움이나 불행도 자기중심적으로 소홀히 여긴다. | ||
· |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 | ||
· | 내 배 부르면 종의 밥 짓지 말라 한다. | ||
6. | 자신과 관계없는 타인의 불행은 구경거리도 될 수 있다. | ||
· | 남의 집 불구경 않는 군자 없다. | ||
· | 남의 소 들고 뛰는 건 구경거리. | ||
7. | 처지가 바뀌면 같은 처지에 있는 불행한 사람을 이해해 주기는커녕 더 苛酷해지기 쉽다. | ||
· | 거지가 밥술이나 먹게 되면 거지 밥 한 술 안 준다. | ||
· | 사나운 시어미 밑에 치여 난 며느리가 사나운 며느리 된다. | ||
* 소수 민족이 다수 민족보다 소수 타 민족에 대한 편견이 더 많은 현상. | |||
8. |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미운 사람에 만족을 주는 행위를 하기 싫어한다. | ||
· | 개꼬라지 미워서 낙지 산다. | ||
· | 굿하고 싶어도 맏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 안 한다. | ||
9. | 사람은 자기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 ||
· | 못 살면 터 탓. | ||
· | 핑계 없는 무덤 없다. | ||
*프로이드의 방어 기제 중 합리화 현상: 자신의 행동을 타인에게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도록 노력하는 것. | |||
10. | 올바른 얘기도 자기 약점과 관계된 것이면 듣기 싫어한다. | ||
· | 눈 먼 소경더러 눈 멀었다 하면 화낸다. | ||
11. | 사람의 성격은 고쳐지기 힘들다. | ||
· | 각관 기생 열녀 되랴. | ||
· | 개 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 안 된다. |
Ⅳ. 요약 및 결론
본고에서는 한국 속담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성격 특성과 대인관을 탐색해 보았다. 여기서 추출된 중심적 성격 특성은 피해 의식이며, 이를 중심으로 파생된 하위 특성은 체면 중시 성향, 목전 실리 추구 성향, 언어 중시 성향 등이라 할 수 있다.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