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의 속담】

속담 분석을 통해 본 한국인의 심리 표상

최상진 / 중앙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유승엽 / 중앙 대학교 심리학과 강사


Ⅰ. 서론

      1. 속담 분석과 심리학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간주되는 Wundt는 심리학을 두 개의 학문적 전통 위에서 구축한바 그 하나는 자연 과학 전통을 따른 실험 심리학이며, 다른 하나는 정신 과학의 전통을 따른 문화-사회 심리학이다. 결국 Wundt의 심리학은 자연 과학 모듈과 인간 과학 모듈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Kuhn이 말하는 자연 과학 패러다임과 인간 과학 패러다임에 상응하는 심리학 체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Wundt의 심리학이 현대 심리학의 중심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으로 이식되는 과정에서 정신문화 과학으로서의 심리학 전통은 거의 전적으로 무시된 채 자연 과학으로서의 실험 심리학만이 마치 Wundt 심리학의 전체인 것처럼 소개되었으며, 오늘날 미국이 주도하는 현대 심리학은 실험 심리학 일색으로 일방적 편중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Danziger, 1983).
  그러나 최근 들어 Wundt의 심리학에 대한 재평가와 더불어 왜곡된 Wundt 심리학의 수정을 요구하는 주장과 논문(Blumenthal, 1979; Farr, 1983; Koch & Leary, 1985; Kroger & Scheibe, 1990)들이 그 수를 더해 가면서, 그의 Vӧlkerpsychologie(그 원어의 뜻은 민족 심리학이며, 현대적 의미로는 문화-사회 심리학에 해당된다)에 대한 재발견 작업이 뒤늦게 일어나고 있다. Wundt가 이처럼 심리학을 두 개로 구분한 배경은 인간 의식의 연구에서 자연 과학적 접근으로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즉 감각, 지각과 같은 하위 정신 기능은 자연 과학에서 사용하는 실험적 접근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사고, 창조력과 같은 고등 정신 기능은 실험에 의해 연구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후자의 연구에서는 언어, 관습, 신화 및 기타 역사적 산물에 대한 분석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속담의 연구는 바로 Wundt의 문화-사회 심리학 전통에 기초하고 있으며, 속담과 같은 문화적 언어의 분석은 이 전통에서 가장 기초적이며 핵심적인 접근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몽골의 속담에 “물방울이 많이 모이면 큰 바다가 되고, 속담이 많이 모이면 학문이 된다”(김선풍, 1990, p.11)는 말이 이미 Wundt의 문화-사회 심리학의 핵심을 슬기롭게 간파하고 있다고 하겠다.
  속담은 인간이 집단적 사회생활을 해 오는 과정에서 개인적 또는 집단적 경험과 사유 및 공감을 통해 수렴된 세상사 및 인간 삶에 대한 지식이며 신념 체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속담은 역사성, 문화성, 사회성, 경험성 및 사유성을 갖는 공유된 보편적 진리이며 사회적 통념의 특성을 가지며, 이 점에서 속담은 과학적 지식 못지 않게 굉장한 지적 타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이 말은 곧 속담의 진위나 타당성 여부가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 의해 용이하게 판별될 수 없음을 시사하며, 이 점에서 속담은 과학적 지식보다 장구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심리 문제는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이래로 인간의 핵심적 관심사의 하나이며, 인간이 문화적 존재로 살아가는 한 인간 심리의 문제는 인간의 인식주 못지 않게 중요한 관심 영역이다. 따라서 인간의 심리에 관계된 속담은 필연적으로 존재하며 이러한 심리적 속담은 특정 사회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공기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면서 동시에 그들의 인간관계적 생활에는 물론 예술, 문학, 정치적 이데올로기 등을 포함하는 삶의 제 영역에 기본적 문법으로 투영되고 내삽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심리학에서 속담에 대한 분석이 거의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미온적으로 이루어진 배경에는 앞서 Wundt의 심리학 전통에 대한 소개에서 암시한 바와 같이 실험 심리학이 곧 심리학의 유일한 전통이라는 Wundt에 대한 왜곡된 해석에서 연유된 결과라고 하겠다.
  특히 최근에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의 물결이 심리학을 포함한 사회 과학 전반에 파급되면서 문화-역사적 특수성의 이슈가 보편적 진리를 전제로 한 전통적 사회 과학에 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면서 심리학 분야에서도 민족과 문화에 따른 상이한 심리학이 존재할 수 있다는 신념이 사회 과학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수용되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현재 한국 사회 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용하(1994)는 “한국 사회학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이라는 논문에서 한국 사회학은 학문적 자주성을 확립하고 구미 중심의 사회학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최상진은 이미 “한국인 심리학”의 구성을 지향한 한국적 심리 개념(정, 한, 눈치, 핑계, 체면, 우리성, 심정 등)에 대한 심리적 분석 작업을 지난 수년간 해 오고 있다.(최상진과 최연희; 1989, 최상진, 최수향; 1990, 최상진; 1991, 최상진, 임영식, 유승엽; 1991, 최상진, 유승엽; 1992, 최상진, 1992a; 최상진, 1992b; 최상진, 1992c; 최상진; 1993, 최연희, 최상진; 1990, Choi & Choi; 1990a, Choi & Choi; 1990b, Choi & Choi; 1991a, Choi & Choi; 1991b, Choi & Kim; 1992.) 한국인의 심리적 속담 분석은 한국인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한국인이 인간의 본성과 성격을, 한국인의 대인 관계를 속담 속에서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를 속담 분석을 통해 파악하는 일은 곧 한국인 자신의 심리를 이해하는 작업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한국인의 속담 중에서 인간의 심리에 관계되는 것을 표집하여 이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2. 속담 분석 방법의 심리학적 정당성

  사람은 외부 자극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뿐 아니라 외부 자극을 능동적으로 의미화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한 무질서한 환경에서 법칙을 찾아내고 이러한 법칙에 따라 환경을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각의 내용과 법칙을 체계화하려는 시도는 심리학에서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Stotland와 Canon(1972)는 개인이 지각한 자극 간의 관계성 즉 인지 구조에 형성된 법칙을 스키마(schema)란 개념으로 통칭하고 스키마의 형성 과정을 분석했다. 한편 Schneider(1973)은 개인이 사람의 성격에 관해 가지고 있는 상식 수준의 성격 법칙을 일반인의 잠재적 성격 이론(Implict personality theory)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Kelly(1955)는 개인이 外界에 대해 형성한 주관적 지각 세계 전반을 통틀어 사적 구성 체제(personal construct)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주관적 법칙이나 지각 세계와 같은 개념과 관련된 이론들은 모두 인간의 주관적 세계를 체계화해서 파악하려는 시도들이다. 이와 방향을 같이해서 Heider(1958), Jones(1965), Kelly(1967) 등은 일반인이 개인의 행동을 분석하여 그 원인을 귀착시키는 과정을 다루는 귀인 이론을 제시하였으며, Abelson과 Rosenberg(1958)은 인지 요소 간의 관계성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일반인이 사용하는 법칙을 찾아내고 이를 심리 논리(psycho logic)로 개념화했다.
  여기서 고찰한 개념들에 기초한 접근 또는 이론 즉 심리 논리 이론, 일반인의 잠재적 성격 이론, 주관적 구성 체제론, 귀인 이론, 스키마 이론 등은 모두 일반인의 지각 및 인지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있는 그 형성 과정을 분석하는 입장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공식적 심리학의 개념 체제에서 벗어나 일반인의 심리학 그 자체를 일반인이 쓰는 용어를 사용해 이를 체제화하려는 노력으로 상식 심리학(Common Sense Psychology) 또는 일반인의 심리학으로 통칭된다. 이들 접근의 공통적 특성은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지각 내용 및 과정에 작용하는 법칙이나 지각 내용 자체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체제화하는 데 관심을 둔다.
  속담은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지각 세계이며, 사람의 심리에 관계된 법칙을 나타내는 속담을 일반인의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속담은 오랜 기간을 통해 다수의 사람이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지각한 俗生活의 지혜란 점에서 상식 심리학의 중요한 素資料(raw data)로서뿐만 아니라 공식적 심리학의 가설로도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속담은 문화권에 따라 다르므로 문화 비교 심리학(Cross-Cultural Psychology) 또는 한국인 심리학(Psychology of Koreans)의 소자료로도 사용될 수 있으며, 한국인의 전통 의식에 대한 이해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Ⅱ. 연구 방법

  본 연구는 크게 두 단계의 연구 과제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속담의 내용 중에서 인간의 심성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심리학적 가설 형태를 취하고 있는 속담을 발췌하여, 그중 몇 개의 속담을 선택한 후 이를 사회적 표상의 시각에서 일반인이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인간의 심성에 관계된 심리학적 명제를 도출할 수 있는 속담들을 사회 심리학의 내용 영역 구분에 따라 분류하고, 다시 그 속담의 분석을 통해 심리학적 명제를 도출하고 이를 기초로 이들 명제들의 배경에 또는 기저에 전제되고 암시되는 인간 심성에 대한 상위 수준의 표상을 추론하였다.
  먼저 인간의 심성에 관계된 속담 발췌와 관련하여 이기문(1962)의 속담 사전에 수록된 속담들을 심리학적 가설이라는 기준을 적용하여 검토하고, 이 과정 속에서 인간의 심성에 관계된 속담을 발췌하였다. 속담의 내용 중에는 어떤 현상을 단순하게 극화시켜 비유 형태로 그 현상을 나타내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러한 속담에서 나타내는 현상들의 대부분은 인간의 심성에 대한 심리학적 명제의 성질을 갖추지 않은 것이다. 예컨대, 천방지축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놓고 ‘미친년 널 뛰듯 한다’든가 ‘절이 망하려니까 새우젓 장수가 들어온다’는 식의 속담과 같이 어떤 현상을 단순히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속담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러한 속담들을 제외하고 심리학적 명제 형태의 인간 심성에 대한 가설형 진술문, 즉 인간의 심성에 관계되나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변인 간의 관계성을 암시하거나 도출할 수 있는 속담들을 선별해 본 결과 약 600여 개의 속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예컨대, ‘돈 떨어지자 입맛 나다’는 속담은 구할 수 없을 때 더욱 그 물건이 갖고 싶다는, 즉 구할 수 없다는 변인과 갖고 싶다는 변인 간의 관계성을 암시하는 속담으로 이는 심리학적 명제 형태의 가설을 그 속에 내재하거나 또는 도출할 수 있는 속담으로 간주하여, 이러한 속담들을 심리학과 관계된 속담으로 발췌하였다.
  속담은 그 생성 과정이나 기능 면에서 인간의 심성과 관계된 학문, 예컨대 심리학을 구성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며, 또한 그 기능 면에서도 단순히 인간의 심성을 파악하는 데 그 일의적 목적을 두고 생겨난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비록 그 내용이 심리적 명제를 내포한 또는 암시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상식적 수준에서의 이해, 일상생활에서의 현상 파악 또는 일반인 간의 의사소통과 관련하여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그 속담의 내용이 뜻하는 바가 추상적이고 암시적이며 따라서 과학적 명제가 요구하는 논리성과 진술 형태에 있어서의 형식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또한 속담은 항상 그 속담이 사용되는 특징적 상황과 사회 문화적 맥락이 결합될 때에 그 속담이 지난 본래적 의미가 드러나는바, 속담의 해석에 있어서 해석자의 주관성과 해석에서의 다양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어떤 속담이 심리학적 명제를 함축하고 있느냐 아니냐, 또는 어떤 심리학적 명제를 함축하느냐의 판단 자체도 연구자의 시각과 입장에 따라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본 연구자가 발췌한 600여 개의 심리학 관련 속담들도 본 연구자의 심리학적 또는 사회 심리학적 배경이 속담의 해석과 선택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결과 선택된 것일 수 있다. 환원이면, 심리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심리학적 명제와 관련된 속담을 선택하는 일은 불가능하며, 바로 이 점이 속담이 갖는 장점이며 단점이기도 하다.
  위의 과정을 통해 발췌된 속담 내용에 대해 일반인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타당하다고 믿으며(타당도), 또한 사회인들이 어느 정도 공유한다고 믿으며(사회적 공유도에 대한 지각), 그리고 이러한 속담을 실제의 생활 과정에서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가(실생활 활용도)를 확인하였다. 본 조사의 대상은 고교생 42명, 대학생 58명 그리고 사회인 74명 등을 포함하여 총 174명이었다. 이 조사 연구에 사용된 심성 관련 속담들은 32개였으며, 그 결과 32개의 속담 중 25개의 속담이 위의 세 가지 차원의 응답에서 높은 정적 응답율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속담이 사회적 표상으로서 현재의 한국인에게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결과를 기초로 사회 표상의 연구에 속담이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자의 심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연구자는 다음 단계의 작업, 즉 속담의 분석을 통한 인간의 심성에 대한 사회적 표상 추출 작업을 실시하였다. 여기서는 앞서 추출한 심성 관련 속담 600여 개를 서구의 사회 심리학적 분류 체계에 따라 분류하고, 다시 이를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속담들을 하위 범주로 묶고, 동일 하위 범주에 속한 속담의 심리학적 명제를 추출하였다. 그러나 속담의 수가 너무나 많고 다양하며, 이들 속담을 모두 본 논문에 수록할 수 없어, 여기서는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속담만을 선택하여 결과란에 제시하였다.


Ⅲ. 연구 결과

      1. 인성 관련 속담에 대한 경험적 분석

  먼저 인간 심성에 관한 속담 내용에 대한 응답자의 타당성 지각, 사회적 공유도 지각, 실생활 활용도 지각과 관련된 세 가지의 질문에서 모두 찬성을 보인 응답자의 비율을 산출하고 그 비율을 사용하여 그 속담이 사회적 표상 수준에 어느 정도 정착하였는가의 지수로 삼고, 그 표상화의 정도를 개인별(고교생, 대학생, 일반인)로 나타내면 표 1과 같다.

<표 1> 인성 관련 속담의 사회적 표상화 정도
속                                                담 사회적 표상화 정도
고교생 대학생 사회인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76.1 96.5 91.8
 나쁜상식은 빨리 퍼진다. 78.5 91.3 87.8
 말이 말을 만든다. 80.9 91.3 90.5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76.1 91.3 89.3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88.0 94.8 93.2
 물은 건너 보아야 알고은 지내 보아야 안다. 71.4 91.3 86.4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76.1 84.4 86.4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80.9 89.6 97.2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88.0 91.3 86.4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 73.8 84.4 83.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80.9 91.3 94.5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83.3 87.9 91.8
 물에 빠져도 정신은 잃지 마라. 64.2 84.4 85.1
 범에게 물려 가도 정신은 차려라. 61.9 81.0 89.1
 자주 보면 정든다. 64.2 82.7 81.0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다. 57.1 70.6 85.1
 * 위에서 사회적 표상화의 정도는 속담에 대한 타당도, 공유도, 실생활 활용도의 세 측면에서 모두 동의한 응답자의 비율(%)을 나타냄.

  위에서 보면 대부분의 속담들이 사회적 표상화의 정도에서 80% 수준에서의 찬성 일치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속담이 단순히 과거 사회의 지나간 지혜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거의 공동으로 믿고 공유하고 또는 실생활에 활용되는 사회적 표상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연장하여 본 연구에서는 위의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인간 관련 속담도 이에 준하는 사회적 표상화 가능성을 전제하고 다음 작업인 사회적 표상 추출 작업을 진행하였다.


      2. 한국인의 성격 특성

  속담 사전에 수록된 속담을 속담 자체의 내용 면, 속담의 주제 면, 속담과 관련된 심리적 기제 면 등의 다양한 각도 또는 차원에서 분류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성격 특성을 추출할 수 있었다. 첫째로 주제 면에서 속담의 수를 분석해 본 결과, 말에 대한 속담이 13 내지 20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전통적으로 한국 문화권에서 말이 대단히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다시 속담에서 나타내려는 내용 면에서 분류해 본 결과, 체면에 관계된 속담이 15 내지 20개로 가장 많고, 다음이 목전의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속담이 10 내지 15개로 둘째로 높은 빈도를 보여 주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체면과 목전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의식 구조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속담의 주제나 내용에 관여되는 심리적 기제를 중심으로 속담을 분류해 본 결과, 피해 의식을 심리적 바탕으로 깔고 있거나 피해 의식의 작용과 관련된 속담이 25 내지 30개 정도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의 전통 의식 속에 피해 의식이 잠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각 성격 특성별로 관련되는 속담을 선별해서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 언어 중시적 성격 특성

  언어를 주제로 한 속담은 다음과 같다.
1. 말로 온 공을 갚는다.
2. 말만 잘하면 천 냥 빚도 갚는다.
3. 말은 보태고 送金은 뗀다.
4. 말은 할수록 늘고 됫박질은 할수록 준다.
5. 길은 길 탓 말은 말 탓.
6. 계집 입 싼 것.
7. 일 잘하는 아들 낳지 말고 말 잘하는 아들 낳아라.
8.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 온다.
9.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10. 거짓말도 잘하면 올벼 논 닷 마지기보다 낫다.
11. 거짓말이 외삼촌보다 낫다.
12.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13. 門 바른 집은 써도 입 바른 집은 못 쓴다.
14. 바른 말 하는 귀염 못 받는다.
  위와 같은 말에 대한 속담이 뜻하는 내용은 모두 말은 조심해서 하고, 말을 잘하면 큰 득을 볼 수 있으며, 말은 늘어나게 마련이며, 직언은 피해를 보기 쉽다는 말의 심리학과 관계된 내용이다. 즉, 어떤 의미에서 말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상대가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함을 시사하는 속담이 많다. 이것은 한국인에게 있어 타인에 대한 관심과 타인의 심성을 읽는 기제인 눈치 현상이 발달했다는 점에서 그 간접적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최상진과 최연희(1989)에 의하면, 눈치는 함축적이며 간접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직접적으로 표출되지 않은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추론하는 대인 상호 관계 상황에서 나타나는 심리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눈치 상황 속에서는 상대의 마음을 재빨리 그리고 적절히 읽어 내는 능력과 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눈치가 발달했다 함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데 관심이 많고 또는 이 일에 동기화되었으며 동시에 눈치를 읽는 또는 눈치를 보내는 기술이 매우 발달했음을 뜻한다. 따라서 눈치가 발달한 문화에서는 자신을 포함한 타인의 심성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더불어 타인의 심성에 대한 쉐마가 발달해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러한 한국인의 특성은 흔히 한국의 문화를 관계 문화 또는 집단성 문화라고 규정짓는 많은 학자들(김경동, 1979;정순목, 1980;강신표, 1983;최상진과 최수향, 1990 등)의 견해와도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가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타인의 심성을 올바로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적응 기제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상진(1993)은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인이 대인관계 상황에서 작동하고 있는 상대의 심리를 부단히 파악하여 상황적으로 적절히 대처해 나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의 사회적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인 관계 상황에서 작동하고 있는 심정 심리 과정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속담의 분석을 통해 파악된 한국인의 언어 중시적 특성은 경험적 분석의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인의 이러한 성향은 한국인에게 표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한국인을 설명하는 중요한 특성으로 파악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나. 체면 중시적 성격 특성

  체면은 자존심(Self Esteem)과 약간 다른 동양적 개념이다. 자존심은 자아 개념의 일부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얼마나 높고 가치 있게 지각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나 체면은 자신이 아니라 남이 자기를 얼마나 높고 가치 있게 자각하느냐 즉, 타인을 의식한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심리와 관련된 속담은 다음과 같다.
1. 양반이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친다.
2. 가문 덕에 대접받는다.
3. 동냥치가 동냥치를 꺼린다.
4. 가난할수록 기와집 짓는다.
5. 냉수 먹고 이빨 쑤신다.
6. 매를 맞아도 은가락지 낀 손에 맞는 것이 좋다.
7. 미꾸라지 속에도 부레풀은 있다.
8. 겉 볼 안이라.
9. 대문이 가문.
10. 큰 무당 있으면 작은 무당이 춤을 안 춘다.
  체면에 관계된 속담은 이외에도 많다. 그 내용을 보면 체면은 위세의 형태로 잘 나타나며, 지위가 높은 사람은 물론 낮은 사람도 체면을 지키려는 경향이 높음을 나타내는 것들이다. 이와 같은 체면 중시적 성향은 최상진과 유승엽(1992)의 “한국인의 체면에 대한 사회 심리학적 한 분석”의 논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최상진과 유승엽은 한국인의 사회적 심성 행동의 하나로 지적되어 왔던 체면의 개념 분석 및 현상에 대한 경험적 분석을 통해 체면의 사회 심리적 속성을 규정하였다. 그 결과 체면은 외형화 또는 표출화된 자기로서 사회적 자존심에 해당되는 현상이며, 사회적 지위상에서 상위에 속하는 사람에게 중요하며, 사회적 규범과 사회적 행동 양식에 의해 통제되며, 자기 자신이 지킬 뿐 아니라 타인에 의해 지켜지고 세워질 수 있는 현상으로 이 양자가 조화를 이룰 때 체면 상승 효과가 커지게 된다. 또한 체면은 체면 행동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노출시킬 수 있으며, 사회적 관계에서 지위를 교환하는 상호 작용 규칙이며 기본적 에티켓과 같으며, 아주 가까운 관계에서 지킬 때 오히려 거리감이 생길 수 있으며, 타인 지향적이고 신분 지향적인 권위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현상이다. 따라서 속담 분석의 결과와 더불어 경험적 분석의 결과에서 시사하는 바는 한국인에게 있어 대인 관계 상황에서 체면을 중시하는 성향이 매우 높음을 감지할 수 있겠다.


          다. 목전 이해관계 중시적 성격 특성

  흔히 체면과 이해관계는 상호 배타적인 성질의 것이어서 체면을 중시할 때 이해관계는 손해를 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양자의 관계는 상호 공존될 수 있는 공통점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에 있어서 체면은 실리를 버리는 형식 위주의 부적응적 행동이 아니라 체면을 통해 자신을 과장시켜 득을 취하거나 자신의 신분을 보호하는 적응적 심리기제라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의 체면은 이해관계와 공존할 수 있다. 이해관계 상황은 크게 장기적 이해관계와 단기적 이해관계로 구분될 수 있는바, 한국인에 있어서는 후자 즉, 단기적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속담이 많다. 심리학적으로 지연 만족(delayed gratification)보다 즉각 만족(immediate gratification)에 대한 지향성이 높은 것 같다. 목전 이해관계에 관련된 속담은 다음과 같다.
1. 공짜는 양잿물도 마다 아니 한다.
2. 나중에 꿀 한 식기 먹기보다 당장 엿 한 가락이 낫다.
3. 내일의 천자보다 오늘의 재상.
4. 금년 새 다리가 명년 쇠다리보다 낫다.
5.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6. 동성동본 아주머니 술도 싸야 사 먹는다.
7. 사돈집에 가도 부엌부터 들여다본다.
8. 대감 죽은 데는 안 가고 대감 말 죽은 데는 간다.
9. 아침 아저씨 저녁 소 아들.
10. 똥 누러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
  목전 이해관계와 관련된 속담의 내용은 내일보다 오늘의 만족을 중시하고, 사태에 따라 이해관계에 맞추어 행동이 변하는 내용들이다.


          라. 피해 의식적 성격 특성

  피해 의식과 관계된 속담들은 피해 의식 자체를 내용으로 한 것이 아니라 피해 의식이 작용할 때 나타나는 지각 현상이나 행동 특성들이다. 피해 의식에 관계된 속담은 다음과 같다.
1. 아는 놈이 도둑놈.
2. 가까운 무당보다 먼 데 무당이 용하다.
3. 믿는 나무에 곰팡이 핀다.
4. 사돈집과 뒷간은 멀어야 한다.
5. 굿하고 싶어도 맏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 안 한다.
6. 남의 밥에 든 콩이 굵어 보인다.
7. 도둑질도 혼자 해 먹어라.
8. 아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9. 나간 머슴이 일은 잘했다.
10.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11. 구관이 명관.
  이들 피해 의식에 관계된 속담들은 남의 것, 자기 주변에 없는 것, 옛날 것이 더 좋게 보이고, 아는 사람도 믿을 수 없으며, 미운 사람도 더 내 놓으면 해가 되니 잘 해 주라는 내용의 속담들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피해 의식은 다시 한국인에게 있어 남의 탓을 잘하며, 핑계를 많이 대고, 결과적으로 책임 회피를 많이 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최상진, 임영식, 유승엽(1991)의 “핑계의 귀인/인식론적 분석”에 따르면, 핑계를 부정적 행위 및 행위 결과에 대한 상대방의 실제적 또는 예기적 책임 귀인에 따른 책임 추궁 및 책망에 대한 책임 해소 및 감소적 의도로 이루어진 행위자 측에서의 책임 재귀인적 이유 또는 구실 대기로 정의하고 있다. 최상진 등은 핑계의 현상이 실제의 관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현상이며, 특히 대인 갈등과 인간관계, 대인 지각, 인상 형성 등의 측면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현상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한국인의 피해 의식이 강하다는 성향은 유승엽과 임영식(1992)의 “한국인의 책임 회피 의식과 귀인 및 통제 소재와의 관계성 고찰”이라는 논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바, 유승엽 등은 한국인의 책임 회피 의식을 핑계를 많이 대는 현상, 거짓말을 잘하는 현상과 남의 탓을 잘하는 현상의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전제하면서, 한국인에게 피해 의식이 많다는 것은 이러한 책임 회피 의식에서도 추론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속담 분석을 통해 파악된 한국인의 피해 의식은 또한 경험적 분석의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한국인의 성향으로 간주할 수 있겠다.
  위에서 네 가지 성격 특성과 관계된 속담을 추출해 보았다. 이들 네 가지 특성은 그 내용상으로 서로 상관이 없는 것같이 보이나, 심리적 역동 면에서 보면 상호 밀접히 관련될 수 있는 특성들이다. 즉 피해 의식이 강할 때 자기 보호를 위해 상대의 자존심을 높이거나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심리적 성향이 높아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말을 조심하려는 의식이 강화될 것이다. 역으로 자신의 입장에서는 피해 의식이 높을 때 상대의 말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쉽게 심리적 상처를 받을 수 있으므로 말을 중시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피해 의식이 작용할 때 이해관계에 민감해지고, 미래를 지향한 장기적 만족 기대나 지연 만족보다는 단기적 즉각 만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체면 중시적 의식 구조는 일면 권위주의적 성격과도 상통하는바 권위주의적 성격의 특성인 열등 의식 및 피해 의식과도 상관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가장 근본적인 성격 특성은 피해 의식이라고 볼 수 있으며 체면 중시 의식, 목전 실리 중시 의식 및 언어 중시 의식은 피해 의식의 파생 변형이라고 생각한다.


      3. 한국인의 대인관

  속담에 나타난 대인관은 그 수에 있어 240여 개 정도로 많으나 그 내용에서 중복되지 않는 것만을 고르면 약 80여 개 된다. 이는 동일한 내용을 가진 속담이 평균 3개 정도 됨을 뜻한다. 다시 이들 80여 개의 속담 내용을 현대 심리학적 내용 영역에 따라 분류해 보면 대인 관계에 관계된 속담 내용 군이 19개, 인간의 본성 및 성격에 관계된 내용이 15개 군, 인간 행동 및 습관이 12개 군, 동기가 9개 군, 일반 지각이 7개 군, 대인 지각이 7개 군, 공격성이 6개 군, 사회적 지위 및 역할이 5개 군, 동일시 및 모방이 3개 군이며, 나머지는 이 밖의 여러 영역에 산포되고 있다. 여기서는 지면 관계로 대인관과 가장 밀접히 관련되고 포함되는 속담 군에서도 가장 많은 대인 관계와 인간의 본성 및 성격에 대해서만 분석하기로 한다.


          가. 대인 관계관

  대인 관계관에 분류된 속담은 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특성 및 사태를 나타내 주는 내용의 것이다. 이들 속담은 그것이 시사해 주는 심리학적 의미에 따라 분류했으며, 그 의미와 상응되는 현대 심리학의 이론이나 가설이 있는 경우 서로 대비시켜 아래에 제시하였다(현대 심리학 이론 및 가설은 별표(*)로 나타냈음).

1. 오래 사귈수록 정이 두터워진다.
· 신정이 구정만 못하다.
· 사람은 헌 사람이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
* 親熱-좋아하기 가설: 사람은 낯선 사람보다 친숙한 사람을 좋아한다.
2. 일단 정이 형성되면 단점이 노출되어도 싫어지지 않는다.
· 정 각각 흉 각각.
· 고와도 내 님 미워도 내 님.
3. 빨리 좋아지면 빨리 싫어지기 쉽다.
· 갑작 사랑 영 이별.
· 빨리 단 쇠가 금방 식는다.
4. 상대의 자존심이나 약점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옳은 말 해 주는 것보다 대인 관계에서 중요하다.
· 문 바른 집은 써도 입 바른 집은 못 쓴다.
· 바른 말하는 사람 귀염 못 받는다.
5. 자기를 낮출 때 상대는 좋아한다.
· 벼슬은 높이고 뜻은 낮추어라.
· 지위가 높을수록 마음은 낮추어 먹어라.
6.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 웃는 낯에 침 뱉으랴.
* 좋아하기-좋아하기 가설: 내용은 상동.
7. 섭섭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은 상대 행동의 사소한 차이에서 생긴다.
· 반 잔 술에 눈물 나고 한 잔 술에 웃음 난다.
8. 싫어하는 사람은 오해를 쉽게 한다.
·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 미운 사람에게 쫓아가 인사한다.
9. 서로 유사한 사람끼리 좋아한다.
· 가재는 게 편이라.
· 유유상종
*유사성-좋아하기 가설: 내용 상동
10.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끼리 좋아하기 쉽다.
· 이웃사촌.
· 지척의 원수가 천 리의 벗.
*지리적 근접-좋아하기 가설: 내용 상동.
11. 자주 대면하면 좋아지기 쉽다.
· 자주 보면 정이 든다.
· 까마귀라도 내 땅 까마귀면 반갑다.
* 대면 -좋아하기 가설
12. 사람은 선택해서 사귀어야 한다.
· 개를 따라가면 칙간으로 간다.
· 아이를 예뻐하면 옷에 똥칠한다.
13. 증오를 변형해서 나타내는 사람이 직접 나타내는 사람보다 더 밉다.
·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14. 피해는 아는 사람에게 입거나 입힌다.
· 아는 놈이 도둑놈.
· 믿는 도끼에 발 찍힌다.
15. 한 사람이 미우면 그 사람과 관계 있는 모든 것이 미워지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 며느리 미우면 손자도 밉다.
· 중이 미우면 袈裟도 밉다.
· 처가 고우면 처갓집 기둥 보고 절한다.
16. 한 번 밉게 보이면 모든 행동이 밉게 보인다.
· 고운 사람 미운 데 없고 미운 사람 고운 데 없다.
*후광 효과(hallo effect): 특정 개인이 일단 좋게 보이거나 나쁘게 보이면 그의 모든 행동을 똑같이 좋게 또는 나쁘게 보려는 경향.

  위의 대인 관계와 관련된 속담에서 시사하는 대인 관계관 및 심리학적 시사점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호감은 자주 대면해서 친숙할 때, 상대가 칭찬해 주거나 좋아할 때, 또는 자기를 낮출 때, 지리적으로 근접되어 있을 때, 오래 사귀었을 때 유발되기 쉽다. 싫어함은 자존심을 손상시킬 때 나타나며, 일단 특정 개인을 싫어하거나 좋아하면 감정이 일관성 있게 지속되기 쉽다. 또한 특정 개인에 대한 호감이나 惡感은 그 개인과 유관한 대상이나 사람에게 일반화되기 쉽다. 사람을 사귈 때는 천천히 사귀어야 정이 오래 가며 선택해서 사귀어야 한다.
  이러한 전통적 인간관계에 관해서 발견되는 특성으로는 이들 속담 속의 심리학적 내용 중 상당수가 현대 심리학의 이론 및 가설과 일치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현대 심리학에서 다루지 않는 심층적 대인 심리 과정이 속담 속에 시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 중이 미우면 袈裟도 밉다, 며느리 미우면 손자도 밉다는 속담 등이 시사하는 미세하고도 복잡한 심리 과정은 현대 심리학에서 다루어 볼 가치가 높은 연구 소재라 할 수 있겠다.


          나. 인가의 본성 및 성격관

  인간의 본성 및 성격관에 분류된 속담은 본성과 성격의 결정 요인, 성격의 일관성 여부, 타인의 불행에 대한 지각 성향, 인간의 욕구 작용 등과 관련된 내용의 속담이 있었다. 이들 속담을 심리학적 의미에 따라 분류하고 다시 이를 현대 심리학의 이론이나 가설과 관련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쌍을 찾아 아래에 제시하였다.

1. 사람의 본성 및 성격은 타고나기도 하고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유전론)
·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환경론)
* 유전론 및 환경론 논쟁: 현대 심리학에서도 성격, 지능이 생득적인 것이냐 환경을 통한 학습이냐의 논쟁이 논란되어 왔다.
2. 부족한 사람일수록 허세를 부린다.
· 가난할수록 기와집을 짓는다.
· 빈 수레가 요란하다.
* 프로이드의 방어 기제 중 보상 현상: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자신을 과정해서 나타내는 현상.
3. 부족한 사람일수록 잘못의 원인을 밖으로 돌린다.
· 선 무당이 장고 탓한다.
· 서투른 과방 아반타령.
4. 사람의 욕구는 자기중심적 便宜와 실리에 따라 변한다.
· 똥 누러 갈 적 다르고 온 적 다르다.
· 토끼를 다 잡으면 사냥개를 잡는다.
5. 사람은 남의 어려움이나 불행도 자기중심적으로 소홀히 여긴다.
·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
· 내 배 부르면 종의 밥 짓지 말라 한다.
6. 자신과 관계없는 타인의 불행은 구경거리도 될 수 있다.
· 남의 집 불구경 않는 군자 없다.
· 남의 소 들고 뛰는 건 구경거리.
7. 처지가 바뀌면 같은 처지에 있는 불행한 사람을 이해해 주기는커녕 더 苛酷해지기 쉽다.
· 거지가 밥술이나 먹게 되면 거지 밥 한 술 안 준다.
· 사나운 시어미 밑에 치여 난 며느리가 사나운 며느리 된다.
* 소수 민족이 다수 민족보다 소수 타 민족에 대한 편견이 더 많은 현상.
8.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미운 사람에 만족을 주는 행위를 하기 싫어한다.
· 개꼬라지 미워서 낙지 산다.
· 굿하고 싶어도 맏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 안 한다.
9. 사람은 자기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 못 살면 터 탓.
· 핑계 없는 무덤 없다.
*프로이드의 방어 기제 중 합리화 현상: 자신의 행동을 타인에게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도록 노력하는 것.
10. 올바른 얘기도 자기 약점과 관계된 것이면 듣기 싫어한다.
· 눈 먼 소경더러 눈 멀었다 하면 화낸다.
11. 사람의 성격은 고쳐지기 힘들다.
· 각관 기생 열녀 되랴.
· 개 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 안 된다.

  위의 속담이 반영하는 인간의 본성 및 성격 특성은 나쁘고, 비합리적인 행동이나 성격 과정과 주로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간관의 우세는 속담이 갖는 특성 자체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인간에 대한 전통 의식이 부정적 측면에 대해 더 발달되어 있는 것으로도 추측되어진다. 위의 속담에서 추출된 인간 본성 및 성격관을 요약해 보면, 사람은 자기 약점은 부인 또는 합리화하는 반면 타인의 약점과 불행은 보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처지과 위치가 바뀌면 마음이 변하며,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고, 현 시점의 자기 실리를 따라 행동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대인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 밖에 성격은 변하기 어렵다는 점, 성격은 유전과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 등이 속담에서 반영되고 있는 점, 속담에서 프로이드의 심리 기제(또는 방어 기제)가 폭넓게 다루어지고 있는 점 등은 속담 속에 심리학이 매우 발달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속담 속에 프로이드의 심리학이 부분적으로 반영되고 있음은 프로이드 이전에 한국의 전통 의식 속에 심층 심리학적 원리가 이미 구조화되어 있었음을 암시해 준다.


Ⅳ. 요약 및 결론

  본고에서는 한국 속담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성격 특성과 대인관을 탐색해 보았다. 여기서 추출된 중심적 성격 특성은 피해 의식이며, 이를 중심으로 파생된 하위 특성은 체면 중시 성향, 목전 실리 추구 성향, 언어 중시 성향 등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의 문제인 대인관을 인간관계적 측면과 인간의 본성 및 성격의 측면에서 알아보았다. 대인 관계는 한국인에 있어 가장 관심이 놓은 의식 영역으로 나타났다. 대인 관계의 전통 의식을 대인 관계관의 형태로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인간관계에서 잦은 대면을 통한 친숙한 관계가 이루어졌을 때, 상대가 자신에게 칭찬을 해 오거나 자신을 좋아할 때, 상대가 자신을 낮출 때, 지리적으로 근접해서 살 때, 오래 사귀었을 때, 상대와 자신이 유사할 때, 상대에 대한 호감 및 정이 조장된다는 대인 관계관을 한국인은 가지고 있다. 반대로 싫어하는 관계는 자존심이나 체면을 손상당할 때 형성되며, 한 상대에 대해 일단 호감 아니면 惡感이 형성된 연후에는 그것이 바뀌기 어렵다는 대인 관계관이 속담에 반영되고 있다. 또한 특정인에 대해 호감이나 惡感이 형성되면 동일한 감정을 특정인과 관계가 있는 제삼자에게 대해서까지 갖게 되는 감정 일반화 관점, 천천히 쌓은 정이 오래 간다는 견해 등이 대인 관계 전통 의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내용이다.
  사람의 본성과 특성에 관계된 전통적 의식 구조의 특징은 인간의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측면보다 부정적이며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의 인간 심리에 관계된 의식 구조가 지배적으로 더 발달되어 있다. 이들 의식 구조 내용을 보면, 사람은 자신의 약점은 부인 또는 합리화하는 반면, 타인의 약점과 불행은 발견하기 좋아한다는 대인관, 사람은 자신의 사태적 실리를 자기 위주로 추구하며 자신의 처지가 바뀌면 욕심과 행동도 이기적 방향으로 달라진다는 대인관이 속담의 내용에 반영되고 있다. 이 밖에도 성격은 변하기 어렵다는 관점, 성격 또는 본성은 유전과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견해가 전통 의식의 내용으로 추출되었다.
  전체적으로 속담에서 시사하는 한국인의 전통적 인간 본성관은 그 수와 내용 면에서 풍부하며, 그 정도에 있어서도 현대 심리학의 이론 및 가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프로이드의 방어 기제 심리학이 속담 속에 직접, 간접으로 반영되고 있다. 이는 프로이드 이전에 우리의 조상들이 이미 심층 심리학적 원리를 터득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과학적 심리학 이전에도 현대 심리학 원리의 상당 부분이 생활 속의 상식 형태로 존속되어 왔음을 암시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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