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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대전 지역 공개 토론회 내용 요약

작성자 국어연구원 등록일 2000. 5. 10. 조회수 1086
"로마자 표기법" 개정 대전 공개 토론회 □ 토론회 개요 ㅇ 일 시 : 2000. 2. 2.(수) 14:00-16:00 ㅇ 장 소 : 정부대전청사 대강당 ㅇ 참 석 자 : 60여 명(공무원, 일반 시민, 관련 학자 등) ㅇ 사 회 : 권재일(서울대 언어학과 교수) ㅇ 주제 발표 : 김세중(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연구부장) ㅇ 토 론 : 김차균(충남대 언어학과 교수) /정완식(한남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 인사 말씀 : 심재기(국립국어연구원장) □ 주요 토론 내용 ○ 개정 시안 설명 김세중(국어연구원 어문자료부장) :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특수 부호가 있어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고, ㄱ, ㄷ, ㅂ, ㅈ과 ㅋ, ㅌ, ㅍ, ㅊ이 제대로 구별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정보화 시대에 맞게 특수 부호를 없애서, 모음 '어, 으'는 반달표를 없애고 eo, eu로 개정하고, 격음은 어깻점을 없애 k, t, p, ch로 개정하기로 하였다. 또 한국어의 특성을 고려하여 ㄱ, ㄷ, ㅂ, ㅈ을 g, d, b, j로 적기로 하였다. 외국인은 이러한 변화를 불편하게 여길 수 있으나 이번 개정은 궁극적으로 외국인도 위하는 것이다. ○ 토 론 김차균(충남대 언어학과 교수) : 우리말의 로마자 표기법은 하나의 언어 체계인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이지, 인명, 지명, 상호를 적기 위한 임시적인 수단이 아니다. 고유명사뿐만 아니라 일반 문장을 적을 수 있는 표기 체계여야 하며, 한글 맞춤법과의 호환성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로마자 표기 체계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라틴어의 장애음이 유성음과 무성음의 2계열뿐인데 우리말은 여린소리, 된소리, 거센소리의 3계열로 나누어지고, 라틴어에는 홑홀소리를 적는 글자가 i, e, a, u, o의 5개뿐인데 우리말에는 10개(또는 8개)나 된다는 점이다. 예사소리 /ㄷ, ㅈ, ㅂ, ㄱ/은 /d, j, b, g/로 적고, 된소리 /ㄸ, ㅆ, ㅉ, ㅃ, ㄲ/는 /t, s, c, p, k/로 적고, 거센소리 /ㅌ, ㅅ, ㅊ, ㅍ, ㅋ/는 /th, sh, ch, ph, kh/로 적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우, 오이/ 들에 쓰인 이응(ㅇ)을 / /로 쓸 것을 주장한다. 이것은 모아쓰기 체계인 한글과 풀어쓰기 체계인 로마자의 호환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다. 독일에 가면 독일 말의 표기 체계와 그 발음법을, 스웨덴에 가면 스웨덴 말의 표기 체계와 그 발음법을 익혀야 한다. 한국말의 표기 체계와 발음법을 익히지 않고도 외국인이 길 안내 표지판을 보고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랄 수는 없다. 정완식(한남대 독어독문과 교수) : 우리말의 초성 ㄱ, ㄷ, ㅂ은 서양인에게 무성 파열음인 k, t, p로 들린다. 우리말의 ㄱ, ㄷ, ㅂ이 어두에서 음성적으로 볼 때 그들의 기준에서 k, t, p로 발음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렇게 ㄱ, ㄷ, ㅂ을 k, t, p로 로마자화해서 그들이 이것을 읽을 때는 우리말의 ㄱ, ㄷ, ㅂ이 아니고 ㅋ, ㅌ, ㅍ처럼 들려 그 결과 우리가 들었을 때는 전혀 의미가 다른 소리가 되어 버린다. 또한 ㅍ, ㅌ, ㅋ의 현행 표기인 p , t , k 의 특수 부호는 눈에 띄지도 않고 현대 사회의 필수 수단인 인터넷에서 입력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어두의 ㅂ, ㄷ, ㄱ을 p, t, k가 아닌 b, d, g와 동일시한다. 남은 문제는 초성 ㅂ, ㄷ, ㄱ을 b, d, g로 표기할 경우 이것을 서양인들이 읽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듣고 이해하는가이다. 개인적으로 연구 조사한 바에 의하면 어두에 위치한 유성 파열음 b, d, g가 한국인에게는 매우 자주 b→ㅁ(m), d→ㄴ(n), g→ㅇㄱ(ng + g)로 들린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로마자와의 통일성 문제이다. ○ 질의 및 답변 김성태(철도청) : 첫째, 로마자 표기의 기본 원칙 중 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표준 발음에 따라 적는다고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로마자 표기는 의미를 밝혀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상'과 '쌍'을 sang으로 같이 표기하면 왜 안 되는가? 경음을 굳이 pp, tt, kk로 쓸 필요가 있을까? 영어에서도 한 글자가 여러 가지로 발음이 나는데, p를 ㅂ과 ㅃ 두 소리를 나타내는 데 쓰는 것이 좋겠다. 답변(김세중) : 지금 주장하신 바에 따르면 '약목'을 yakmok으로 쓰자는 것이다. 로마자 표기법이라는 것이 외국인들이 읽어서 한국인들이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다. 주장한 대로 표기한다면 외국인들이 발음하는 것을 못 알아들을 수 있다. Hanla로 표기하는 것보다 Halla로 표기하는 것이 한국인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표기다. 두 번째로 국어의 다른 소리를 로마자로 다르게 써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국어의 된소리와 예사소리는 다르게 구별되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두 소리를 구분하여 발음하지 못하는 것은 나중에 해결해야 하고, 우선은 두 소리를 구분하여 표기를 해야 한다. 이경근(한국과학기술원) : 이름 표기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로마자 표기의 가장 큰 용도는 자신의 이름을 적는 것이다. 이름을 표기할 때 개정 시안처럼 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첫째로, 성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표준안을 제공해야 한다. 이씨만 해도 여러 가지 표기가 혼재되어 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개정되고 나서도 성씨가 여러 가지라면 표기가 된다면 정보 검색에 어려움이 따른다. 국가에서는 표준안은 안 되더라도 권고안을 마련하여 일반인들이 따르도록 하여야 한다. 답변(김세중) : 성씨가 통일이 안 되어 있고, 이름까지 달리 표기된다면 검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서양에서는 한 글자로 된 성이 없다고 한다. 이씨, 우씨 들에게 I나 U를 권장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것을 권장한다면 일반인들이 그것을 따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표기법대로 성씨를 써 달라고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김씨의 경우도 Gim으로 표기하는 것을 매우 꺼려한다. 단계적으로 Kim에서 Gim으로 표기하도록 할 것인가. 이렇게 되면 두 가지 표기가 혼용되어 혼란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성씨의 표기는 어려움이 많다. 성씨 표기의 권장안은 여러 가지 의견을 들어보고 신중히 고려하도록 할 것이다. 박숙희(충남대 대학원) : 모음 '어'의 표기에 대해 e와 o를 결합시켜서 eo로 표기하고 외국인들에게 이것을 알려 발음하도록 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이 설득력이 약하다. 그리고 개정 시안이 철저히 발음에 따라 하는 것도 아니고 글자에 따라 표기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표기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는 글자 모양에 따라 한 글자(e)를 주고 '에'는 두 글자(ei)로 표기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보았는가? 답변(김세중) : '어'를 e로 표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고려해 보았다. 그러나 그 발음을 유도하기 어렵고, '에'도 또한 혼란스럽게 된다. eo는 이미 59년에 사용된 적이 있어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표기라는 장점이 있다. 정원수(충남대 국문과) : 국어연구원 측에서 두 토론자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 궁금하다. 특히 김차균 선생님이 주장하신 자음의 표기와 음가 없는 ㅇ의 표기에 대한 의견을 알고 싶다. 답변(김세중) : 김차균 선생님께서 국어의 된소리를 k, t, p로 적고 거센소리를 kh, th, ph로 적는 것을 주장하셨는데, 이것은 많은 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이다. 이 주장은 학문적으로는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표기를 하는 데 있어 경제성을 고려해야 한다. 국어에서 된소리는 출현 빈도가 낮고, 거센소리는 출현 빈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거센소리를 간단하게 쓰는 것이 좋다. 이번 개정 시안은 전사법만을 발표했는데, 한글을 복원할 때 필요한 전자법 안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일반인들이 주로 접하게 되는 도로 표지판의 지명 표기 또는 사람 이름은 발음에 따라 적는다. 만일 외국인이 도로표지판에서 음가 없는 o을 로 쓴 것을 볼 때 발음하는 데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임병권 (대전대) : 연구원장님이 로마자 표기법을 제2의 우리말 표기법이라고 한 데 동감한다. 개정 시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10회의 회의는 너무 부족하며, 개정 시안은 국어 표기를 하는 데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받침 표기 부분에 있어서는 시안에 명확한 내용이 없고 예를 보고 유추할 수밖에 없이 되어 있다. 로마자 표기의 제1원칙이 발음에 따른다는 점이 불만이다. 발음에 따라 적는 방식은 우리나라를 잠시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표기하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를 했는지 답변해 주기 바란다. 답변(김세중) : 10회의 회의는 불충분하다고 하였는데, 99년에 논의한 것만 10회이고 그 이전에도 매우 많은 논의를 하였다. 개정 시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거의 기록들도 충분히 검토를 하였다. 받침 표기 부분이 소략한 것은 이 개정 시안이 표음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라서 그렇다. 중국이나 일본 등의 로마자 표기법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검토를 하였다. 특히 97년의 국어연구원 계간 잡지 새국어 생활에서는 로마자 표기를 특집으로 다루어 중국이나 일본의 사례도 충분히 검토를 하였다. 김진규 (공주대) : 허용한다는 조항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 군데 고유명사 표기에서 기존의 방식을 허용한다는 조항이 나오는데, 로마자 표기가 적용되는 것이 고유명사가 70-80%인데, 규정이 이렇게 불분명하면 누가 이를 따르겠는가? 표기법을 한번 정하면 30년 이상 쓴다는 각오로 허용 안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또한 음절 표기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질의자1 : 표준 발음에 따라 적는다고 하였는데 발음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의 문자 체계에 따라, 즉 영어 화자는 영어식으로 프랑스 사람은 불어식으로 읽을 것이다. 어차피 외국인은 발음을 배워야 할 것이므로 한글 맞춤법처럼 의미를 구분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 정리 발언 정완식 : 로마자화는 학술적인 표기법은 아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을 위한 지명 표기 등의 용도에 제한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확한 발음 표기와는 달리 해야 한다. 김차균 : 우리가 아무리 로마자 표기를 잘 해도 외국인들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 것이다. 외국인이 어떻게 읽을 것이냐보다는 15-16세기부터 정착된 전자법으로 표기법을 만들어야 일반인들이 따를 것이다. 전자법이 정착되어 앞으로 50년 또는 100년 쓰다 보면 저절로 김씨가 Gim으로 체계에 맞는 표기를 하게 될 것이다. 김세중 : 여러 가지 귀중한 말씀 감사하다. 몇 가지 지적에 대해 답변하겠다. 인명 회사명, 단체명 등에서 기존의 방식을 허용한다고 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셨는데, 만약 이 조항이 없다면 삼성이나 현대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 이름들이 현재 규정에 맞지 않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우리의 규정에 맞게 표기하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이런 조항을 둔 것은 표기법이 바뀌었을 때 일률적으로 바꾸라고 강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만 있다. 물론 앞으로 새로 이름을 만들 때는 새 표기법에 따르도록 정부는 강력히 권장할 것이다. 표준 발음에 따라 적는 것에 대한 문제에 대해 답하겠다. 개정 소위원회에서는 표음법과 전자법 두 가지 표기법을 마련하였다. 표음법안은 개정 시안의 예시어에서 볼 수 있듯이 지명, 인명이나 회사명 단체명 등을 적기 위한 것이다. 이는 한국인을 위한 표기는 아니다. 외국인에게는 한국어의 소리가 어떻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매우 크다. '넓다, 떫다, 흙, 삶' 같이 복잡한 겹받침이 나오는 경우나 서지 목록같이 문장이나 구를 적을 경우에는 표음법과는 다른 체계가 필요하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표음법과 함께 전자법안을 마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