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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신어” 보고서 발간(보도 자료)

작성자 국립국어원 등록일 2005. 1. 27. 조회수 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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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신어” 보고서 발간

― 신조어는 사회의 거울 ―
― 사회, 운동·오락, 경제 신조어 많아 ―
― 외래어·외국어 남용 심각 ―

국립국어원[원장 남기심(南基心)]은 2004년 한 해 동안 주요 중앙 일간지와 방송 뉴스에서 사용된 신조어를 조사하여 “2004년 신어”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2004년에 새로이 만들어져 널리 쓰이는 신조어 626개를 수집하여 정리하였다. 이 밖에 오래전부터 쓰여 왔지만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사전 미등재어 1,615개에 대해서도 어원, 뜻풀이, 출전 등을 밝혀 놓았다.

신조어는 사회의 거울

인터넷상의 인기 검색어나 유행어만 살펴봐도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 일어났던 주요한 사건들을 대충이나마 되짚어 볼 수 있다. 인기 있거나 널리 쓰인 말은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에 일어난 사건들과 관련되어 쓰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말은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새로 만들어서 쓰는 말인 신조어는 더욱 그러하다. 신조어처럼 사회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 주는 거울이라 할 만한 것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삼일절’(6월), ‘낙바생’(11월), ‘청백전’(12월) 따위는 지난 2003년(사오정, 오륙도, 육이오, 삼팔선, 이태백)에 이어 계속하여 경제 불황에 따른 취업난이 더 심각해졌음을 반영하여 2004년에 새로이 만들어져 쓰인 말이다. ‘주말 창업’(1월), ‘니트족’(5월), ‘조출잔업’(8월), ‘자소서’(11월), ‘스펙’(12월) 따위도 경제난을 반영하는 신조어이다. 그리고 지난 한 해 동안 일본에서 거세게 일었던 한류 열풍을 반영하여 ‘욘사마’(3월), ‘욘겔 계수’(7월), ‘욘플루엔자’(7월), ‘오바타리안’(12월) 따위가, 인터넷상의 개인 블로그 및 미니홈페이지 열풍을 반영하여 ‘사이질’(1월), ‘사이홀릭’(1월), ‘악플러’(2월), ‘악플족’(5월), ‘펌킨족’(9월), ‘퍼뮤니케이션’(9월), ‘펌플족(10월)’, ‘퍼머’(12월) 따위와 같은 신조어가, 일반인의 ‘웰빙/참살이’ 열풍과 관련하여 ‘웰루킹’(1월), ‘다운시프트족’(1월), ‘더블라이프’(1월), ‘배드빙/일빙’(3월), ‘머추리얼리즘’(3월), ‘웰피트족’(4월), ‘참살이’(7월) 따위와 같은 신조어가 새로이 생성되어 널리 쓰였다.

지난 한 해 동안 그때그때의 사회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여 생성된 대표적인 신조어를 월별로 몇몇 보이면 다음과 같다.

1월: 근조 국회(謹弔國會), 다운시프트족(downshift族), 더블라이프(double life), 매스티지(masstige←mass+prestige), 방법(方法)하다, 사이질(←cyworld–), 사이홀릭(cyholic←cyworld+holic), 웰루킹(well­looking), 주말 창업(週末創業), 티처보이(teacher boy), 피싱(phishing←private data+fishing)
2월: 교육 가전(敎育家電), 김치우드(←김치+Hollywood)/코리우드(←Korea(n)+Hollywood), 노피아(←盧+Mafia), 돈짱, 몸꽝, 불닭, 빗장도시(– –都市), 아라족(– –族), 악플러(←惡pl[←惡+reply]+­er), 얼꽝, 텐인텐(ten in ten), 패러싱글족(para single[←parasite+single]族)
3월: 디지털스쿨족(digital school族), 매스클루시비티(massclusivity←mass+exclusivity), 머추리얼리즘(maturialism), 배드빙(bad­being)/일빙(ill­being), 욘사마(ようん[勇]さま), 위키 사전(Wiki辭典), 투폰족(two phone族), 폰티즌(←phone+citizen)
4월: 고통철(苦痛鐵), 머피아(←mother+Mafia), 방벌(放閥), 비조트(←business+resort), 신명품족(新名品族), 웰피트족(well­fit族), 위피(WIPI←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 치어풀(←cheer placard), 토폐인(←TOEIC+廢人)
5월: 니트족(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ning]族), 땅테크(–tech), 악플족(←惡pl[←惡+reply]族), 와이브로(←wireless broadband internet), 우머니스트(←woman+­ist), 유티즌(utizen←ubiquitous+citizen), 디지털남(– – –男)/털남(–男)
6월: 모티켓(motiquette←mobile+étiquette), 삼일절(三一絶), 서울라이트(Seoulite←서울+­ite), 쇼콜라티에(chocolatier), 쓰레기만두(– – –饅頭), 티머니(T­money), 피시방 증후군(PC房症候群), 허무송(虛無song), 헬스웨어(healthware)
7월: 관습 헌법(慣習憲法), 깡통 부동산(–桶不動産), 뚜껑광고(– –廣告), 맛캉스(←맛+vacance), 아르피족(RP族), 욘겔 계수(←ようん[勇]+Engel係數), 욘플루엔자(←ようん[勇]+influenza), 워터파크(water park), 참살이, 초열대야(超熱帶夜), 캐피스룩(caffice[←casual+office] look)
8월: 박스폰(box phone), 스테이 오피스족(stay office族), 엔시엔디(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완장 문화(腕章文化), 조출잔업(早出殘業), 중화론(中禍論), 캔디렐라(Candyrella←Candy+Cinderella), 택숙자(←taxi+宿者)
9월: 금둥이(金– –), 누리꾼,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맥가이버주의(Macgyver主義), 웹동(web同), 퍼뮤니케이션(←펌+comunication), 펌킨족(←펌+KIN族)
10월: 그림말, 된장 메달(–醬medal), 드라툰(dratoon←drama+cartoon), 사이버콘드리아(cyber­chondria), 색깔 독재(色–獨裁), 성파라치(←性+paparazzi), 펌플족(←펌+reply族), 혼테크(婚tech←結婚+technology)
11월: 낙바생(駱–生), 노노스족(nonos族), 뷰직쇼(viewsic[←view+music] show), 애필(愛必), 자소서(自紹書), 커닝게이트(cunning gate), 텔레밴절리즘(←televison+evangelism)
12월: 나포(NAPO←No Action Plan Only), 동생부대(––部隊), 사법 통치(司法統治), 스펙(←specification), 오바타리안(←おばさん+battalion), 청백전(靑白全), 퍼머(←펌+­er)

사회, 운동·오락, 경제 신조어 많아

총 626개의 신어에서 일반어와 전문어는 각각 429개(68.5%)와 197개(31.5%)이다. 이 가운데 전문어는 전문 분야별로 살펴봤을 때 사회, 운동·오락, 경제, 의학, 컴퓨터·통신 따위의 순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지난 2003년과 2002년의 경우가 대체적으로 유사한다[사회, 운동·오락, 경제, 의학, 컴퓨터·통신 따위의 순(2003년), 사회, 경제, 운동·오락, 컴퓨터·통신, 의학 따위의 순(2002년)]. 정치, 법률 따위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엔 일반인의 관심이 사회, 문화 일반 및 경제, 의학에 대하여 더 높아졌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 분야에서는 ‘디젠더리즘(degenderism)’, ‘디지털 치매(digital癡呆)’, ‘사오육사 세대(四五六四世代)/일팔삼공 세대(一八三空世代)’, ‘아침형 인간(––型人間)/야간형 인간(夜間型人間)’, ‘언니주의(––主義)/언니즘(←언니+­ism)’, ‘온달 콤플렉스(溫達complex)’, ‘작은 남편(––男便)’, ‘테러 증후군(terror症候群)’, ‘트로피 남편(trophy男便)/트로피 아내(trophy––)’, ‘호모 디카쿠스(Homo dica[←digital camera]+­cus)’, ‘호모 핸폰쿠스(Homo hanphon[←hand phone]+­cus)’ 따위처럼 사회의 이러저러한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신조어가 여럿 생겨났다.

운동·오락 분야에서는 ‘그라운드 골프(ground golf)’, ‘디스크 도그(disc dog)’, ‘러너업 슬램(runner­up slam)’, ‘밸런스 보드(balance board)’, ‘보드러너(boardrunner)’, ‘실버골 제도(silver goal制度)’, ‘아쿠아워킹(aqua walking)’, ‘에스보드(ess board)’, ‘트래직 넘버(tragic number)’, ‘포인트 포워드(point forward)’, ‘플라이피시(fly­fish)’, ‘헬스로빅(heathrobic←health+aerobic)’ 따위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났는데 이 가운데에는 새로운 스포츠나 레저 종목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특히 많았다. 이러한 운동·오락 관련 신조어의 생성은 주 5일 근무제가 확산·정착되어 ‘주말족(週末族)’, ‘문화족(文化族)’이 많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기업 도시(企業都市)’, ‘노플레이션(noflation)’, ‘문화 접대(文化接對)’, ‘비아이비(BIB←Branch In Branch)’, ‘스타 지수(star指數)’, ‘접대 실명제(接對實名制)’, ‘현금 영수증 제도(現金領收證制度)’, ‘호객 매장(豪客每場)’ 따위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는 오늘날 경제 및 기업 활동이 일반인의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의학 분야에서는 ‘거북 목 증후군(–––症候群)’, ‘바디바바디바(bar D bar bar D bar[-D-/-D-])’, ‘생활 치료(生活治療)’, ‘얼렌 증후군(Irlen症候群)’, ‘카르복시세러피(carboxy therapy)’, ‘케어 매니저(care manager)’, ‘태반 주사(胎盤注射)’, ‘티엠아이(TMI←Text Message Injury)’, ‘피시방 증후군(PC房症候群)’ 따위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는 최근 ‘웰빙/참살이’ 열풍으로 일반인도 자신의 건강을 증진하는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지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컴퓨터·통신 분야에서는 ‘디엠비(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오그 보비스(Ogg Vorbis)/오지지(Ogg)’, ‘와이브로(←wireless broadband internet)’, ‘위키 사전(Wiki辭典)’, ‘위키위키(WikiWiki)’, ‘콜(call)’ 따위처럼 1990년대 중반 이후 널리 보급된 인터넷·휴대 전화와 관련된 신조어가 여럿 생겨났다.

외래어·외국어 남용 심각

2004년 신조어를 기원별, 즉 원어별로 살펴보면 외래어·외국어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 626개의 전체 신조어 가운데 외래어·외국어가 총 210개로 전체의 33.5%를 차지하며 외래어·외국어가 일부 포함된 것까지 포함하면 총 345개로 전체의 55.1%를 차지한다. 2002년, 2003년 신조어에서처럼 여전히 외래어·외국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2002년 64%, 2003년 56.1%) 반면 고유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한데 한자어와 비교해서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세계화, 국제화 추세로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외국어의 차용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서구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외국어의 차용은 다소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일상 언어생활에서 외래어·외국어가 함부로 쓰이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말에 비해 외래어·외국어를 왠지 더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언어 의식에서 비롯한다. 외래어·외국어 남용의 심각성은 신조어 생성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글로머레이션(glomeration←global+conglomeration)’, ‘글로비시티(globesity←global+obesity)’, ‘나이톨로지(←night+­ology)’, ‘밴도톱(bandeau top)’, ‘베이크트 아웃(baked out)’, ‘비니(beanie)’, ‘선다우너(sundowner)’, ‘시리얼 킬러(serial killer)’, ‘언더도그(underdog)’, ‘자이갠티즘(gigantism)’, ‘프티스카프(petit scarf)’ 따위와 같은 예가 외래어·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차용한 예이다.

이렇게 우리말에 비해 외래어·외국어를 선호하다 보니 신조어 가운데에는 ‘배드빙(bad­being)’, ‘북크로싱(book crossing)’, ‘비포 모델(before model)/애프터 모델(after model)’, ‘이미지걸(image girl)’, ‘커닝게이트(cunning gate)’, ‘클린 센터(clean center)’, ‘텐인텐(ten in ten)’, ‘티처보이(teacher boy)’,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따위와 같이 외래어나 외국어를 재료로 하여 우리말 식대로 만들어 낸 한국식 외래어(대부분은 한국식 영어)가 적지 않다.

한국식 외래어의 신조어에는 영어의 준말 가운데 하나인 ‘혼성어(blend­word)’에 유추하여 만들어 낸 말도 적지 않다. 즉, ‘넷포터(netporter←netizen+reporter)’, ‘셀슈머(sellsumer←seller+consumer)’, ‘아웃트로(outtro←outdoor+metro)’, ‘액티즌(actizen←action+citizen)’, ‘카케팅(carketing←car+marketing)’, ‘탤런페서(←talent+professor)’, ‘티브이슈랑스(TV+assurance)’,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flexible+vegetarian)’ 따위의 신조어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영어 두 단어가 차례대로 연결된 어구에서 앞 단어의 앞부분과 뒤 단어의 뒷부분을 인위적으로 혼성하여 만들어 낸 말이다. 이러한 혼성어가 빈번하게 쓰이게 되면서 최근에는 ‘김치우드(←김치+Hollywood)’, ‘땅팅(←땅+meeting)’, ‘맛캉스(←맛+vacance)’, ‘노피아(←盧+Mafia)’, ‘민텔(←民泊+hotel)’, ‘성파라치(←性+parazzi)/보파라치(←補助金+paparazzi)’, ‘토폐인(←TOEIC+廢人)’ 따위와 같은 괴상망측한 신조어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멀쩡한 우리말을 외래어·외국어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있다. ‘언니즘(←언니+­ism)’, ‘퍼머(←펌+­er)’, ‘악플러(←惡pl+­er)’가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말에 영어 접사를 결합시켜 만들어 낸 신조어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어로부터 명사와 같은 어휘 형태를 차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데 반해 접사와 같은 문법 형태를 차용하는 것은 아주 부자연스럽다. 즉, ‘쇼콜라티에(chocolatier)’, ‘어그부츠(ugg boots)’ 따위와 같은 어휘 형태를 차용하는 게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데 반해 ‘­(t)ion’, ‘­ly’ 따위와 같은 문법 형태는 그것만을 따로 떼 내어 차용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들 신조어에서는 영어 접사 ‘­ism’, ‘­er’만을 따로 차용하여 이용하고 있다. 이는 분명 도를 넘어선 것이다.

이렇게 신조어 생성에서 외래어·외국어가 함부로 쓰이는 데 반해 우리말을 이용한 신조어는 극히 드문 편이다. ‘참살이’, ‘가족살이(家族– –)’, ‘누리꾼’, ‘그림말’, ‘불닭’, ‘새집 증후군(– –症候群)’, ‘손풍기(–風機)’, ‘아자’ 따위와 몇몇 예가 고작이다. 무척이나 아쉽다.