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의 지명]

제주 지방의 지명

강영봉 / 제주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Ⅰ. 들머리

  제주 지방의 지명은 자연 부락 이름, 산천(山川)의 이름, 지경 이름 그리고 바다 이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지경 이름은 지번만큼이나 많고 바다 이름 또한 해녀의 수만큼이나 많다. 이 글에서는 자연 부락의 이름과 산(오름)의 이름에 한정하여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지명이란 조상 심성이 반영되고 있고 오랜 동안 전승되다 보면 원래의 뜻과는 거리가 멀어지기도 한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그저 묘연할 뿐이다. 성산읍 신풍리의 한 지경의 예를 보자. ‘너네어멍죽은밧’이란 지경 이름이 있다. ‘너희 어머니 죽은 밭’이란 뜻이 되어 신풍리에서 이 지명을 물어보면 봉변을 당하기가 십상이다. ‘너네어멍죽은밧’하면 결국 욕이 되기 때문이다. 이 이름은 원래 ‘요 내(川) 넘엉 족은(小) 밧(田)’이다. ‘이 내를 건너 작은 밭’이 얼마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너네어멍죽은밧’이 되었으니,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지명의 뜻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이 글에서 부락 이름이나 오름 이름의 의미를 파악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니 어찌 보면 이 글은 자료적 성격이 짙다.
  이 글의 순서는 필사본으로 전해지는 ‘제주읍지’의 방리조의 이름을 현재의 이름으로 대비해 보고, 행정 구역에 따른 자연 부락 이름을 살피고자 한다. 몇 개의 지명 보편소도 찾게 될 것이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오름 이름들을 살펴보고 끝으로 제주 지명 조사·연구에 따른 문제점을 보기로 한다.
  미리 몇 가지 사항을 밝히고 오해의 소지를 줄이려고 한다.
  첫째는 제주도 본토에만 국한한다는 점이다. 추자도는 방언권이 다르기 때문에 물론 제외되지만 그 밖의 도서도 제외하였다.
  둘째는 용어의 개념이다.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산남지역:남제주군(서귀포시, 성산읍, 표선면, 남원읍, 안덕읍, 대정읍)
산북지역:북제주군(제주시, 조천읍, 구좌읍, 애월읍, 한림읍, 한경면)
옛 이름:토박이들이 평상시 부르는 지명
(지명) 한정소:지명에 선행하는 요소
(지명) 보편소:지명에 후행하는 요소
  그러니 자연 부락 이름에서는 한정소와 보편소가 중요 요소가 되지만, 오름 이름에서는 한정소가 근간이 된다.
  또 하나는 말미에 제주 지방의 지명에 대한 자료로서, 조사 보고서, 향토지(마을지), 논문을 게재하여 참고가 되도록 하였다.


Ⅱ. 문헌에 나타난 지명

  여기서 문헌은 ‘제주읍지’를 말한다. 정조 연간(1780~1789)에 필사본으로 작성된 것이니, 충실한 현지 지명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채택된 것이다. 영·정조 때 작성된 ‘탐라 방영 총람’도 참고 하게 된다.
  ‘제주읍지’방리조에는 제주목에 79개의 지명, 대정현에 22개 지명, 정의현에 38개 지명 등 총 139개의 지명이 올라 있다. 개중에는 현재의 행정 명칭과 같은 것도 있고(더러는 한자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당시 토박이들이 부르는 현실음이 그대로 반영된 이름도 있다.


      2.1 제주목

  ①일도리(一徒里):현재의 제주시 일도동으로 차이가 없다. ②, ③도 마찬가지다.
  ②이도리(二徒里):현재 제주시 이도동을 말한다.
  ③삼도리(三徒里):현재 제주시 삼도동을 말한다.
  ④건입포리(健入浦里):현재의 제주시 건입동을 말한다. ‘건들개’의 한자 표기다.
  ⑤도로리(道路里):목의 남쪽 5리에 있다는 설명으로 보면 제주시 오라동의 한 부락이었던 ‘도노미’가 아닌가 한다.
  ⑥오등생리(吾等生里):현재의 제주시 오등동을 말한다. 오등동의 옛 이름은 ‘오등싱’이다.
  ⑦아라호리(我羅好里):현재의 제주시 아라동을 말한다.
  ⑧별도리(別刀里):현재의 제주시 화북동을 말한다.
  ⑨흘리(訖里):동쪽 15리 거리에 있다는 설명과 ‘탐라 방영 총람’에 소흘리(所訖里)가 있는 것으로 보면 현재의 제주시 삼양1동을 말하는 것 같다. 삼양1동의 옛 이름은 ‘설개’ 또는 ‘서흘개’이기 때문이다.
  ⑩도련평리(道連坪里):현재의 도련1동을 말한다. 도련1동의 옛 이름은 ‘도련들’이다.
  ⑪세○쇄리(細○刷里):두 번째 글자가 빈칸으로 되어 있으나 ‘탐라 방영 총람’의 세은쇄리(細隱刷里)로 보면 ‘은(隱)’이 빠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동남쪽 15리에 있는 마을이니 현재의 제주시 서회천을 말한다. 서회천의 옛 이름은 ‘는새’이다.
  ⑫별라화리(別羅花里):동남쪽 11리에 있다는 설명이 있으나 아직 어느 마을인지 확실하지 않다.
  ⑬봉개악리(奉蓋岳里):현재의 제주시 봉개동을 말한다. 봉개동의 옛 이름은 ‘봉아름’ 또는 ‘봉아오름’이다.
  ⑭하무등천리(下無等川里):현재의 제주시 연평하동을 말한다. 연평하동의 옛 이름은 ‘알무드내’이다.
  ⑮상무등천리(上無等川里):현재의 제주시 용강동을 말한다. 용강동의 옛 이름은 ‘웃무드내’이다.
  대독포리(大獨浦里):서쪽 2리에 있다는 설명으로 보아 현재 제주시 용담1동에 있는 ‘한두기’가 아닌 가 한다.
  오라호리(吾羅好里):현재의 제주시 오라동을 말한다.
  정실암리(井室岩里):현재 제주시 오라2동에 있는 정실 부락을 말한다.
  연동(蓮洞):현재 제주시 연동에 있는 연미 부락을 말한다.
  노형리(老衡里):현재의 제주시 노형동을 말한다.
  도두리(道頭里):현재의 제주시 도두동을 말한다.
  내도근천리(內都近川里):현재의 제주시 내도동을 말한다.
  외도근천리(外都近川里):현재의 제주시 외도동을 말한다.
  이생리(伊生里):서남쪽 20리에 있다는 설명으로 보아 현재 제주시 해안동에 있었던 부락 이름이 아닌가 한다. 지금도 해안동에는 ‘이생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도평대리(都坪代里):현재의 제주시 도평동를 말한다.
  신촌리(新村里):현재 조천읍 신촌리를 말한다.
  천미리(泉味里):동남쪽 거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으로 보면 제주시의 동회천을 말하는 것 같다. 동회천의 옛 이름은 ‘새미’이다.
  와호흘리(臥乎屹里):현재 조천읍 와흘리를 말한다. 와흘리의 옛 이름은 ‘논흘·논을’이다.
  대흘리(大屹里):현재 조천읍 대흘리를 말한다.
  교래리(橋來里):현재 조천읍 교래리를 말한다. 교래리의 옛 이름은 ‘리’이다.
  와호산리(臥乎山里):현재 조천읍 와산리를 말한다. 와산리의 옛 이름은 ‘눈뫼·눈미’이다.
  조천리(朝天里):현재 조천읍 조천리를 말한다.
  함덕리(咸德里):현재 조천읍 함덕리를 말한다.
  북포리(北浦里):현재 조천읍 북촌리를 말한다. 북촌리의 옛 이름은 ‘뒷개’이다.
  선흘리(先屹里):현재 조천읍 선흘리를 말한다.
  김녕리(金寧里):현재 구좌읍 김녕리를 말한다.
  무주포리(無注浦里):동쪽 57리에 있다는 설명으로 보면 현재 구좌읍 월정리를 말한다. 월정리의 옛 이름은 ‘무주애’이다.
  어등포리(於等浦里):현재 구좌읍 행원리를 말한다. 행원리의 옛 이름은 ‘어등개’이다.
  괴리(怪里):동쪽 70리에 있는 마을로 설명되어 있어 현재 구좌읍 한동리를 말한다. 한동리의 옛 이름은 ‘궤·궤이’이다.
  평대리(坪代里):현재 구좌읍 평대리를 말한다. 평대리의 옛 이름은 ‘벵듸’이다.
  하도의리(下道衣里):현재 구좌읍 하도리를 말한다. 하도리의 옛 이름은 ‘별방’이다.
  상도의리(上道衣里):현재 구좌읍 상도리를 말한다. 상도리의 옛 이름은 ‘려’이다.
  세화리(細花里):현재 구좌읍 세화리를 말한다. 세화리의 옛 이름은 ‘는곶’이다.
  상귀일리(上貴日里):현재 애월읍 상귀리를 말한다.
  하귀일리(下貴日里):현재 애월읍 하귀리를 말한다.
  광령리(光令里):현재 애월읍 광령리를 말한다.
  유신동리(有信洞里):현재 애월읍 광령리에 있던 부락 이름이다. 옛 이름은 ‘이싱굴’이다.
  구엄장리(舊嚴莊里):현재 애월읍 구엄리를 말한다.
  중엄장리(中嚴莊里):현재 애월읍 중엄리를 말한다.
  신엄장리(新嚴莊里):현재 애월읍 신엄리를 말한다.
  장전리(長田里):현재 애월읍 장전리를 말한다. 장전리의 옛 이름은 ‘장밧’이다.
  고성리(古城里):현재 애월읍 고성리를 말한다.
  수산리(水山里):현재 애월읍 수산리를 말한다. 수산리의 옛 이름은 ‘물메’이다.
  금물덕리(今勿德里):현재 애월읍 금덕리를 말한다. 금덕리의 옛 이름은 ‘검은데’이다.
  우로리(牛路里):현재 애월읍 소길리를 말한다. 소길리의 옛 이름은 ‘쉐질’이다.
  고내리(高內里):현재 애월읍 고내리를 말한다.
  애월리(涯月里):현재 애월읍 애월리를 말한다.
  상가락리(上加樂里):현재 애월읍 상가리를 말한다. 상가리의 옛 이름은 ‘더럭·상더럭’이다.
  하가락리(下加樂里):현재 애월읍 하가리를 말한다. 하가리의 옛 이름은 ‘하더럭’이다.
  납읍리(納邑里):현재 애월읍 납읍리를 말한다. 납읍리의 옛 이름은 ‘과납’이다.
  부면리(夫面里):현재 애월읍 어음리에 있는 한 동네 이름이다. 옛 이름은 ‘이메니’이다.
  어음비리(於音非里):현재 애월읍 어음리를 말한다. 어음리의 옛 이름은 ‘어림비’이다.
  곽지리(郭支里):현재 애월읍 곽지리를 말한다.
  어도내리(於道內里):현재 애월읍 어도리를 말한다.
  모슬포리(毛瑟浦里):서쪽 54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으로 보아 현재 애월읍 금성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성리의 옛 이름은 ‘모살개’이다.
  잠수포리(潛水浦里):서쪽 62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으로 보아 현재 한림읍 수원리를 말한다. 수원리의 옛 이름은 ‘물캐’이다.
  귀덕리(歸德里):현재 한림읍 귀덕리를 말한다.
  소은귀림리(召隱貴林里):서쪽 60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이 있으나 현재 어느 마을인지 확실하지 않다.
  대림리(大林里):현재 한림읍 대림리를 말한다.
  수류천리(水流川里):현재의 애월읍 금덕리를 말한다. 금덕리를 옛 이름으로 ‘유수암’이라고도 한다.
  우질둔리(牛叱屯里):현재 어디인지가 확실하지 않다.
  독포리(獨浦里):현재 한림읍 옹포리를 말한다. 옹포리의 옛 이름‘독개’이다.
  협재리(俠才里):현재 한림읍 현재리를 말한다.
  저지리(楮旨里):현재 한경면 조수리를 말한다.
  조호수리(造乎水里):현재 한경면 조수리를 말한다.
  판포리(板浦里):현재 한경면 판포리를 말한다. 판포리의 옛 이름은 ‘널개’이다.
  금물악리(今勿岳里):현재 한림읍 금악리를 말한다. 금악리의 옛 이름은 ‘거문오름’이다.
  두모리(頭毛里):현재 한경면 두모리를 말한다.


      2.2 대정현

  ①동성리(東城里):성 가운데 있다는 설명이 있으나 아직 확실하지 않다.
  ②금물로리(今勿路里):성문으로부터 동쪽 5리에 있다는 설명이 있으니 현재의 안덕면 사계리를 말한다. 사계리의 옛 이름은 ‘검은질’이다.
  ③자단리(自丹里):현재의 안덕면 사계리·동광리·서광리를 함께 부르던 이름이다.
  ④범천리(犯川里):동족 13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으로 보아 안덕면 화순리를 말한다. 화순리의 옛 이름은 ‘번내’이다.
  ⑤동수리(洞水里):역시 동쪽 13리에 있는 마을로 현재 어느 마을인지 확실하지 않다.
  ⑥감산리(柑山里):현재 안덕면 감산리를 말한다.
  ⑦통천리(通泉里):동쪽 15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현재 어느 마을인지 확실하지 않다.
  ⑧창천리(倉川里):현재 안덕면 창천리를 말한다. 창천리의 옛 이름은 ‘창고내’이다.
  ⑨상예래리(上猊來里):현재 서귀포시 상예동을 말한다. 상예리의 옛 이름은 ‘웃열리’이다.
  ⑩하예래리(下猊來里):현재 서귀포시 하예동을 말한다. 하예리의 옛 이름은 ‘알열&리’이다.
  ⑪성산리(城山里):동쪽 28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이 있으나 현재 어느 마을인지 확실하지 않다.
  ⑫색달리(塞達里):현재 서귀포시 색달리를 말한다. 색달리의 옛 이름은 ‘막은골’이다.
  ⑬중문리(中文里):현재 서귀포시 중문동을 말한다.
  ⑭대포리(大浦里):현재 서귀포시 대포리를 말한다.
  ⑮하원리(下院里):현재 서귀포시 하원리를 말한다.
  석송리(石宋里):현재 서귀포시를 도순리를 말한다. 도순리의 옛 이름은 ‘돌숭이’이다.
  강정리(江汀里):현재 서귀포시 강정동을 말한다.
  서성리(西城里):성 가운데 있다는 설명이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모슬리(下摹瑟里):현재 대정읍 하모리를 말한다.
  일과리(日果里):현재 대정읍 일과리를 말한다. 일과리의 옛 이름은 ‘알날웨’이다.
  둔포리(頓浦里):서쪽 20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이 있으나 현재 어느 마을인지 확실하지 않다.
  상모슬리(上摹瑟里):현재 대정읍 상모리를 말한다.


      2.3.정의현

  ①표선리(表先里):현재 표선면 표선리를 말한다.
  ②세화리(細花里):현재 표선면 세화리를 말한다.
  ③토산리(兎山里):현재 표선면 토산리를 말한다.
  ④가시악리(加時岳里):현재 표선면 가시리를 말한다. 가시리의 옛 이름은 ‘가시오름’이다.
  ⑤안좌악리(安坐岳里):서쪽 13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이 있는 것으로 보면 현재 표선면 가시리의 마을 이름이다. 옛 이름은 ‘안자름’이다.
  ⑥수망리(水望里):현재 남원읍 수망리를 말한다.
  ⑦동의귀리(東衣貴里):현재 남원읍 의귀리를 말한다.
  ⑧서의귀리(西衣貴里):현재 남원읍 의귀리를 말한다.
  ⑨보한리(保閑里):서쪽 23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으로 보아 현재 남원읍 신흥리의 한 부락 이름이다. 옛 이름은 ‘보말개’이다.
  ⑩화등리(火等里):현재 남원읍 한남리를 말한다. 한남리의 옛 이름은 ‘부등개’이다.
  ⑪우미리(又尾里):현재 남원읍 위미리를 말한다. 위미리의 옛 이름은 ‘뛔미’이다.
  ⑫호촌리(狐村里):서쪽 45리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이 있으나 현재 어느 마을인지 확실하지 않다.
  ⑬종달리(終達里):현재 구좌읍 종달리를 말한다.
  ⑭신달리(新達里):현재 성산읍 신산리를 말한다. 신산리의 옛 이름은 ‘그등애’이다.
  ⑮역석을리(力石乙里):현재 성산읍 시흥리를 말한다. 시흥리의 옛 이름은 ‘심돌’이다.
  오소리(吾召里):현재 성산읍 오조리를 말한다.
  고성리(古城里):현재 성산읍 고성리를 말한다.
  신양리(新陽里):현재 성산읍 신양리를 말한다.
  산양리(山陽里):동쪽 25리에 있는 마을로, 현재 어느 마을인지 확실하지 않다.
  궁산리(弓山里):북쪽 10리에 있는 마을로, 현재 어느 마을인지 확실하지 않다.
  성읍리(城邑里):현재 성산읍 성읍리를 말한다. 성읍리의 옛 이름은 ‘정의고을’이다.
  난산리(難山里):현재 성산읍 난산리를 말한다.
  여온리(與溫里):현재 성산읍 온평리를 말한다.
  신산리(新山里):현재 성산읍 신산리를 말한다.
  삼달리(三達里):현재 성산읍 삼달리를 말한다.
  신풍리(新楓里):현재 성산읍 신풍리를 말한다.
  하천미리(下川尾里):현재 표선면 하천리를 말한다. 하천리의 옛 이름은 ‘냇기’이다.
  신천미리(新川尾里):현재 성산읍 신천리를 말한다.
  효돈리(孝敦里):현재 서귀포시 효돈리를 말한다.
  중효돈리(中孝敦里):현재 서귀포시 신효리를 말한다.
  하효돈리(下孝敦里):현재 서귀포시 하효리를 말한다.
  보목리(甫木里):현재 서귀포시 보목리를 말한다. 보목리의 옛 이름은 ‘볼래낭개’이다.
  토평리(吐坪里):현재 서귀포시 토평리를 말한다.
  동홍로리(東烘爐里):현재 서귀포시 동홍리를 말한다.
  서홍로리(西烘爐里):현재 서귀포시 서홍리를 말한다.
  서귀리(西歸里):현재 서귀포시 서귀리를 말한다.
  호근리(好近里):현재 서귀포시 호근리를 말한다.
  법환리(法還里):현재 서귀포시 법환리를 말한다.

  이상 자연 부락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옛 이름을 한자의 훈과 음을 빌어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향가식 표기 방법이다.


Ⅲ. 자연 부락의 이름

  자연 부락의 이름들은 행정 구역상의 명칭들과 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이름들을 산남 지방과 산북 지방으로 나누어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행정 구역의 명칭을 앞세우고 옛 이름을 나중에 들었다. 행정 구역의 이름들은 동·리(洞·里)가 생략되었다.


      3.1 산남 지방

(1) 서귀포시
     
강정:강정 신효:신효돈
대포:큰개 영남:새초마리
도순:돌숭이 용흥:내팟
법환:법환이 월평:월평
보목:볼래낭개 중문:중물
상예:웃열리 토평:돗드르
상효:상효돈 하예:알열리
색달:색다리 하원:하원
서귀:서귀 하효:하효돈
서호:서호근리 호근:동호근리
서흥:서흥노 회수:도래물
(2) 성산읍
     
고성:고성 난산:난미
삼달:와갱이 신양:방두
성산:청산 신천:신천이
수산:물뫼 신풍:냇기
시흥:심돌 오조:오조리
신산:그등애 온평:열운이
(3) 표선면
     
가시:가시오름 토산:토산
성읍:진사리, 정의고을 표선:췟물
세화:도노오름 하천:냇기
(4) 남원읍
     
남원:남원 의귀:옷귀
수망:무우리 태흥:개
신예:예촌, 공새미 하예:가마귀루, 하예촌
신흥:방구령 한남:부등개
위미:뛔미
(5) 안덕면
     
감산:감산 상창:성그못
광평:솔도, 조가웨 상천:모록밧
대평:난드르 서광:광청이
덕수:새당 창천:창고내
동광:무등이왓 화순:번내
사계:거문질
(6) 대정읍
     
구억:구석밧 신평:웃날웨
동일:알날웨 안성:대정골
무릉:인항이 영락:영락
보성:서성리 인성:대정골
상모:상모실개 일과:알날웨
신도:도원이, 돈개 하모:하모실개

      3.2 산북 지방

(1) 제주시
     
건입;건들개, 산짓물 오라:동도노미, 중댕이굴
노형:랑굿 외도:우랭이, 도그내
도두:도두리 용강:웃무드내
도련:도련들, 맨돈지 용담:한두기, 정뜨르, 다끄내
봉개:봉아름 월평:다라쿳
삼도:묵은성 이도:가라쿳, 독짓골
삼양:설개(서흘개), 가물개, 버렁 이호:백개, 오도롱
아라:인다라, 걸머리, 간드락 일도:한짓골, 해짓골, 내팍골
연동:연미 해안:이생이
영평:가시나물, 알무드내 화북:벨도, 거리, 황세왓
오등:오드싱 회천:새미, 는새
(2) 조천읍
     
교래:리 신흥:옛개
대흘:대흘 와산:눈미
북촌:뒷개 와흘:논흘
선흘:선흘 조천:조천관
신촌:숙군
(3) 구좌읍
     
김녕:김녕, 남을동 월정:무주애
덕천:모사니물 종달:종달
동복:막 평대:뱅듸
상도:려 하도:별방
세화:는곶 한동:궤
송당:손당 행원:어등개
(4) 애월읍
     
고내:고내 봉성:도노미
고성:고성, 황바두리 상가:더럭, 상더럭
곽지:곽지 소길:쉐질
광령:광령이 수산:물메
구엄:엄쟁이 신엄:새엄쟁이
귀일:하귀 애월:애월
금덕:거문덕 어음:어름비
금성:모살개 용흥:송낭이
납읍:과납 장전:장밧
동귀:군항이 하가:하더럭
(5) 한림읍
     
귀덕:귀덕 수원:물캐
금능:버랭이 옹포:독개
금악:거문오름 월령:가문질
대림:선돌 월림:월림
동명:문수물 한림:한수풀
상대:종구실 한수:한수리
상명:느지리 협재:섭지
(6) 한경면
     
고산:차귀 용수:지셋개
금등:한개 저지:당멀
낙천:낙천 조수:조숫물
두모:두미 청수:청수물
산양:산양리 판포:널개
신창:신창 한원:서리눈
용당:용못
  이들 자연 부락 이름 가운데 지명 한정소에 대한 해석은 신(神)를 뜻하는 ‘검·감’계열과 ‘산’이나 ‘높다’는 뜻을 지닌 ‘달·’ 계열의 이름에서만 이루어졌다.
검·감:거문질, 가물개, 걸머리, 거문덕, 거문오름, 가문질
달·:도래물, 랑굿, 도련들, 다라쿳, 리, 려, 더럭
  그 밖에는 형태나 구체적인 사뮬을 짐작할 수 있는 이름 몇 개에 불과하다.
형태 〈크다(大)〉:큰개, 한두기
〈나다(出)〉:난드르, 난미
〈구석지다〉:구석밧
〈묵다(舊)〉:묵은성
〈가늘다(細)〉:는새, 는곶
   
사물 〈보리수나무〉:볼래낭개
〈내(川)〉:내팟, 냇기
〈샘(泉)〉:새미
〈까마귀〉:가마귀
〈모살〉:모살개
〈소(牛)〉:쉐질
〈소금〉:엄쟁이
〈항아리〉:독개
〈고양이〉:궤
  ‘돌숭이, 열리, 새초마리, 와갱이, 심돌, 열운이, 진사리’ 등등은 무슨 뜻을 지니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무작정 아무런 뜻 없이 무의미하게 이름을 붙였을 까닭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지명 보편소에 대한 해석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셈이다. 자연 부락 이름에 나타난 보편소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공통의 보편소〉
보편소
(캐)

(굴·고을)
다리
(다라)
드르
(뜨르)

(두)

(메)
아리
(어리)

(왓·팟)
산남 7 2 2 1 2 1 2 3 2 1 1 4 1 1 1 9
산북 3 5 5 1 2 1 1 6 5 1 1 2 1 1 1 9
〈산남의 보편소〉
보편소 갱이
(귀)
사리
산북 2 2 1 1 1
<산북의 보편소>
보편소 굿(쿳)
(두기)
돈지 쟁이
(억)
산남 2 2 1 1 1 1 4 1 3
  이 보편소 가운데 ‘개, 굴(굴), 내, 아리(어리), 다리(다라), 드르(뜨르), 도, 미, 기(귀),르’는 김홍식(1979·1985·1986) 따라 규명되었으며, ‘물, 못, 밧(왓·팟), 돌, 곶’ 등은 송하진(1987)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흘’에 대해서는 현평효(1990)에서 다루어졌다.
  지명 보편소 중 ‘이, 쟁이, 악(억)’ 등은 사물이나 사람 뒤에 연결되는 접사이니, 그 접사의 기능이 확대되어 지명 보편소로 사용된 것이다.

  ①질 : 길(路)의 뜻으로 자립형이 지명 보편소로 쓰인 경우다.
  ②애 : ‘그등애’가 성산읍 신산리를, ‘무주애’가 구좌읍 월정리를 말하는 것이니 ‘애’는 각각 산(山)과 정(汀)에 해당된다. ‘산’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汀)’과 ‘애(涯)’를 동일시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정’과 ‘애’는 ‘훈몽자회’에 다같이 ‘믓’이라는 훈을 갖고 있다. ‘물가’의 뜻을 지니고 있는 보편소이다.
  ③굿(쿳) : ‘랑굿(제주시 노형동)·다라쿳(제주시 월평동)·가락쿳(제주시 이도1동)’에 나타나는데, ‘굴’계열의 보편소로 보인다. 귀착 현상에 따라 ㅅ이 ㄷ으로 발음되고 ㄷ이 ㄹ과 넘나든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④멀 : ‘당멀’(한경면 저지리)에서 보이는데, ‘머들·머흘’ 계열의 보편소이다. 보통 ‘머들·머흘’ 하면 돌들이 많이 쌓여 있는 곳을 말한다. 이 ‘머들·머흘’에서 둘째 음절의 ㄹ만 첫 음절에 연결된 형태이다.
  ⑤두기 : ‘한두기’(제주시 용담1동)에서 보이는데, ‘한데기’라고도 한다. ‘한데기’에서 지명 보편소 ‘덕’을 찾을 수 있으니 ‘두기’ 또한 ‘덕’과 같은 ‘높다’의 뜻을 지닌 보편소가 된다.

  이밖에 ‘오드싱’(제주시 오등동)·‘오도롱’(제주시 이호2동)에서 보편소 ‘잉·옹’ 등 ㅇ 계열이 있음도 볼 수 있으나 그 의미는 확실하지 않다. ‘진사리’(표선면 성읍리)에서 보편소 ‘사리’가, ‘어름비’(애월읍 어음리)에서 ‘비’가 보이나 이 또한 그 뜻이 확연하지가 않다.


Ⅳ. 산악의 이름

  제주 산악에 대한 이름들은 봉(峰)이나 산(山)이 붙는 것도 있지만, 이름의 대종은 ‘오름’이 붙는다. 오름에 대한 지명 보편소가 ‘봉·산·오름’이 된다는 말과도 같다. 한정소는 자연 부락 이름이 붙는 것도 있지만 상태나 구체적인 사물을 뜻하는 이름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그 뜻이 묘연한 것이 많다.
  사람에 따라서는 제주의 오름들이 300개가 안 된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360여 개가 넘는다는 이도 있다. 지도상에는 표시되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이름이 없는 오름들도 많다. 여기 제시하는 오름 이름들은 조사된 것에만 한정하여 보인 것이다. 또 한 읍·면에 같은 이름이 있는 오름은 그 하나만 제시한다. 그 이름들은 다음과 같다.


      4.1 산남 지방

(1) 서귀포시
     
각시바위 거른사슴
고근산 구산봉
군메오름 녹하지
더데오름 라미
모라이 방애오름
법정이오름 베릿내오름
볼래오름 삼매봉
삼성제오름 시오름
오름 알방애
영실 영천이오름
우부악 옷방애
제제기오름 칡오름
활오름

(2) 성산읍
     
궁대오름 나시리오름
남산봉 낭끼오름
독자봉 돌미
뒤굽은이 말미오름
모구리오름 바우오름
본지오름 성산
유건이오름 왕메
족은물메 족은왕메
큰물메 통오름

(3) 표선면
     
가세오름 갑선이오름
개오름 거문이오름
달산봉 따라비
매오름 모지오름
백약이오름 번널오름
병곶오름 새끼오름
설오름 쉐오름
문영아리 여쩌리오름
영주산 장자오름
족은사스미 좌보미
쳇망오름 큰사스미
토산봉

(4) 남원읍
     
거린오름 걸세오름
고리오름 너시오름
넙거리 논고오름
동수악 마체오름
물영아리 물오름
민오름 보리오름
사라오름 사려니
생길이오름 쉐게오름
예촌망 운지오름
자배오름

(5) 안덕면
     
개오름 거린오름
걸른오름 궤수치오름
남송이오름 넙개오름
논오름 당오름
래오름 바구미오름
돔백이오름 산방산
신산오름 영아리
왕이메 원물오름
이돈이오름 족은대비오름

(6) 대정읍
     
가시오름 녹남오름
돈두미오름 모슬봉
절우리

      4.2 산북 지방

(1) 제주시
     
개오리오름 거문오름
거친 오름 괭이오름
남짓은오름 노리손이
능화오름 명도오름
물장오리 민오름
벨도오름 불칸디오름
사라봉 삼의양오름
상여오름 성진이오름
쌀손장오리 어승생오름
열안지오름 오드싱오름
왕관능 원당오름
윗세오름 장구목
절물오름 족은드레
칠오름 큰드레
테역장오리 흙붉은오름

(2) 조천읍
     
거문오름 귀두리오름
까끄래기 꿰꼬리오름
궤펭이오름 넙거리오름
당오름 대천이오름
돌오름 돔베오름
물오름 민오름
바농오름 방애오름
부대오름 부소오름
붉은오름 새미오름
서모오름 성널오름
알밤오름 웃밤오름
어후오름 우전제비
지그리오름

(3) 구좌읍
     
거미오름 거친오름
궤살메 노픈오름
다랑쉬 당오름
돗오름 둔지오름
뒤굽은이 민오름
밧돌오름 북오름
비치미 삿갓오름
새미오름 성불오름
손지오름 식은이오름
아끈다랑쉬 아부오름
아진오름 안돌오름
어대오름 용눈이오름
은월봉 주체오름
지미봉 체오름
칡오름

(4) 애월읍
     
거문덕오름 고내오름
과오름 궤오름
극락오름 녹고메오름
누운오름 다래오름
도래메 바굼지오름
바리메 붉은오름
빈네오름 사제비오름
산새미오름 새별오름
알오름 이달오름
이스렁오름 천아오름
쳇망오름 한대오름

(5) 한립읍
     
갯거리오름 금오름
느지리오름 도너리오름
문돗지오름 붉은오름
비양봉 새미소오름
정물오름 정워리오름

(6) 한경면
     
가마오름 널개오름
녹고물오름 오름
마오름 마종이오름
새신오름 송아오름
이게오름
  자연 부락 이름과 같은 오름들은 다음과 같다.
베릿내오름(서귀포시 성천동)
성산(성산읍 성산리)
토산봉(표선면 토산리)
오드싱오름(제주시 오등동)
대천이오름(조천읍 대천동)
궤살메(구좌읍 한동리)
과오름(애월읍 곽지리)
고내오름(애월읍 고내리)
금오름(한림읍 금악리)
  상태를 나타내는 이름들은 다음과 같다.
〈작다(小)〉: 족은물메, 족은왕메, 족은사스미, 족은대비오름, 족은드레, 새끼오름, 아끈다랑쉬
〈크다(大)〉: 큰물메, 왕이메, 큰사스미, 큰드레
〈붉다(赤)〉: 붉은오름, 흙붉은오름
〈눕다(臥)〉: 누운오름
〈앉다(坐)〉: 아진오름
〈여리다(弱)〉: 물영아리
〈단단하다(固)〉: 문영아리
  이 가운데 작다(小)의 뜻으로 ‘아끈’이 쓰이고 있다. 조수(潮水)의 이름으로 ‘아끈줴기’가 있는데, 이는 간만의 차이가 아주 작다는 뜻이다. ‘다랑쉬’보다 규모가 작다는 뜻으로 ‘아끈다랑쉬’인 것이다.
  오름 이름에서 ‘물’은 ‘수’(水)로 쓰이기도 하지만(물메:水山), ‘물영아리’에서 ‘물’은 ‘문영아리’의 ‘문’이 짝이 되어 ‘여리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물다’ 또는 ‘물다’또는 ‘다’라 하면 ‘곡식알이 올차고 단단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어휘다. 그러니 ‘물’은 ‘물렁물렁하다’나 ‘물렁뼈’의 ‘물’과 같다.
  구체적인 사물 이름을 지닌 이름들은 다음과 같다.
〈방아〉:방애오름, 알방애, 웃방애
〈보리수 열매〉:볼래오름
〈활(弓)〉:활오름
〈칡〉:칡오름
〈잔디〉:테역오름
〈바늘〉:바농오름
〈삿갓〉:삿갓오름
〈바구니〉:바굼지오름
〈꾀꼬리〉:꿰꼬리오름
  또 자연 부락의 이름에서 보았듯이 신(神)의 뜻을 지닌 ‘검·감’ 계열의 이름들도 있다.
검·감:거문이오름, 거문오름, 거미오름, 가마오름, 금오름
  그 밖의 이름들은 한정소의 의미가 아리송하다.


Ⅴ. 지명 연구의 문제점

  제주 지방의 지명 연구에서 발견되는 몇 개의 문제점은 ①지명에 대한 자의적인 설명, ②풍수지리적인 설명, ③이른바 민간 전승에의 의존, 그리고 ④외래어에서의 유래 등이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어느 지방이나 대동소이한 상황이 아닌가 한다.
  첫째, 조사자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오류다. 몇 개의 예를 보자.
  서귀포시 중심가에 ‘솔동산’이란 지명이 있다. 이 ‘솔동산’이 서귀읍이 서귀포시로 바뀔 때 행정 구역의 명칭으로 송산동(松山洞)으로 붙여졌다. ‘솔동산’의 ‘솔’를 소나무(松)로 해석한 결과다. 소나무가 서 있는 동산이라고 한다면 제주도 어디에나 있다. 유독 ‘솔동산’에만 소나무가 있는 게 아니다. 원래 ‘솔동산’은 사장(射場)이었다. 활을 쏘는 동산이라는 뜻이다. 이런 ‘솔동산’이 소나무가 있는 동산으로 둔갑했으니 우스운 일이 되고 말았다.
  또 서귀포시에서 일주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 보면 버스 정류소 표지판에 ‘속드르’라고 적혀 있다. 이 ‘속드르’를 쑥(제주 방언으로 ‘속’이라 한다)이 많은 곳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니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둘째, 풍수지리적인 설명이다. 풍수지리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기는 하지만 지명에 대한 풍수지리적인 설명도 오류에 빠지기가 쉽다. 마을 조사를 하다 보면 부락의 지세가 봉황이 날아가는 모습이다, 암탉이 알을 품은 형이다, 벌집형이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지세와 관련시킬 때는 어김없이 이 풍수지리적인 설명이 따른다.
  오름 이름에 따른 풍수지리적 설명을 몇 개 보이면 다음과 같다.
부소오름(조천읍):말발굽형
녹남오름(대정읍):가마솥형
영아리(안덕면):가로 누운 말발굽형
꿰꼬리오름(조천읍):꾀꼬리 물 먹는 형
궤살메(구좌읍):고양이 누워 있는 형
칡오름(구좌읍):거룻배 엎어 놓은 형
  위의 예들의 이름과 ‘-형’은 아무리 보아도 관련이 적다. 이 또한 풍수가에 의한 견강부회가 아닌가 한다.
  셋째, 지나친 민간 전승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3년 애월읍 곽지리에서 현지 조사에 임할 때의 일이다. 한 노인에게서 지명을 조사하는데, 지명에 얽힌 이야기를 제삿날 옛이야기 하듯 들려주었다. 이야기는 이러했다. 지명으로 ‘당파선이’, ‘대부인동산’, ‘왕동산’이 있는데 옛날 당나라 임금님과 왕비가 유선 놀이하다 이 곽지리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 와 보는 곳이라 바닷길을 잘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그 당나라 배가 좌초되고 말았다. 좌초되면서 왕은 죽어 장사를 지내고 살아남은 왕비는 당나라의 구조대가 오기를 바닷가에 가 기다렸지만 구조대가 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부터 배가 좌초된 곳을 ‘당파선이’, 임금을 장사 지낸 곳을 ‘왕동산’, 왕비가 바닷가에 나가 기다리던 곳을 ‘대부인동산’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럴 듯하지만 한자에 집착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역사적인 사실과도 거리가 멀다. 결국 오류를 범하고 만 것이다.
  넷째, 외래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다. 석주명의 ‘제주 방언집’(1947:127~130)에 보면 몽골 어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27개의 지명을 들고 있다. 몇 개만 보이면 다음과 같다.
걸머리(제주시) : 걸머리
눈미(조천읍 와산리) : (몽골식 지명)
다그네(제주시 아라2동) : (몽골식 지명)
물오름(조천읍) : (몽골식 지명)
벌레남(서귀포시 보목리) : 볼레남
  어느 것 하나 몽골 어하고는 관련이 없다. 그러나 ‘어스솜오름(어승생오름)’과 ‘황바두리’는 몽골 어와의 개연성을 지울 수는 없다. ‘어승생’은 국마를 기르던 곳이라는 게 잘 알려져 있지만, 1990년 내몽골 언어학자 하칸추루가 내도했을 때 ‘어승생’이란 말만 듣고도 물이 좋은 곳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데 놀란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하니 혹 몽골 어 ‘오스(水) 세이(好)’가 음변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견해였다. 제주와 몽골과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그 개연성은 짙다.
  애월읍 고성리를 ‘황바두리’라고도 하는데, 이 지명은 삼별초와 관련이 깊은 곳이다. 그 당시 진압군 가운데 몽골에 귀화한 ‘홍다구’라는 장군의 승전을 기려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홍장군’를 몽골식으로 한다면 ‘황바토르’가 되는데 이 ‘황바토르’가 음변하여 ‘황바두리’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어쨌든 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지명 조사나 연구에 있어서는 제보자의 발음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그에 따라 고구하는 방법만이 최선이라고 본다.


참 고 자 료

<마을 향토지>
김정언(1951), 곽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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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원(1980), 구좌면지.
김봉옥(1980), 고내리지.
조수리 상조회(1980), 조수리 향토사.
부영성(1986), 구좌읍지.
연화 친목회(1986), 연동 향토사.
종달리지 편찬 위원회(1987), 지미의 맥-종달리지.
가시리지 편찬 위원회(1988), 가스름.
신예1리(1988), 예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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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대리(1990), 평대리-비자림 군락의 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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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평리지 편찬 위원회(1991), 온평리지.
제주대 박물관(1991), 영평 마을.
화북동 운영 위원회(1991), 화북동 향토지.
월평리(1992), 월평 마을.
고성리지 편찬 위원회(1993), 고성리지.

〈제주의 마을〉시리즈
1985, 도두리.
1986, 오조리.
1986, 함덕리.
1986, 서호리.
1987, 고성리.
1987, 애월리.
1988, 봉개동.
1988, 대정고을.
1989, 화북리.
1989, 한림리.
1991, 보목리.
1991, 신도리.
1992, 저지리.
1992, 곽지리.
※1986년 제주도 교육청에 따라 각 국민학교에서 발간한 향토지에도 지명이 실려 있음(미간행).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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