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의 속담】

속담의 기능과 의미 구조

김종택 / 경북 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1.서론

  속담(俗談)은 옛적부터 전래하는 민간의 격언으로 흔히 속설(俗說), 속언(俗諺), 이어(俚語), 이언(俚諺), 세언(世諺)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관용 어구(慣用 語句)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각 명칭들이 지니는 의미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크게 통속성이나 민중성을 나타내는 선행 요소로서의 속(俗) 혹은 이(俚)와, 익은 말마디(語句)를 뜻하는 후행 요소 담(談) 혹은 설(說), 언(諺)의 결합이라고 점에서 통용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본고에서도 우선 관례에 따라서 이 모든 것을 포괄하여 속담이라 불러 두기로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통칭일 뿐 개념 규정에 따라서 속담의 내용의 전혀 다른 성격으로 제약된다. 예컨대 ‘등잔 밑이 어둡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등은 전형적인 속담이지만 ‘불장난하면 자다 오줌 싼다.’, ‘쌀 먹으면 어미 죽는다.’ 등은 언어 기능과 가치 면에서 전자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곧 앞의 것은 일정한 진리를 담고 있는 격언이지만 뒤의 것은 불장난하지 말 것과 쌀 먹지 말 것을 강요하고 있을 뿐 그 자체는 아무런 보편적 진리도 담고 있지 않으므로 민간의 격언인 속담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말들이 아무런 구분 없이 속담 사전에 함께 수록되고 있는 것은 속담의 개념을 엄격히 규정하지 않고 민간에서 흔히 통용되고 있는 말마디쯤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언어 자료의 수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느 것이나 일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속담의 언어 기능을 연구하는 데는 속담과 속담 아닌 것을 구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속담과 속담 같으면서도 속담 아닌 것들을 구별하기 위하여 속담의 언어 기능, 의미 구조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오래 전에 속담을 기능적인 측면에서 연구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두 편의 다른 논문을 쓴 일이 있는데 거기서 그것을 속담과 속언(俗諺)으로 명명하여 대립되는 개념으로 파악한 바 있다.1) 본고는 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이론적으로 재정리함으로써 앞으로 속담 연구와 정리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속담의 의미 기능

      2.1 속담의 정의

  국어사전에 의하면 속담은 ‘옛적부터 전해 오는 민간의 격언’이라 하고 다시 격언(格言)을 찾아보면 ‘속담 등과 같이 사리(事理)에 꼭 들어맞아 교훈이 될 만한 짧은 말토막’으로 설명하고 있다. 순환 정의(tautology)에 빠진 듯하지만 속담에 대해서 이보다 더 명확하게 정의된 적도 없고 내용도 간명하여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지도 않다. 속담에 대한 위의 설명은 크게 세 가지 요소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옛적부터 전해 오는(관습성, 전통성)
민간의(통속성, 대중성)
격언(교훈성, 진리성)

  곧 속담이란 관습성과 통속성, 교훈성을 지닌 말토막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교훈성이 있더라도 ‘효(孝)는 백행(百行)의 근원’이라든가 ‘아름다운 말에는 어짊(仁)이 적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통속성이 없기 때문에 한국인의 가치관을 나타내는 경구일 수는 있어도 속담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속담을 논하는 사람들이 끌어 온 설명은 이 밖에도 얼마든지 더 들 수 있다. 제임스 호웰은 속담의 삼 요소라 하여 간결성(shortness), 지적 감각(sense), 감미(salt)를 들기도 했고, 김사엽은 그의 俗談論에서 ‘속담은 그 민족, 그 국가의 특질(정신, 풍습, 신앙, 제도, 인정 등)이 과거와 현재에 걸쳐 축소 응결되어 있는 것으로서 학적 대상, 특히 민족 심리학적 면에 있어서의 호개(好個)의 대상이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후곤(後昆)에게 더없이 다정·친밀한 조상 전래의 보전(寶傳)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2) 이러한 설명들은 속담이 지닌 가치나 일반적인 속성은 될 수 있지만 앞에서 든 속담의 정의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되는 부수적인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속담이 아닌 명언(名言), 성구(成句)들도 모두 간결성과 지적 감각, 그리고 감미를 지니지 않은 것이 없고 보면 앞에서 든 관습성, 통속성, 교훈성이야말로 속담이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을 더없이 간결하게 요약하고 있다 하겠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은 필요조건을 갖추었다고 모두 속담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쾌미감(快味感)을 동반해서 언중(言衆)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속담이 갖추어야 할 그러한 요건을 필자는 ‘속담은 언중의 시(詩)’라는 다소 추상적인 말로 표현한 바 있다. 속담을 인용하는 것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그것을 씀으로써 많은 설명을 대신할 수 있고 언어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함은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소경 기름 값 내기’,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을 말함으로써 부질없는 헛수고를 할 필요가 없음을 훨씬 절실하게 나타낼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이 되지만 ‘자식 많은 사람 근심 걱정 떠날 날 없다’는 설명은 속담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은 시적 표현과 산문적 표현의 차이로 비교될 수 있을 듯하여 속담을 일러 ‘언중의 시’라고 한 것이다.
  이것은 속담에서의 언어의 의미 기능은 일반적인 담화에서의 의미 기능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속담에 쓰인 언어의 의미 기능은 본질적으로 비유적 기능에서 나타난다고 하겠는데, 그것이 비유적 기능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언제나 사실적 차원의 진술을 유발하게 하는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데 푼돈이라도 아껴 써라.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데 말조심해라.
들온 놈이 동네 놈 팔아먹는다더니 네가 마치 주인인 듯 구는구나.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데 우리 지금이라도 시작해 봅시다.
가는 날을 장날이라고 마침 그 사람을 거기서 만났네그려.

  앞의 밑줄 친 속담들의 기능은 결국 뒤에 따르는 진술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하는 도움닫기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속담은 언제나 ‘발화 유도 기능’을 목적으로 하며, 혹시 속담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표면적인 용법일 뿐, 그 내면에는 그 속담을 딛고 서는 분명한 사실의 진술이 숨어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좌절하지 마라.)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말조심해라.)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괜한 짓 하지 마라.)


      2.2 속담과 속언

  위에서 속담은 내용적 속성으로는 관용성과 통속성, 그리고 교훈성을 가지는 경구(警句)로서 비유적 기능을 위주로 발화를 유도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속담으로 알고 있는 것 가운데 적지 않은 것들이 이러한 성격에서 벗어나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쌀 먹으면 어미 죽는다.
불장난하면 자다가 오줌 싼다.
비 오는 날 머리 감으면 시집갈 때 비 온다.
이른 아침에 노래 부르면 삼 이웃이 망한다.
초저녁 잠이 많으면 부자 된다.

  속담이 지니는 내용적 속성으로서 교훈성을 보편적 진리성으로 받아들일 때 위의 예들은 보편적 진리성을 딛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쌀 먹는다고 어미가 죽지도 않으며 비 오는 날 머리 감는다고 시집가는 날 비가 오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런 말이 통용되는 데는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쌀 먹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고 불장난하지말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며 궂은 날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머리 감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예의나 교양으로 생활의 윤리일 수는 있어도 보편적 진리를 딛고 있는 교훈은 아닌 것이다.
  한편 언어 가능으로 보아도 속담은 비유를 바탕으로 발화 유도 기능을 위주를 하는데 위의 예들은 대상 그 자체에 대한 경계에 목적이 있을 뿐 비유의 기능도, 새로운 발화 유도 기능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갈 수 있다.

쌀 먹지 마라.
불장난하지 마라.
비 오는 날 머리 감지 마라.
이른 아침에 노래 부르지 마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이런 것들은 내용적 성격은 물론 언어 기능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는 구분 없이 속담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해 왔다. 그러나 속담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자리에서 이들을 구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것을 엄밀한 의미에서의 속담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속언(俗諺)이라는 명칭을 부여하면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 대립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1) 표현 구조

  속담은 표현 구조가 다양한 데 대하여 속언은 표현 구조가 단조롭다. 속담은 표현 구조가 다양하여 거기에 의지하여 유형을 나누는 것이 가능하지만 속언은 ‘α하면 β한다’는 복문 구조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표현 구조에 의지하여 형태적 유형을 정립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속담의 표현 구조>
등잔 밑이 어둡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다.
물은 건너 보아야 알고 사람은 지내 보아야 안다.
일에는 배돌이, 먹는 데는 감돌이.

<속언의 표현 구조>
귓문이 좁으면 부자 된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 떡이 생긴다.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이듬에 잔병이 없다.
국을 많이 먹으면 국량이 넓어진다.

  속담은 단문형과 복문형, 그리고 조건문형과 대등문형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나 속언은 언제나 조건문형을 취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2) 의미 기능

  속담에서의 언어 의미 기능은 비유나 상징 기능을 위주로 하여 발화 유도 기능을 나타내지만 속언은 대상에 대한 직접 서술에 의지할 뿐 발화 유도 기능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속담의 의미 기능>
옷은 새 것이 좋고 사람은 옛 사람이 좋다더니, 역시 내 친구는 자네뿐이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여기 두고 그렇게 찾았네그려.
사또 지나고 나팔 분다고 지금 떠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속언의 의미 기능>
문지방 밟으면 재수 없다. (문지방 밟지 마라.)
여자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 (여자는 나서지 마라.)
안주를 빨리 먹으면 손자를 쉽게 본다. (안주를 빨리 먹어라.)
궂은 일 많이 하면 죽어서 극락 간다. (궂은 일 많이 하라)

  속담은 대개 표현 효과를 증대시키면서 발화 유도 기능을 나타내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그것을 생략하여도 의미 전달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속언으로 발화 유도 기능을 나타내게 하면 중언부언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자체로서 진술 기능을 다하는 것이 보통이다.


          (3) 의미 지향

  속담의 의미는 가치 지향적이며 개방적인데 대하여 속언의 의미는 행동 지향적이며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속담이 교훈성을 지니되 보편적인 진리를 딛고 있는데 대하여 속언은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나 구속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은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어떤 경우든지 협동이 필요한 장면이면 쓸 수 있으며 따라서 그것은 보편적 진리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속언의 경우 예컨대, ‘아침에 노래하면 삼 이웃이 망한다’는 언제나 노래하는 경우에만 쓸 수 있을 뿐 춤추는 경우나 노름하는 경우와 같이 그 대상에서 벗어나는 때에는 쓸 수 없다. 속언이 보편적인 진리를 나타내지 않으면서도 통속성을 지니고 쓰이는 것은 물론 그 시대 사회의 통속적인 관념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4) 교훈성과 구속성

  속담은 내용이 교훈성을 지니되, 그것은 언제나 가치 판단의 준거가 될 뿐, 선택은 개인에게 맡겨질 뿐 직접적인 구속력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예컨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자식 많은 부모의 어려움을 깨우쳐 일러 줄 뿐, 그래서 자식을 많이 두지 말라거나 자식을 두지 말라는 등의 구체적인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속언의 경우는 언제나 직접적인 선택을 강요한다. ‘밤에 빨래 널면 귀신 만난다.’, ‘문지방에 걸터앉으면 논두렁이 터진다.’는 속언은 곧 밤에 빨래 널지 말 것과 문지방에 걸터앉지 말 것을 강요하는 사회적 구속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속담은 그 사회의 가치 판단의 근거를 보여 주는 철학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속언은 그 사회가 기대하는 행동 윤리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3)


          (5) 보편성과 개별성

  속담은 보편적인 진리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적용의 범위에 제약이 없다. 구체적인 소재나 표현 방법에 차이가 있더라도 한 나라의 속담과 같은 내용의 속담이 다른 나라에도 있는 것이 보통이며 따라서 적용 범위에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예컨대 다음은 일본의 속담들인데, 이것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속담이 한국에도 있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4)

방위미신가 집안 망친다. (方位家の家潰)
(반풍수 집안 망친다.)
중이 미우면 가사까지 밉다. (坊主憎けりや袈裟まで憎い)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까지 밉다.)
어제 며느리, 오늘 시어미.(昨日は嫁, 今日は姑)
(며느리 늙어 시어미 된다.)
호랑이 꼬리 밟는다.(虎の尾を踏む)
(벌집 건드린다.)
백날 설법에 방귀 하나.(百日の說法屁一つ)
(십년 공부 나무아미타불.)

  그러나 속언은 생활 관습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대나 사회에 따라서 언제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보편적인 진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시대나 사회가 요구하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예컨대 ‘길에서 칼을 주우면 재수 없다.’는 속언은 혹시 그것 때문에 관재구설(官災口舌)에 몰릴 것을 경계하는 전통 사회의 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3. 속담의 의미 구조

  속담은 짧은 말마디 속에 절실한 삶의 지혜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표현 구조와는 다른 의미 구조를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속담의 가치는 교훈성을 발휘하는 데 있지만, 그것이 평범한 설명에 머무는 한, 두루 인지된 생명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담에는 온갖 표현 기교가 다 동원되기 마련이며 그것이 속담의 유형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다.
  속담의 의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알아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은 속담이 짧은 말속에 절실한 의미를 담으면서도 깊은 인식을 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뜻밖의 비유나 상징을 쓰게 되는 것이다. 곧 주제와는 직접 상관이 없어 보이나 소재를 어휘나 구절의 차원에서 끌어 오는 것이다. 따라서 소재적 차원의 언어재(言語材)와 주제적 차원의 언어재를 구별하는 것이 속담의 의미 분석의 요체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말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목적일 뿐, 가루를 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것과 같다. 그런데도 가루 치는 이야기를 끌고 온 것은 주제를 감각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며 그것 없이는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를 아무리 되풀이해 보아야 따분한 설명일 뿐 쾌미감을 동반하는 속담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주제를 담고 있는 언어재를 삼각형으로, 그리고 보조적인 소재적 차원의 언어재를 사각형으로 나타내면서 속담의 의미 구조를 유형별로 설명하고자 한다.


          (1) 단순형

  가장 단순하고 기능적인 형태의 속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문(單文) 형태가 기본이며, 그 밖에도 단순한 구절, 심지어는 하나의 단어가 속담이 되기도 한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조조는 웃다 망한다.
조는 집은 대문턱부터 존다.
성나 바위 차기.
나팔 운수.
개팔자.
갈 모 형제.

  이러한 형태의 속담은 외형상 소재 차원의 언어재만 나타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소재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주제를 언중이 쉽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가지 많은 나무’라는 주어구와 ‘바람 잘 날 없다.’라는 술어구에서 직감적으로 ‘자식 많은 부모’와 ‘근심 떠날 날 없음’이 인지될 수 있어야 속담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재만으로 주제를 부각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징적 기능에 의한 속담이라고 할 수 있다. 소재 속에 주제가 숨어 있기 때문에 언중은 쾌감을 느끼게 되고 따라서 속담으로서의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데, 그렇지 않고 주제를 직접 노출시키게 되면 단순한 사실의 설명에 그칠 뿐 속담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성나 바위 차기’, ‘개팔자’ 등도 주제 자체는 아니지만 그 속에서 주제를 쉽게 인지하게 되기 때문에 비록 단순한 형태이지만 속담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부질없는 화풀이’, ‘놀고 먹는 좋은 팔자’를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해석 과정을 거치면 곧 주제 의미를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위와 같은데 사각형의 소재적 언어재(재료재) 속에 삼각형의 의미재가 내재해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2) 대조형

  소재적 언어 자료(재료재)를 끌어 옴으로써 주제를 더욱 감각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표현 구조이다. 따라서 문장 형식은 언제나 복문 구조가 되기 마련인데,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은 재료재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보조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언제나 의미재의 앞에 제시된다는 것이다.

장 단 집에는 가도 말 단 집에는 가지 마라.
물은 건너 보아야 알고 사람은 지내 보아야 안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쥐 먹을 것은 없어도 사위 먹을 것은 있다.
물이 아니면 건너지 말고 인정이 아니면 사귀지 마라.
술은 초물에 취하고 사람은 훗물에 취한다.

  위와 같은 유형의 속담을 말하는 데는 주제가 뒤 구절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과는 대조적인 앞 구절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전체가 하나의 속담이 되는 것이다.
  잘 알려진 서양의 격언에서도 이와 같은 대조적인 표현 구조를 보게 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ㄱ)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ㄴ)

  주제는 밑줄 친 ‘예술의 영원성’을 말하는 데 있으므로 당연히 (ㄱ)과 같은 배열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ㄴ)과 같은 배열이 되면 ‘인생의 허무함’을 말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구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반 언중들은 이러한 속담들을 잘못 인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은 속담 사전에까지 잘못 인용된 예이다.5)

사람은 옛 사람이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준다.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범은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
여인은 돌리면 버리고 그릇은 돌리면 깨진다.

  문맥 그대로 두고 속담의 의미를 추출하면 각각 ‘새 옷이 좋다.’, ‘되질을 자꾸 하지 마라, ‘호랑이야 가죽을 아껴라.’, ‘그릇을 내돌리지 마라.’를 가르치는 꼴이 된다. 사전의 편찬은 언어 자료를 바로잡아 수록하는 데 뜻이 있으므로 언중들이 잘못 쓰는 경우가 있더라도 마땅히 바로잡아 수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재료재(a)의 바탕 위에 의미재(b)가 놓임으로써 결과적으로는 (c)와 같은 표현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3) 대칭형

  꼭 같은 의미재를 병렬시키는 경우이다. 의미재(a)와 의미재(a')는 동원된 언어 재료만 다를 뿐 지향하는 주제 의미가 같으므로 몇 개를 병렬하더라도 의미재(a) 하나가 표시했던 이상의 의미역에 달하지는 못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동어 반복형의 대칭형 속담이 쓰이는 것은 반복의 과정에서 쾌미감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제 의미의 전달을 더욱 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칭형 속담의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은데, 전구와 훗구가 의미적 등가물이기 때문에 순서를 바꾸어도 주제의 전달에 상관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물에 물탄 이, 술에 술탄 이.
술에 술탄 이, 물에 물탄 이.
염주도 몫몫, 쇠뿔도 각각.
쇠뿔도 각각, 염주도 몫몫.
꿀 먹은 벙어리, 침 먹는 지네.
침 먹는 지네, 꿀 먹은 벙어리.
불 없는 화로, 딸 없는 사위.
딸 없는 사위, 불 없는 화로.
게으른 년 삼가래 세고, 게으른 놈 책장 센다.
게으른 놈 책장 세고, 게으른 년 삼가래 센다.


          (4) 상승형

  외형적으로는 대칭형과 같아 보이지만 전구의 의미재(a)와 훗구의 의미재(b)가 각기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경우이다. (a), (b)가 복합 결합함으로써 제3의 의미장(c)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때 새로 창조되는 의미장(c)는 (a)와 (b)를 토대로 하여 좀 더 높은 의미역에 달하고 있다. 예컨대, ‘죄는 지은 대로(a), 도는 닦는 대로(b).’라는 속담을 두고 보면 (a)는 죄업에 대한 경계요, (b)는 선업(善業)에 대한 격려다. 그러나 (a), (b)가 복합 결합을 한 속담 전체(c)의 의미는 죄와 도를 딛고 더욱 상승된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섭리를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대칭형 속담과 비슷해 보이지만 복합어 형성의 제약처럼 더욱 절실한 일차적 의미재가 선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남녀 *여남
동서남북 *남북동서
아들딸 (?) 딸아들

  상승형 속담의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밤 잔 원수 없고, 날 샌 은혜 없다.
계집 자랑 반 미치기, 자식 자랑 온 미치기.
복은 쌍으로 안 오고, 화(禍)는 홑으로 안 온다.
공은 들인 대로, 죄는 지은 대로.

          (5) 비유형

  외형적으로는 대칭형이나 상승형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대칭형과 상승형은 전구와 훗구가 각각 의미재로 되어 있어서 어느 한 구절로서도 단문형 속담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유형은 전구와 훗구가 모두 재료재로 되어 있어서 어느 구절 하나로서는 전혀 속담적인 주제 의미를 드러내지 못 한다. 예컨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에서

‘낮말은 새가 듣는다.’…………(?)
‘밤말은 쥐가 듣는다.’…………(?)

  한 구절을 떼어 놓으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들 대등해 보이는 재료재(a)와 재료재(a')가 복합 결합을 함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의미 단위(c)를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은데, 두 재료재가 모여서 하나의 새로운 의미재를 창조하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비유형 속담의 보기는 다음과 같다.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
진상(進上)은 꼬지에 끼고,
인정(人情)은 바리에 싣는다.
윗길도 못 가고, 아랫길도 못 간다.
나무에도 못 대고, 돌에도 못 댄다.
죄는 막둥이가 짓고, 벼락은 샌님이 맞는다.

  이상에서 주제 의미가 창조되는 과정에 비추어 속담의 의미 구조를 유형별로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언어의 일반적인 용법이 그러하듯이 그 한계가 언제나 분명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재떨이와 부자는 모일수록 더럽다.
장작불과 계집은 쑤석거리면 탈난다.

는 외형적으로는 단문형으로 되어 있지만 의미적으로는 비교에 의한 복문의 표현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속담은 독특한 의미 구조를 가지고 발화 유도 기능을 나타내는 말에 한정되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단순한 관용어구나 비유까지도 속담으로 오인돼 온 경우가 없지 않음을 보게 된다.

대추 씨 같다. 북어 껍질 오그라지듯
뒤웅박 신은 것 같다. 절구 千重만 하다.
악마구리 끓듯 물 퍼붓듯 하다.
부엌 방석 같다. 우렁이 속 같다.
다락 같다. 청산유수 같다.
옴파리 같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듯.
一寸간장이 봄눈 슬듯 한다. 안고 진다.
아주 멀쩡하다. 부자도 한이 있다.
부아가 난다. 십상이다.
체면에 몰린다. 윤척(倫脊) 없다.
덜미 집다. 놓아 먹다.
다리 뻗고 잔다. 등을 대다.
내친 걸음 발장구 친다.
등이 단다. 선불 맞는다.
땅 파 먹는다. 미궁에 들었다.
밑도 끝도 없다.

4. 속언의 의미 구조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속언은 구체적인 대상이나 행위를 지향하는 폐쇄적인 경구(警句)로서, 보편적인 진리를 딛고 있는 속담과는 다르다. 그것은 대개 특정한 시대나 사회의 관습을 반영하는 민간의 행동 윤리라고 할 수 있다. 속담은 교훈성은 물론 언어적 카타르시스 기능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미 구조를 지니고 있는 데 대하여, 속언은 직접적인 행동 규제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진술이 있을 뿐, 다양한 의미 구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속언의 전형적인 표현 구조는 다음과 같다.

α하면 β한다.

  관용되는 과정에서 압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내면 구조는 언제나 조건절과 주절을 가지는 복문 구조인 점이 특징이다. 구체적인 행위를 규제하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에 전구와 훗구의 주어는 같은 것이 보통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도 있다.

불장난하면 자다 오줌 싼다.(네가 α하면 네가 β한다.)
쌀 먹으면 어미 죽는다.(네가 α하면 어미가 β한다.)

  이와 같이 단순한 표현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속언이 언중들에게 널리 통용되는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은 β구의 기능에 말미암는다. α구가 구체적인 대상을 직접 지시하는 데 대하여 β구는 일반적인 진술보다는 강화된 표현을 하는 데 특징이 있는 것이다.

쌀 먹으면 어미 죽는다.
비 오는 날 머리 감으면 시집갈 때 비 온다.
밤에 빨래 널면 귀신 만난다.

  이것은 결국 다음의 진술을 강화하고 있다.

쌀 먹지 말라.
비 오는 날 머리 감지 말라.
밤에 빨래 널지 말라.

  ‘말라’라는 단순한 금지보다는 ‘어미 죽는다.’, ‘시집갈 때 비 온다.’는 보다 절박한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경구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속언에서 얻는 표현의 묘미는 β구의 의외성에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속언의 의미 구조 분석이나 유형의 정립도 β구의 성격을 규명함으로써 체계화할 수 있다.
  앞에서 몇 차례 설명한 바와 같이 속언은 민간에 전승되어 온 행동 윤리의 지침이기 때문에 대개는 특정한 행위에 대한 금제(禁制)를 위주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정한 행위에 대한 용납의 한계를 보여 줌으로써 속언은 비로소 직접적인 교육의 수단이 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금제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어느 한 쪽을 금제한다는 것은 곧 다른 한 권장한다는 뜻이 있음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여기서 β구의 의미 지향에 따라서 금제형(禁制形), 권장형(勸獎形), 판단형(判斷形)으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1) 금제형

  대부분의 속언이 행위에 대한 금제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통틀어 금기담(禁忌談)이라 명명하면서 하나의 유개념(類槪念)으로 파악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6) 그러나 금기(taboo)라는 개념은 기위(忌緯)하는 대상이나 말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민간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속언을 지칭하는 이름으로는 적당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언어 기능을 떠나 내용을 중심으로 하나의 유개념을 설정하는 것은 내용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유개념을 설정할 수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예컨대 동일한 기능을 하는 속언을 두고 금기담, 권장담, 판단담 등과 같은 명명을 하는 것은 본질을 파악하는 데 별 다른 기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금제형 속언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데, β구의 내용이 극히 부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하면 ××한다.
  α   β
××하면 ××된다.
  α   β

  여기서 β구의 소재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동원된 소재 언어에 대한 대상적 의미는 전혀 없고 금제(禁制)에 대한 의미 지향만 나타낸다. 따라서 그것은 언제나 다음과 같은 압축이 가능해진다.

××하(지) 말라.
  α   β
××하(기)를 말라.
  α   β

  곧 다음와 같은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쌀 먹으면 어미 죽는다.
  α   β
쌀 먹지 말라.
  α   β
 
불장난하면 자다 오줌 싼다.
  α   β
불장난하지 말라.
  α   β

  금제형 속언의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암탉이 울면 집구석이 망한다.
여자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
주었다 빼앗으면 이마에 솔 난다.
밥그릇 포개 먹으면 겹상주 된다.
바가지에 담아 먹으면 수염이 안 난다.
신발 엎어 두면 재수가 없다.
누워서 먹으면 죽어서 쇠귀신 된다.
본처를 배반하면 강물을 못 건넌다.
방을 들여 쓸면 딸이 친정에서 죽는다.
친정에 바가지 주면 딸이 못산다.
초례청에서 웃으면 첫 딸 낳는다.
여자가 제 고을 장날을 알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가 말이 많으면 장맛이 쓰다.
여자가 부엌에서 노래하면 조왕이 달아난다.
볶은 콩 까서 먹으면 죽어서 알귀신 된다.
참외밭에 여자가 들어가면 참외가 곤다.
물 젖은 옷 입으면 애매한 소리 듣는다.


          (2) 권장형

  β구의 의미 지향이 다를 뿐 형태적으로는 금제형과 다르지 않다.

××하면 ××한다.
  α   β
××하면 ××된다.
  α   β

  β구의 의미 지향이 긍정적이기 때문에 권장형 속언은 모두 다음과 같은 표현이 가능하다.

××하면 좋다.
  α   β
××해야 한다.
      α β

  구체적인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국을 많이 먹으면 국량이 넓어진다.
    α     β
국을 많이 먹으면 좋다.
    α    β
국을 많이 먹어야 한다.
          α·β

  이러한 권장형 속언은 α구를 부정하면 곧 금제형으로 바뀐다.

국을 많이 먹지 않으면 국량이 좁아진다.
국을 많이 먹지 않으면 해롭다.

  α구에 부정사를 개입시키면 의미가 더욱 강화된다.

산에서 밥을 먹으면 고씨네를 않으면 범에게 물려 간다. →산에서 밥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고씨네를 해야 한다.

  권장형 속언의 보기는 다음과 같다.

◦ 유두(流頭)날 논 꽂이 하면 풍년이 든다.
◦ 아이는 많이 울려야 목청이 좋아진다.
◦ 안주를 빨리 먹어야 손자를 쉽게 본다.
◦ 감방에서 나오면 생두부를 먹어야 한다.
◦ 국을 많이 먹으면 국량(局量)이 넓어진다.
◦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부자 된다.
◦ 초저녁 잠이 많으면 부자 된다.
◦ 궂은 일 많이 하면 죽어서 극락 간다.
◦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 떡이 생긴다.
◦ 뜨거운 것을 잘 먹으면 남의 덕을 본다.
◦ 뜨거운 것을 잘 만지면 시집가서 귀염 받는다.
◦ 몸에 부적을 지니면 재앙이 없어진다.
◦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이듬해 잔병이 없어진다.
◦ 대문에 청솔가지를 걸어 두면 재액을 면한다.


          (3) 판단형

  속언은 특정한 사회의 행동 윤리를 반영하는 법금(法禁)의 성질이기 때문에 금제형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권장형이라는 것도 표현 형식을 바꾼 것일 뿐 금제형의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속언 가운데는 인간의 의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운명적인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들이 있다. 이른바 속신(俗信)의 언어적 반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련의 관용 어구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속언이 형성되고 정착된 데는 물론 까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대와 사회가 변하는데도 속언은 그대로 남게 마련이므로 흔히 뒷사람들은 속언을 단순히 미신(迷信)으로 간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속언 속에는 조상들의 오랜 경험 철학이 숨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판단형 속언의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양 눈썹 사이가 넓으면 속이 넓다.
◦ 손가락이 짧으면 부자 된다.
◦ 머리에 가마가 둘이면 장가 두 번 간다.
◦ 설이 질면 그해 풍년이 든다.
◦ 귓문이 좁으면 부자 된다.
◦ 초저녁에 닭이 울면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 아침에 까치가 울면 재수가 있다.
◦ 눈썹이 많으면 형제가 많다.
◦ 눈이 작으면 간이 크다.
◦ 키가 크면 싱겁다.
◦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
◦ 시집가는 날 눈 오면 부자 된다.
◦ 숟가락 멀리 쥐면 장가 멀리 간다.
◦ 저녁놀이 끼이면 가뭄 든다.


5. 결론

  지금까지 속담이라고 통칭되어 온 것을 속담과 속언으로 구분하고 그 의미 기능과 의미 구조를 논하였다. 속담의 주된 의미 기능은 발화 유도 기능에 있으며 그것이 사실에 대한 진술 기능에 의지하는 속언과 구별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임을 분명히 하였다. 아울러 속담은 보편적인 진리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것이나 유사하지만 속언은 특정한 시대와 특정한 사회의 생활 관습을 반영하기 때문에 독특한 문화적 개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속담과 속언은 저마다 독특한 유형으로 의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속담인 것과 아닌 것, 그리고 속언인 것과 아닌 것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속담과 속언의 의미 기능과 의미 구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속담을 수집하는 데 속언은 물론, 속담도 속언도 아닌 비유나 단순한 관용 구절들이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었음을 알게 되는데 그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 가을 밭은 안 갈아엎는다.
◦ 가사에는 규모가 제일이다.
◦ 사람은 잡기(雜技)를 해 보아야 마음을 안다.
◦ 백말 띠는 팔자가 세다.
◦ 근실한 사람이 끝을 본다.

  이 밖에도 단순한 비유나 관용 어구들이 속담 사전에 혼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은 일반적인 관념을 나타내는 단순한 진술일 뿐, 속담이나 속언으로서의 의미 기능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마땅히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속담은 한 민족이 지닌 가치 체계에 대한 개성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언어학적인 관점에서는 물론, 민속학, 민족학적인 관점에서도 보다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정리될 필요가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