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국립국어원은 어문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국민의 바르고 편리한 언어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자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입니다. 세종대왕을 도와 한글 창제를 이뤄낸 ‘집현전’의 전통을 잇고자 1984년에 설립한 ‘국어연구소’가 1991년 ‘국립국어연구원’으로 승격되었고, 2004년에 지금의 ‘국립국어원’으로 거듭나 오늘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한류가 확산함에 따라 오늘날의 한국어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8천만 명이 넘는 이들이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수도 기록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의 정보 기술력은 한국어 지식 정보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한국어는 한국인만의 언어가 아닙니다. 우리말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까지도 바쳐야 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감격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어의 사용이 바람직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곱고 바른 말을 쓰기보다는 거칠고 난폭한 말들을 먼저 입에 올리고, 정확하고 반듯한 표현을 써야 할 곳에는 무분별하게 줄인 말과 어려운 외국어들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이는 대화 당사자뿐 아니라 세대 간, 계층 간 소통의 단절을 불러와 인간관계를 어렵게 하고 더 나아가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한편 우리 국민의 외국어 실력은 점점 향상되고 있지만 국어 능력은 뒷걸음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국어 정책 기관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국립국어원은 국민의 소통 능력을 높이고 편리한 국어 사용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생각의 도구인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곧 우리 사회의 지적 수준을 높여 문화적 힘을 기르는 길임을 가슴에 새겨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좀 더 정확하고 정돈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어문 규정을 비롯한 국어 생활의 표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여 편안하게 언어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통일 시대를 대비하여 민족어 통합의 기초를 다지겠습니다. 국어 지식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정제된 언어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장애, 가난, 이민 등의 이유로 한국어를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겠습니다. 세계인의 언어로서 그 위상을 높이고 튼튼히 하고자 한국어 교육의 안팎을 충실히 다져 나가겠습니다.
세종대왕은 온 백성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한글’을 창제하였습니다. 국립국어원은 그 꿈을 이어가는 중추적인 기관으로서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어와 한글이, 남과 북을 넘어 온 세상 사람들이 소통하는 도구가 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데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4차 산업사회를 선도하는 지식을 창출하고자 국어 지식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정리·보급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어가 우리들의 생각을 마음껏 펼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가꾸어 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