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전화’ 질의응답
물음 ‘핑크빛’은 한 단어로 굳어진 것으로 보이고 또 ‘빛’이 된소리로 나므로 ‘핑큿빛’으로 써야 할 것 같은데 대부분 ‘핑크빛’으로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것이 맞는 것입니까?
(이용석, 인천시 북구 십정동) |
답 말씀하신 것처럼 ‘핑크빛’이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을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이시옷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한글 맞춤법 30항에서는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 하고서 다음과 같이 먼저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음 사전에 보면 ‘-러’와 ‘-려고’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에 붙고 ‘-으러’와 ‘-으려고’는 받침 있는 동사의 어간에 붙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만들러, 만들려고’와 ‘만들으러, 만들으려고’ 가운데 어느 것이 맞는 것입니까?
(정승조, 서울시 관악구 신림 1동) |
답 ‘ㄹ’로 끝나는 동사 모두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전대로 한다면 ‘놀으러, 돌으러, 만들으러, ……’, ‘놀으려고, 돌으려고, 만들으려고,……’와 같이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일상 언어 현실과 맞지를 않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놀러, 돌러, 만들러, ……’, ‘놀려고, 돌려고, 만들려고, ……’로 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이 쓰는 것이 옳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전에서 풀이는 다소 불완전한 풀이로서 앞으로의 사전에서는 ‘-러’와 ‘-려고’에 대한 풀이에서 ‘모음이나 ㄹ로 끝난 동사에 붙는 어미’로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현우)
물음 국민학교 교과서를 보니 우리가 흔히 ‘홀몸이 아니다’로 알고 있는 표현이 ‘홑몸이 아니다’로 되어 있었습니다. ‘아기를 가졌다’는 뜻으로 ‘홀몸이 아니다’가 맞습니까? 아니면 ‘홑몸이 아니다’가 맞습니까? 또 둘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양수현, 서울시 서초구 방배 2동) |
답 먼저 ‘아이를 가졌다’는 뜻으로는 ‘홑몸이 아니다’가 맞습니다. 사전을 보면 ‘홑몸’은 ‘① 딸린 사람이 없는 몸, ② 임신하지 않은 몸’으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한편 ‘홀몸’은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사람’으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이를 보면 원래 ‘임신하고 있다’는 뜻으로는 ‘홑몸이 아니다’가 옳은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비슷한 단어가 잘못 쓰이는 예는 이 외에도 아주 많습니다. 현재는 ‘홑몸이 아니다’가 옳은 표현이므로 이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물론 ‘배우자나 형제가 없다’는 뜻으로는 ‘홀몸, 홑몸’이 다 쓰일 수 있습니다. (양명희)
물음 표준어 규정 26항을 보면 ‘추어-올리다/추어-주다’를 표준어로 하고 비고에 ‘추켜-올리다’는 비표준어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추켜-주다, 추켜-세우다’도 비표준어로 보아야 하는 건지요?
(오기윤, 서울시 동작구 사당 2동) |
답 ‘추어올리다, 추어주다’에 대해 ‘추켜올리다’가 비표준어인 것은 그 뜻이 ‘실제의 정도 이상으로 높이 칭찬하다’로 쓰일 때에만 한정되는 것 같습니다. 표준어 규정의 기초가 되었던 새 한글 사전과 국어 대사전(민중)을 보면 ‘추다’는 ‘칭찬하다’는 의미로 해석되나 ‘추키다’는 다만 ‘위로 올리다’는 의미만이 있습니다. 이를 미루어 짐작해 보면 ‘칭찬하다’는 뜻으로는 ‘추어올리다’나 ‘추어주다’만이 표준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추켜올리다’나 ‘추켜주다, 추켜세우다’가 더 많이 쓰이고 있으나, 그 뜻이 ‘실제의 정도 이상으로 높이 칭찬하다’일 때는 세 단어 모두가 비표준어라고 보아야 합니다. (양명희)
물음 결혼을 해서 시가에 갔더니 남편의 고모이신 시아버님의 누이가 오셨습니다. 이때 저의 자식은 그 분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요? 또 저의 고모를 자식들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한영화, 대전시 중구 태평동) |
답 ‘고모’를 자신의 자녀에게 지칭할 때는 자녀의 편에 서서 ‘대고모’, ‘왕고모’라고 해야 합니다. 요즘은 ‘고모할머니’라는 말이 어린이들 사이에 더 널리 쓰이는 현실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표준화법]에서는 어린이들 사이에 ‘고모할머니’라는 지칭어를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모할머니, 이모할아버지’ 등도 역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한 ‘고모할머니, 이모할머니’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 ‘대전’이나 ‘부산’ 등 지역 이름을 넣어 ‘대전할머니, 부산할머니’처럼 쓰는 것도 괜찮습니다. 말하는 사람이 여자일 경우 자신의 고모를 자녀에게 가리키는 특별한 지칭어는 없는 실정입니다. 역시 지역명을 앞에 붙여 가리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양명희)
물음 ‘햇밤, 햇곡식, 햇병아리’의 ‘햇-’이란 접두사와 ‘햅쌀’에서의 ‘햅-’은 같은 성격의 접두사 입니까? 같다면 왜 이런 차이가 생겼습니까?
(박은경, 서울시 성동구 구의동) |
답 같은 성격의 접두사입니다. ‘햇병아리, 햇밤, 햇보리, 햇콩’ 등에서의 ‘햇-’은 ‘그해에 새로 난 것’을 뜻하는 접두사입니다. 그런데 이 ‘햇-’이 ‘쌀’과 결합할 때는 ‘햇쌀’이 아닌 ‘햅쌀’의 형태를 취합니다.
‘쌀(米), 싸리(荊), 씨(種), 때(時)’ 등은 중세 국어에서 각각 ‘, , , ’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어 첫머리에 ‘ㅂ’음을 가지고 있었던 이런 단어들은, 독립된 형태로 쓰일 때에는 첫머리의 ‘ㅂ’음이 숨어서 나타나지 않으나 다른 단어나 접두사와 만나는 경우에는 두 형태소 사이에서 ‘ㅂ’음이 발음됩니다. 이런 구조의 합성어나 파생어에서는 뒤에 오는 단어가 주가 되는 것이므로, ‘햇-’과 ‘쌀’이 만날 때 ‘햇쌀’이 아니라 뒤의 ‘쌀’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ㅂ’의 영향을 받아 ‘햅쌀’이 되는 것입니다. 같은 이치로 ‘찰지지 않고 메진’을 뜻하는 접두사 ‘메-’의 경우도 다른 단어들은 ‘메조, 메떡, 메벼’ 등으로 ‘메-’의 형태가 그대로 살아 있지만, ‘쌀’과 결합할 때는 숨어 있던 ‘ㅂ’이 되살아나 ‘멥쌀’의 모습을 취합니다.
‘찹쌀, 멥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음의 단어들에서도 뒤에 오는 주된 단어를 고정시키고, 첨가되는 ‘ㅂ’을 앞 형태소의 받침으로 붙여서 적는 예를 볼 수 있습니다.
볍씨(벼+ㅂ씨) | 댑싸리(대+ㅂ싸리) |
입때(이+ㅂ때) | 접때(저+ㅂ때) |
냅뜨다(내+ㅂ뜨다) | 부릅뜨다(부르+ㅂ뜨다) |
칩떠보다(치+ㅂ떠보다) | 휩싸다(휘+ㅂ싸다) |
머리카락(머리ㅎ+가락) | 살코기(살ㅎ+고기) |
안팎(안ㅎ+밖) |
물음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뜨렸다’라고 할 때, 빈 자리에는 ‘부셔’와 ‘부숴’ 중 어느 것이 들어가야 맞습니까?
(전현주, 한나래, 출판사) |
답 ‘부숴뜨렸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부셔’는 ‘부시다’(그릇 따위를 깨끗이 씻다)의 활용형이고, ‘부숴’는 ‘부수다’(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다)의 활용형입니다. 질의하신 문장은 ‘아이가 장난감을 두드리거나 쳐서 못 쓰게 만들었다’는 의미이므로 ‘부숴뜨렸다’가 맞습니다. ‘부셔’와 ‘부숴’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음 ‘생각하건대’의 준말은 ‘생각건대’와 ‘생각컨대’ 중 어느 것이 맞는 표기입니까?
(조영희,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
답 ‘생각건대’가 맞는 표기입니다. 우리말에서는 상당수의 동사나 형용사가 ‘-하다’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용언들이 준말로 쓰일 때는 어간의 끝 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결합하여 거센소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